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날 조성자 선생의 50년 서예인생을 만나다
샌날 조성자 선생의 50년 서예인생을 만나다
  • 정지선 기자
  • 승인 2010.03.06 13: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일부터 15일까지 2010 갤러리각 기획초대 ‘샌날 조성자 한글전’ 열려

샌날 조성자, 그는 서예를 시작하고 단 한번도 지겹다거나 후회스럽다고 느낀 적이 없단다. 그저 즐기면서 했을 뿐이란다. 그냥 즐기면서 걸어온 그의 50년 서예인생이 더없이 궁금해졌다.

샌날 조성자 선생의 모습

궁금증을 해소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 오는 10일부터 15일까지 갤러리각(종로구 인사동 소재)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2010 갤러리각 기획 초대전시로 열리는 샌날 조성자 선생의 이번 개인전은 디자인, 공예, 회화 등 현대미술에 대한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전통예술인 서예부문의 작가를 초대해 전시를 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조성자 선생은 이번 전시에서 선과 색의 아름다움을 표출한 한글서예의 조형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학>, <환희>를 비롯해 <행복>, <큰 그릇>, <사랑> 등 준비한 작품 110여 점 가운데 약 70여점을 전시한다.

겸손

특히 선생은 그동안의 작품세계와는 달리 마블링, 콜라주 등 서양의 미술기법을 이용한 추상적인 작품을 준비,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새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학>은 그가 1984년부터 시리즈처럼 선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궁체에 기본을 두면서 창의성 있는 작품을 구상하다 우연히 발견한 소재인 학은 선생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이후로 선생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감정이 나타나는 학의 삶을 그려왔다. 학의 고고한 기품과 천년을 산다는 말이 있을만큼의 긴 생명력은 작품의 이미지를 한층 드높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독 추상성이나 조형적 요소가 강화된 선생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조심스럽다는 선생은 추상적인 작품이라도 기본은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고, 창의적인 형태를 모색하되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의 근본은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다수의 서화가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고향

샌날 조성자 선생의 서예인생 50년을 정리한다는 측면에서도 이번 전시는 의미를 갖는다. 1972년 꽃뜰 이미경 선생의 문하생으로 입문해 본격적인 서예활동을 시작한 선생은 예쁘고 유려한 글씨를 쓰지만 글씨와는 달리 대범한 성격의 갈물선생과 섬세한 성격이지만 여성같지 않은 힘과 깊이가 느껴지는 글씨를 쓰는 꽃뜰 선생의 글씨를 모두 배우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의 기질상 ‘샌날의 글씨는 힘차고 기상이 서려있다’는 꽃뜰 선생의 평으로 만족했다.

한편 샌날 선생에게는 일본인 스승도 있다. 1991년 교환교수로 초빙된 남편과 일본에서 지내는 1년 동안 예서를 배우며 만난 스승으로부터 새 운필과 교수법을 익혔다. 율동적인 이미지를 가진 <학>의 창작 역시 그 스승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나아가서는 갈물 선생과 꽃뜰 선생에게서 배운 경험들이 더해져 <학>의 세계를 심화, 발전시켰다.

논어를 보면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따르지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따르지 못한다’는 구절이 있다. 샌날 조성자 선생은 글씨를 쓰는 일이 늘 즐겁단다. 그의 얼굴에 온화하게 퍼져있는 미소가 대신 말하고 있었다. 반세기동안 묵묵하게 그리고 복된 마음으로 걸어온 서예인생의 주인공, 샌날 조성자 선생의 개인전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서울문화투데이 정지선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