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터의 미술관 활용...청계천을 뛰어넘다
기무사 터의 미술관 활용...청계천을 뛰어넘다
  • 권기섭 대기자
  • 승인 2009.01.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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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섭 대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종로구 소격동 옛 기무사 터를 ‘국립 현대미술관’으로 활용할 것임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지난 15일 문화예술인들과의 신년 인사회에서의 일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문화예술인들과 지역대표들을 함께 만난 자리에서 직접 이같이 밝혔다. 이로써 지난 1995년 이래 10여년 간 엎치락 뒤치락 안개 속에 끌어오던 국군 기무사 이전과 그 부지 활용문제는 정리가 됐다.
이 대통령의 언급에 이어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도 후속 발표를 바로 내 놓았다. 조선시대 규장각과 사간원이 있던 역사적 명소인 기무사 부지를 설치미술, 멀티미디어 아트, 영상예술 등 다양한 첨단 시각예술까지 수용할 수 있는 ‘국립 현대미술관’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유 장관은 “과천 국립미술관이 접근성에 문제가 있어 10여년 전부터 이전을 계획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며 “이번 대통령의 언급은 계획이 이제 실행단계에 왔음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미술벨트 형성, 문화인프라 극대화 5천여 평에 이른 국군 기무사 터와 3000여 평의 대통령을 위한 병원이 함께 있던 터를 국립 미술관으로 조성하는 것은 단순히 미술계의 숙원 하나를 푸는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그것은 또 단순히 하나의 부지를 용도 변경해 활용하는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는 마치 콘크리트 고가도로에 갇혀있던 청계천 물길을 다시 여는 것에 비견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 말하자면 ‘문화계의 청계천 복원’과도 같은 대역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은 청계천 복원 이상의 흥분과 기대감을 주기도 하며, 경제적 효과 면에선 단연 우월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복원된 청계천은 아무리 맑은 물이 흘러도 그것은 이미 자연하천이 아니며, 인공 하천을 유지하느라 막대한 전기세와 시민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무사 터의 국립 미술관 활용은 경복궁 창덕궁 등 주변 고궁과 북촌(가회 · 삼청동), 인사동, 사간동, 광화문 광장 등과 어울려 엄청난 문화적 인프라를 구성하며 막대한 문화관광 시너지와 경제적 수입을 올려 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 당국자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듯, 기무사 터에 미술관이 조성됨으로써 인사동 및 북촌과 연결되는 국내 최대의 미술벨트가 형성될 것이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창조 상상 이야기 가득한 세계명소로 생각해 보면 폐기된 기차역을 재활용한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이나 화력발전소였던 런던의 타테 모던, 공장지대 폐허를 세계적 명소로 만든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도 있다.

이런 미술관들은 하나같이 과거의 황막하던 시설이 아늑한 문화예술공간으로 바뀌면서, 묘한 대비속에 창조적 상상력과 이야기 콘텐츠를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경제 10위권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도 당연히 그들에 견줄만한 미술관 두 세 개 정도는 가져야 문화국가로서의 체면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문화의 세기에는 문화를 잘 다루며, 문화를 이해하고 가꿀 줄 아는 국가와 민족이 흥하는 시대다.

도심 한복판 접근성이 좋은 기무사 터의 국립 미술관은 그 지정학적 위치와 함께 틀림없이 우리 나라와 국민의 문화적 저력과 위상을 높여주며, 세계인이 찾아드는 문화 명소가 될 것이다. 그것은 어떤 상황, 어떤 시대에도 우리들이 추구하며 지키며 가꾸어 내야 할 우리 문화의 DNA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