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설날 앞에서...
우리설날 앞에서...
  • 이은영 편집국장 겸 발행인
  • 승인 2009.01.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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볍씨를 심어야 가을에 수확할 곡식이 있다

저는 손 때 묻은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얼마되지 않은 책 읽기나마에서 추려보자면 앞 사람이 책을 읽으며 묻힌 손 때와 때로는 차를 마시며 읽었음직한 물방울의 둥근 얼룩들에도 정감이 갑니다. 간간이 줄 쳐진 글귀들에 관심이 가고 앞 사람의 관심이나 그 책에서 받은 감동 등을 슬쩍 엿보는 맛도 쏠쏠합니다.

▲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겸 편집국장

이런 말을 하다보니 제가 상당한 독서가인것처럼 비춰집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고백하자면 사실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늘상 독서의 중요성을 들어 권장을 하지만, 정작 저 자신은 한 해를 넘기면서 읽은 책을 톺아보면 얼마되지 않음에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새해가 왔다지만 제가 느끼는 새해는 우리고유의 명절인 설날을 지나고 나서야 진정 새해입니다.

한 후배의 말처럼 새로 맞는 해의 새해 1월은 지난해의 13월에 불과한 느낌이 든다는 말에 상당한 공감이 갑니다.

우리네 연말연시라는 것이 송년회를 몇 차례하고 나면 곧바로 신년회다 뭐다 해서 또 분주히 어수선하게 지나가곤 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은 새 해를 맞아서 지난해를 되돌아 보고 반성을 하거나 또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기에는 상당히 산만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설날'이 있다는 것이 제게는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설을 맞아 새로운 한 해를 연다는 마음을 비로소 가지면서 새해에 읽은 한 권의 책을 통해 한 해의 각오와 다짐을 해 볼까 합니다.

다시금 지인의 손 때 묻은 책을 입수해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어보게됐습니다.  한말씀 한말씀이 주옥같지만 “벼를 심어야 쌀을 얻는다” 라는 신영복 선생님의 책속 한 구절이 한 줄기 희망처럼 다가왔습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합니다.
어렵다고 ,힘들다고 볍씨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어떻게 쌀을 수확하겠습니까? 늦봄에서 여름 가을을 지나는 동안 가뭄도 닥칠 수 있을 것이고 태풍 홍수가 몰아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온전히 뽑히지만 않는다면 쓰러진 볏단을 일으켜 세우면 그 생명은 가을에 실한 알곡을 가져다 줍니다. 스스로의 힘과 자연의 것들,인간의 조력이 볍씨를 여물게 한 것이겠지요.

지난해 창간 당시의 여러 계획들과 각오들을 되짚어 보며 소(牛)띠 해인 올 한 해 ‘서울문화투데이’가 문화를 표방하는 신문으로서 의미와 역할 가치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야 하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봅니다.

서울이 주는 역사와 전통 문화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들... 지역과 문화예술 더해서 이를 바탕으로 우리를 경제를 살찌우게할 관광이라는 상품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것에서 서울문화투데이가 해야 할 역할이 크다는 것에 스스로 어깨가 무거워질 뿐입니다.

여전히 책을 읽기보다는 책을 ‘소유’하고자하는 ‘허영’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저를 경계하며 올해는 이상과 현실 인식과 실천의 문제에 대해 더욱 더 고찰에 고찰을 거듭해야겠습니다.

새해아침 순천낙안읍성에서 그 옛날 모를 심기 위해 쟁기질하던 소를 만났습니다. 그 소처럼 우직하게 꾀부리지 않고 우보천리(牛步千里)로 한 해를 또 열심히 가고자 합니다.  올해는 손 때 묻은 책을 보듯 존경하는 선배들을 좇아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올바른 글을 많이 쓰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 보렵니다.

우리고유 명절인 설날을 맞아 비로소 새해 인사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설날 편안히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