[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고려시대 궁중무용이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안무로 새롭게 태어난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예술감독 김충한)은 2024년도 하반기 기획공연으로 <고려가무>를 내달 16일과 17일 양일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선보인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50여종의 정재(궁중무용)를 전승하고 있으며, 이 종목들은 조선시대의 양식적 특징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고려가무>는 이 가운데『고려사(高麗史)』「악지(樂誌)」에도 기록이 있는 8종목의 정재 헌선도, 수연장, 오양선, 연화대, 포구락, 동동, 무고, 무애를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 공연이다.
고려의 정재가 현행 정재와 어떻게 다른지 기록만으로 온전히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복원의 관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새로운 해석과 상상력을 통해 고려 특유의 정취를 정형화된 춤 양식인 정재에 불어넣어 현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재를 모색해 본 작업이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김충한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아 김혜자, 박성호, 백미진 세 안무자의 안무를 조율한다. 음악감독은 이건회 정악단 예술감독이 맡았으며 연주단 단원들(정악단 박거현, 윤형욱, 고보석/ 창작악단 이선희, 박치완)이 직접 작곡으로 참여하여 음악과 춤의 합을 맞춘다.
안무자들은 엄격한 형식미를 추구한 조선의 정재에 비해 고려시대는 보다 자유분방했을 것이라는 해석으로, 춤의 동작과 대형, 박자 등에 변화를 시도하고 정재에 포함되어 있는 노래(창사, 구호, 치어)를 한글로 바꾸거나 노래에 맞춘 동작을 개발하는 등 노래의 의미와 역할도 적극적으로 재구성하였다.
새로운 동작을 구현할 무용수들에게 고려의 정취를 더해줄 의상은 한복디자이너 김혜순이 맡았다. 김혜순은 2006년 KBS드라마 <황진이> 의상으로 한복의 대중화를 이끈 디자이너로, 한국인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파리 루브르 박물관 초청 패션쇼를 한 바 있다. 2007년 국립무용단의 <춤, 춘향> 이후 오랜만에 공연의상에 참여하여 기대를 더한다.
조선의 형식을 따른 기존 소품은 금기숙 작가의 작품으로 변화를 주었다. 금기숙 작가는 와이어, 비즈, 섬유 등을 활용한 고유의 작업 방식으로 ‘패션 아트’를 미술영역으로 승화시킨 작가이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의상감독을 맡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 포구락에서 공을 던지는 포구문과 학춤 무용수가 전신에 쓰는 학탈을 금기숙 스타일로 제작하여 현대인이 상상한 고려의 아름다움을 입혔다.
국립국악원 김충한 무용단 예술감독은 “고려시대는 국립국악원이 그간 다루지 않았던 시대일 뿐 아니라, 오히려 창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정재가 가진 절제의 미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정재를 선보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기획공연 ‘고려가무’는 오는 10월 16일과 17일 이틀간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선보인다. A석 3만원, B석 2만원 (예매 www.gugak.go.kr 02-580-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