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문화경영은 관광과 연계해 진행해야”
“종로구 문화경영은 관광과 연계해 진행해야”
  • 정지선 기자
  • 승인 2010.03.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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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의 숨은 일등공신, 이병호 종로구청 문화공보과장

종로구를 문화1등구로 만들기 위해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신경 쓰느라 늘 분주한 사람, 이병호 종로구청 문화공보과장을 만났다. 그는 고궁로 조성사업을 착안한 주인공으로, 지난 2006년 서울시의회 창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올해는 경인년 호랑이의 해를 맞아 청운공원(종로구 소재)에 호랑이 조형물 설치 관련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추진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작년 말 제1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및 공로상의 ‘문화경영대상’수상자이기도 한 그를 만나 각종 문화행사에서부터 문화재 관리, 관광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종로구 문화사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종로구는 지난 2008년부터 정순왕후 추모제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와 연계해 올해는 정순왕후를 소재로 한 뮤지컬 <비.애.비>를 오는 4월 초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정순왕후 추모제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 고민해왔습니다. <비.애.비>는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는 정순왕후의 삶이 현 사회에 시사하는 메시지가 크다고 했다.

“정순왕후는 단종과 사랑을 맹세하고 채 3년이 지나지 않은 때 청계천 영도교에서 생이별을 당합니다. 단종이 시해당한 후에는 64년간 아침저녁으로 통곡을 하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애절한지 인근 부녀자들도 함께 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정순왕후의 정절과 충절은 현 가족사회가 약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로구 특성상 다른 구청의 문화부서보다 업무가 상당할 터, 어떤 일을 어떻게 나눠서 진행하고 있는지 물었다. “종로구는 근현대사의 문화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집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문화 보물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화행사는 보통 문화예술단체를 지원, 육성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종로구문화관광협의회도 문화관광분야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특별히 구성됐고요. 작년 7월에는 창의문화팀을 신설해 신규 문화사업을 개발하고 있어요. 뮤지컬 <비.애.비>도 창의문화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는 그에게 문화재 관리에 대해서도 물었다. “종로구는 어디를 가든 어렵지 않게 문화재를 만날 수 있어요. 저희가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는 흥인지문, 문묘, 동묘 등 83개소 정도입니다. 대부분이 목조문화재라서 숭례문 화재 이후로는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직단과 혜화문, 창의문 등 9개 주요문화재에 대해서는 관리인 60여명을 모집해, 24시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종로구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종로구는 그 자체로 역사의 살아있는 현장입니다. 재개발하려고 땅만 파면 유구가 쏟아집니다. 그런데 유구를 발견해도 신고를 하지 않습니다. 발견한 유구들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한 경우는 오히려 감추기도 합니다. 문화재가 발견되면 재건축을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는 현 실정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그리스의 문화재 관리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스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문화재를 관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한 호텔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건축 현장에서 발견된 유구를 호텔 로비에 진열, 관리하며 관광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거리에서 발견된 유구들은 그 자리를 더 깊이 파낸 후, 그 안에 유구를 담아 강화유리 등으로 덮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유구를 쉽게 볼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자체로서 충분한 하나의 볼거리였습니다.” 그는 문화재를 발굴하는 것보다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작년 말 그는 본지에서 주최한 제1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및 공로상 시상식에서 ‘문화경영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늦었지만 수상 소감을 말해달라 했더니 쑥스러운 듯 말을 이어갔다. “큰 상을 줘서 고맙죠. 그런데 상이라는 것은 앞으로 더 열심히하라는 채찍과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종로구를 문화1등구로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병호 종로구청 문화공보과장은 사직로에서 율곡로, 창경궁로를 잇는 고궁로 조성사업을 착안한 주인공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종로구는 어떤 방향으로 문화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늘 생각해온 질문을 받은 듯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종로구의 문화경영은 콘텐츠를 개발하되 관광과 접목해 수익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한 유명한 축제는 거리행렬을 할 때 중앙과 같이 좋은 자리를 일반인에게 판매해 수익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우리 역시 고궁로의 어가행렬을 재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는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문화1등구’의 종로구를 만들기위해 그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더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나아가서는 어디를 둘러봐도 문화가 살아숨쉬는 도시, 종로구를 만들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서울문화투데이 정지선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