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개 단체 참여, 올해 전석 1만원 첫 유료 진행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전국의 국악관현악 연주자들이 광화문으로 모인다. 서울을 비롯해 전북, 충남, 강원, 대구, 영동, 부산 등 각지의 국악인들이 ‘2024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에서 클래식, 대중음악, 록 등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와 협연하며 미래를 이끌 ‘젊은 국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8개 악단과 함께 첫선을 보였던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는, 올해는 총 10개 단체와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사전 공모를 통해 13개 국공립 국악관현악단 중 9개 단체를 선정했고, 올해 창단한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의 특별공연이 추가됐다.
축제 개막을 앞두고, 지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아티스트 라운지에서는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박범훈 축제추진위원장, 김희선 국민대 교수, 이소영 음악평론가, 이용구 추계예대 교수, 김도균 기타리스트, 박현수 성악가, 서진실 국악밴드 AUX 보컬, 홍진호 첼리스트, KBS 국악관현악단 박상후 지휘자,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 김재영 지휘자,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황승주 악장,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권성택 지휘자,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 공우영 지휘자,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 김창환 지휘자, 대구시립국악단 한상일 지휘자, 영동난계국악단 이현창 지휘자,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김성국 지휘자 등이 참석했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지난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를 통해 확인된 관객의 뜨거운 관심이 올해 축제를 다시 시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세종문화회관은 우리 음악을 지켜온 자랑스러운 국악관현악 단체들과 함께 국악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신명나는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라며 “국악관현악이 세계 예술 장르 역사로 보자면 가장 어린 장르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장르를 우리와 여러분, 이 시대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사명감으로 보존 및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박범훈 축제 추진위원장은 “축제로써 국악관현악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분들과 참여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린다. 이런 자리가 없다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첫 발걸음을 뗀 것이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첫해에는 참여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고 들었는데, 점점 참여를 희망하는 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최 측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이 새롭게 창단됐다. 신규 국악관현악단이 생겨난 게 몇 십년 만의 일인 것 같은데, 국악관현악축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국악관현악축제가 국악의 대중화를 이끌며, 더 많은 이들이 국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김희선 축제 추진위원은 1960년대 신국악 운동이 전통 국악을 현대 예술로 끌어올리는 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국악관현악의 탄생으로 우리 예술가들은 예술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고, 국경 너머의 관객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 1965년 하나의 악단으로 시작된 국악관현악단은, 이제 전국 50여 개가 넘는다”라며 “국악관현악은 반드시 필요한 음악적 자산이다. 그간의 우리의 음악적 자산을 담는 동시에 미래를 견인할 역사적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지휘자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한국음악의 도약
이번 축제는 ▲KBS국악관현악단(10.15)을 시작으로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10.16)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10.17) ▲국립국악원 창작악단(10.18)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10.19)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10.22) ▲대구시립국악단(10.23) ▲영동난계국악단(10.24)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10.25) ▲서울시국악관현악단(10.26)이 차례로 공연한다.
2023년에 이어 올해 축제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휘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악관현악의 미래를 선보인다. 국악 중흥의 새로운 서막을 여는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는 올해도 신진 지휘자들과 함께 한다. 2023년 참여한 김성국, 김창환, 박상후, 이동훈, 한상일 지휘자와 함께 올해에는 공우영, 권성택, 김재영, 이용탁, 이현창 지휘자가 새로 참여했다. 동시대 대중들을 국악에 매료시키기 위해 젊고 혁신적인 지휘자들을 발탁해 국악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연소 지휘자’로 주목받은 KBS국악관현악단의 박상후 지휘자는 “조금 더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송악단의 매력을 선보이면서도 음악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오랜 시간 고심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라며 “대중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 김창환 상임지휘자는 새로운 시도와 대중 친화적인 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이자 지휘자다. 그는 “한국음악의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축제에서 다채롭고 신선한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겠다”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구시립국악단 한상일 지휘자는 창단 40주년을 맞아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에 참여하게 됐다. 대구시립국악단은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아, 지난 봄부터 다양한 작품들로 분주하게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라며 “40년의 역사를 기점으로 대중과 함께하는 국악관현악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이용탁 지휘자는 지역 전통음악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으며,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권성택 지휘자는 현대적 기법과 다양한 예술 장르를 결합한 공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우영 지휘자는 악기 구성의 변화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영동난계국악단의 이현창 지휘자는 2025년 영동 국악엑스포 유치와 국악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국악관현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대구시립국악관현악단의 한상일 지휘자도 이번 축제에 참여해 후배 지휘자들에게 귀감이 될 예정이다.
특별공연으로는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의 창단 지휘자인 김재영이 글로벌 무대에서 선보일 연주가 기대를 모은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인 김성국 지휘자는 "국악관현악의 미래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국악을 처음 접하는 관객부터 매니아층에 이르기까지 관객의 관심에 달려 있다“라며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가 더 나은 국악관현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협연자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국악의 향연
뉴에이지 국악 1세대 예술가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양방언이 이번 축제에 참여해 그의 뉴에이지 음악을 국악관현악으로 재편성해 선보인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수석 지휘자 김성국은 ‘Prince of Jeju’, ‘Flowers of K’, ‘Frontier’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이희문(민요)과 함께 민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협연을 선보인다.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은 나카이 토모야(고토/일본), 카오 호 응아(단트렁/베트남), 수이유안(얼후/중국) 등과 협업하며 아시아 전역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또한 박범훈 예술감독과 함께 피리협주곡 ‘창부타령’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협연 무대를 준비했다.
크로스오버 가수 박현수는 ‘Rhapsody of life(랩소디 오브 라이프)’를 국악관현악으로 재탄생시켜 KBS국악관현악단과 함께 공연한다. 퓨전 국악밴드 AUX(억스)와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 공우영 지휘자가 함께 대중 친화적인 무대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소리꾼 김준수는 창극 ‘춘향’과 ‘귀토’의 아리아를 국악관현악으로 재편성해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연하고, 해금협주곡 ‘푸른달’은 첼리스트 홍진호와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로 재구성된다. 기타리스트 김도균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협연, 대구시립국악단의 우리소리 바라지 협연도 주목할 만한 공연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기타리스트 김도균은 과거 영동난계국악단과의 협연 경험을 떠올리며 “처음 국악관현악단과 협연을 했을 때 문화적으로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 거문고와 가야금, 우리 관악기 소리를 듣는데 웅장한 대우주가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전통악기와의 협연을 통해 전자음악의 미래에 대한 힌트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우리 전통음악에 보물섬 지도가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무료로 진행됐던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는 올해부터 전석 1만 원의 유료 공연으로 전환했다. 안호상 사장은 “잘 했는지 못했는지를 관객 참여로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올해 유료로 전환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대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이번 국악관현악축제는 오는 10월 15일부터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축제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세종문화회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