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 문화의 힘이 높은 나라를 꿈꾸다
선거의 계절, 문화의 힘이 높은 나라를 꿈꾸다
  • 권대섭 대기자
  • 승인 2010.03.10 09: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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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전 갖춘 일꾼 뽑을 국민적 안목 절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 하면 족하다...다만 우리가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문화의 힘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한다.”

60여 년 전 안두희의 흉탄에 숨져간 백범 김구선생이 남긴 말이다.

혼란스런 광복정국에서 백범이 이 같은 말을 남긴 것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일이다. 친일파들이 기득권을 지키며, 권력을 유지할 음모를 꾸미고 있을 때 백범은 ‘문화의 힘’이 넘치는 나라를 꿈꾸고 있었다. 어찌 보면 순진한(?) 백범이었다. 와중에 술수와 간계에 능한 이승만은 친일파와 미국을 등에 업고 남한 만의 단독정부를 수립, 대한민국의 아버지가 된다.

 대한민국은 그 후 우여곡절 끝에 발전을 거듭하는 나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50년대 6.25와 독재정권을 거치면서도 60~70년대의 경제발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성과였다. 그 성과를 발판으로 88올림픽도 치렀으며, 최근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의 ‘국민적 희열’도 맛 보았다.

세계의 변방, 작은 분단국가로서 엄청난 저력을 보여준 것으로 자평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자만해 ‘위대한 국민’임을 노래할 수 있을까? 분단된 나라를 하나로 아울러야 할 역사적 과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백범이 말한 ‘문화의 힘이 높은 나라’라는 지표에 비추어 보면 우리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성공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도 아름다운 강산 곳곳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 그 개발로 인한 쓰레기와 공해, 교육을 둘러싼 비리, 소모적 정치, 부익부 빈익빈 구조의 심화, 외세 지향적 국민의식 등 아직도 우리가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이런 현상들에 대해 한마디로 ‘문화의 힘’이 배제된 ‘경제 제일주의’에 함몰된 결과라고 본다.

뒤돌아 보면 60년대 이래 우리는 온 국민이 신들린 듯 ‘잘먹고 잘사는’ 경제 제일주의와 고도성장, 남북대결이란 구호에만 현혹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랬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오늘 대한민국의 명(明)과 암(暗)을 솔직히 말한다면, 수백 년 전 중원 대륙을 석권했다가도 수백 년 만에 중원 속으로 사라져간 만주족이 연상될 때가 있다. 당연히 식은 땀이 난다.

1616년 중국대륙을 정복, 후금(후에 청나라로 국호 개칭)을 세운 만주족은 불과 수백만의 인구로 이미 수억의 인구를 가진 한족을 지배하며 융성을 노래했다. 그러나 그들은 불과 수백 년 만인 1912년에 해체되어 지금은 존재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 지배하는 자의 문화의 힘이 약했기에 오히려 중원의 높은 문화 속에 동화되어 사라져간 대표적 사례가 된 것이다. 이를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에 빗대어 보면 어떨까?

대한민국이 비록 경제로 성공하고, 군사강국까지 된다 하더라도 긍극적으로 맞서야 할 상대는 세계의 문화력(文化力)인 것이다. 마치 청나라가 한때 경제로 융성하고 군사가 강했더라도 중원의 문화 앞에 사라지고 말았듯, 경제제일주의와 군사대결(남북대결)에 치중한 나머지 문화를 등한시한 대한민국과 그 국민은 세계의 문화 앞에 수 백 년 후 존재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중국의 팽창력과 일본의 독자성사이에 놓인 우리의 무기는 무엇인가? 백범 선생이 꿈꾼 그대로 우리나라가 ‘문화의 힘이 높은 나라’ ‘문화대국’이 반드시 되어야 할 이유다.

 얼마 후엔 이 땅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일꾼들을 뽑을 6. 2 지방선거다. 이번 선거에선 특히 “이제는 문화다”라며 자신 있게 문화를 이야기할 일꾼들을 뽑았으면 한다. 문화는 모든 발전, 모든 개발의 기초다.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이야 말로 국가의 천년대계다. 지방선거라 하여 가볍게 여기지 않는 국민의 자세와 문화비전을 가진 일꾼을 가려 뽑을 줄 아는 국민적 안목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