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음악제 11.9~16,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탄약고 시리즈 10.5~11.11 캠프 그리브스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차가운 금속 부딪히는 소리만 가득했던 접경지역의 탄약고가 따스한 클래식 선율로 가득차는 광경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펼쳐진다. 이달 5일부터 내달 11일까지 경기도 파주 민간인통제구역 내 ‘캠프 그리브스’ 옛 탄약고에서는 6회에 걸쳐, 2024 DMZ OPEN 국제음악제-탄약고 시리즈‘가 열린다. 냉전과 분단의 상징이었던 캠프 그리브스는 지난 2007년 한국 정부에 반환한 후 경기도에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며, 문화와 평화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닫힌 DMZ의 문을 열어 전문가부터 일반인 모두에게, 학술부터 스포츠, 예술까지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DMZ OPEN 페스티벌‘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최했다. 지난 5월 9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DMZ OPEN 오케스트라와 DMZ OPEN 합창단의 합동 공연으로 막을 연 이번 축제의 피날레는 ’DMZ OPEN 국제음악제‘가 장식한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DMZ OPEN 국제음악제‘는 생태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음악을 통해 확산하고자 기획된 행사로 전 세계의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한다. 특히 이번 시즌부터는 민간인 통제구역 캠프그리브스 ‘탄약고 시리즈’가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운영된다.
열린 DMZ, 더 큰 평화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지난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DMZ OPEN 국제음악제’의 취지와 프로그램, 참여 아티스트 등을 소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최재천 DMZ OPEN 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임미정 DMZ OPEN 페스티벌 총감독,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리 우도비첸코 등이 참석했다.
최재천 조직위원장은 “평생을 생태학자로 살아오다 보니, DMZ하고는 인연이 깊다. 매번 DMZ 포럼에 참여하면서 학술적인 논의를 거듭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내용을 어떻게 국민들과 공유할 것인지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예술의 힘을 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논문을 써봤자 읽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하지만, 좋은 연주 하나가 가지는 힘은 훨씬 크고, 그 자체로 훌륭한 매체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더 큰 평화’라는 주제로 DMZ 오픈 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수락했다. 학술 따로 예술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간다면 통속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기꺼이 참여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올해는 ▲개막공연 ‘오래된 시작’(11.9 오후 5시, 레오시 스바로프스키 지휘, 피아노 백건우) ▲시네마 콘서트 ‘영화와 삶에 대하여’(11.10 오후 3시, 안두현 지휘, 피아노 윤홍천, 색소폰 브랜든) ▲타악 앙상블의 힘 ‘나무와 종이 그리고 리듬’(11.'12 오후 8시, 리 비아오 퍼커션 그룹) ▲바이올린 피아노 듀오 콘서트 ‘현과 건반의 숙론’(11.13 오후 8시, 바이올린 드미트리 우도비첸코, 피아노 윤홍천) ▲체임버 오케스트라 ‘진지한!’(11.14 오후 8시, 유렉 뒤발 지휘, 트럼펫 나카리아코프, 폴란드 라돔 체임버 오케스트라) ▲솔로와 앙상블 ‘다양한!’(11.15 오후 8시, 바이올린 김서현, 피아노 배진후, 윤의중 지휘, 인천시립합창단) ▲폐막공연 ‘유빌라테! 운명에 대하여’(11.16 오후 5시, 유렉 뒤발 지휘, 소프라노 박혜상, 바이올린 드미트리 우도비첸코, DMZ OPEN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테마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리 우도비첸코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음악제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선,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안정이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전쟁 중이고 매일 사람이 죽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평화의 의미를 담은 음악회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라며 “전쟁과 평화의 상징이 된 DMZ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는 13일과 폐막일 공연 무대에 선다.
임미정 총감독은 “프로그램의 구성은 역사적 흐름과 삶, 자연, 진지한 대화가 녹아있으며, 평화를 만들어가는 적극적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번 음악제가 DMZ의 어두운 역사를 넘어 인류애와 평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며 “특히,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리 우도비첸코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전쟁과 평화의 상징인 DMZ OPEN 국제음악제에서 연주하는 음악은, 그 곡이 담고 있는 주제와 관계없이 관객들에게 색다른 에너지와 울림을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달간 펼쳐지는, 캠프 그리브스 ‘탄약고 시리즈’
올해는 DMZ 내 캠프 그리브스의 탄약고에서 50명 안팎의 관객들이 관람할 수 있는 소규모 음악회 ‘탄약고 시리즈’를 신설했다. 지난해 연주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됐던 해당 시리즈는, 올해 별도의 음악회로 진행된다. 10월부터 매 주말 열리는 ‘탄약고 시리즈’에서는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WFIMC) 소속 국제 콩쿠르 입상자들이 총 6차례 열리는 공연에 참석한다.
임 총감독은 “폭탄을 보관했던 장소에서의 음악회가 이 음악제의 철학을 전달하게 될 것”이라며 “50~70명의 사전신청 인원만 입장이 가능한 만큼 더욱 값진 경험이 되실 것”이라고 밝혔다.
탄약고 시리즈는 ▲10월 5일 오후 3시 ‘아레테 콰르텟 콘서트’(2024 프랑스 리옹 실내악 콩쿠르) ▲10월 12일 오후 3시 ‘배진우 피아노 독주회’(2023 마리아 카날스 국제 콩쿠르) ▲10월 19일 오전 11시 ‘리수스 콰르텟 콘서트’(2024 호주 멜버른 실내악 콩쿠르) ▲10월 26일 오후 3시 ‘궈융융 & 최영선 피아노 콘서트’(2024 미국 구르비츠 피아노 콩쿠르) ▲11월 3일 오후 3시 ‘안나 게뉴시네게뉴시네 & 드미트리 초니 피아노 콘서트’(2022 미국 반 클라이번 실내악 콩쿠르) ▲11월 11일 오후 3시 ‘정규빈 피아노 독주회’(2023 윤이상 국제음악 콩쿠르) 등으로 구성된다. 사전 신청한 관객에 한해 참여 가능하며,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곤돌라를 타고 캠프 그리브스로 이동해 음악회를 관람하게 된다.
역사성과 시의성을 함께 다룸과 동시에 뛰어난 기량의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공연임에도 탄약고 시리즈가 진행되는 캠프 그리브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별도의 교통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아쉽다는 현장의 지적도 나왔다. 이에 임미정 총감독은 “국제음악제의 경우에는 고양아람누리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관람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되지만, 탄약고 음악회는 지적하신 부분에 동의한다. 기획하는 동안 아예 이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올해는) 별도의 교통편을 마련하지 못했다. 내년부터는 셔틀버스 운행이 가능하도록 좀 더 신경쓰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국제음악제 티켓예매는 30일부터 고양아람누리 홈페이지, 티켓링크, 예스24를 통해 순차적으로 가능할 예정이다. 가격은 개·폐막 공연 등급별 3-2-1(만원), 그 외는 일괄 1만원이다. 탄약고 음악회는 무료로 인터넷에서 신청이 가능하며, 관람 방법 등은 DMZ OPEN 페스티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