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사랑하는 발레리나, 나비처럼 날다
무대를 사랑하는 발레리나, 나비처럼 날다
  • 류화정 기자
  • 승인 2010.03.12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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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국 발레단 박영진 “발레는 내 운명”

여자라면 발레리나를 꿈 꾼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녀가 처음 발레를 시작한 건 7살 때였다. 지금까지 한 길 밖에 몰랐던 그녀의 삶에 ‘발레’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몸을 재료로 하는 예술영역은 많다. 그녀가 발레를 하게 된 것은 그녀의 선택이자 운명이었다. 과거보다 지금이,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발레리나 박영진을 만나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발레의 시작과 발레리나로서의 삶

발레는 약 두 시간 안에 연기를 펼쳐야 하고 무대 위에서 갖는 여러 가지 제약이나 틀에 의해 엄격하다. 오직 자유로운 것이 있다면 그들이 가진 ‘몸’일 것이다. 틀과 자유를 넘나들며 무대 위를 온통 누빌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발레의 영역인 것이다.

“많이 다치기도 했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너무 좋았어요. 환상처럼요. 음악이 일단 너무 좋았거든요. 무대 위에서 해냈을 때 받는 박수는 자꾸 하고 싶은 매력을 느끼게 해요. 욕심을 내서 계속 무대 위로 올라가고 싶어요. 무대는 분명 긴장 된 곳이지만 정말 좋아해야 올라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최근 김연아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같은 ‘몸’을 재료로 하는 김연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 해주었다.

“김연아 선수도 그럴 거예요. 발레와 비슷한 건 김연아 선수도 정해진 시간에 실수 없이 해야한다는 거예요. 발레도 무대 위에서 그런 게 제일 두려워요. 실수에 대한 두려움! 분명히 연습때 잘했는데 무대에서 무너질 때. 그래서 즉흥적인 것 같아요”

무대 위에 오르는 사람만이 100% 느끼는 두려움을 우리는 가만히 짐작만 할 뿐이다. 그녀도 지금까지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해적>, <에스메랄다>, <차이코프스키> 등 수없이 많은 무대에 올랐다. 그 오름은 끊임없이 두려움과 싸우는 훈련이자 습관이었을 것이다.

발레리나가 다 그렇듯 그녀도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그녀 스스로 콤플렉스로 느끼고 있다는 작은 키.

“단장님은 오히려 ‘네가 작아서 나는 좋다’고 하세요. 키에 대한 콤플렉스 보다는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아프면 손해를 보고 기회를 갖기 어려우니까요”

아프면 손해라는 게 냉정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살아오면서 저절로 경험하고 있는 진실이다. 그녀가 국립 발레단 생활(3년)을 했을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부상이었다.

 “발레는 부상이 많아요. 저는 오래 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다리에 금이 가서 쉬게 되고 살이 찌고, 이런 게 반복되면서 힘들었어요. 1년동안 방황 하면서 그만 둬야하나, 다른 길을 찾으려고도 했어요. 그러다가 이원국 선생님을 만났어요. 무대에서 춤을 추고 싶은 욕심으로 발레를 했기 때문에 다른 욕심보다 무대에 서는 것, 작품에 서는 것 때문에 국립을 그만두고 여기로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대를 사랑하는 발레리나, 박영진

계속 되는 연습과 공연에 지칠 법도 한데, 리허설을 하다보면 저절로 잊게 된다고 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잊을 만큼 무대 아래서도 그녀는 발레리나였다.

“무대 뒤는 항상 긴장이 돼요. 연습을 많이 했을 때는 자신감이 생기고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연습이 조금 덜 됐을 때는 긴장을 하게 돼요. 무대에서는 최대한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요. 가끔은 단원들하고 시작 전에 장난도 치는데, 무대에 올라가면 돌변해요(웃음)”

이토록 무대를 사랑하는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어떤 무대를 꿈꾸고 있을까.

“해보지 않은 역은 일단 다 탐이 나요.(웃음) 로미오와 줄리엣은 꼭 하고 싶어요. 창작 모던 발레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 어떤 역이든 더 인정 받고 싶어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뭐랄까, 한 마리 나비같았다. 오직 무대만을 꿈꾸며 살아오다가 지금 무대 위에서 마음껏 날개짓을 하는 나비말이다. 그녀는 현재 노원문화예술회관 이원국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이다. 앞으로 ‘카르멘’ 그랑 파 클래식과 돈키호테, 해적, 파우스트를 갈라로 한 지방공연이 예정돼 있다. 곧 있을 17일 전주 공연을 위해 열심히 연습 중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다른 색깔, 다른 모습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 유난히 봄이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앞으로 그녀가 무대 위에서 펼치는 날개짓도 봄을 만나 절정이 되리라고 기대해 본다.

서울문화투데이 류화정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