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영시대의 연출자 윤종복 종로문화관광협 사무국장
문화경영시대의 연출자 윤종복 종로문화관광협 사무국장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3.19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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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문화지대, 의미적 가치 너머 실질 경제 가치 올려야”

‘종로의, 종로를 위한, 종로에 의한’ 문화 보전과 관광사업 활성화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윤종복 종로문화관광협의회 사무국장.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는 명심보감을 가르치시며 “너의 이름이 ‘종복’인 이유는 머슴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의미이다. 비록 한문은 틀리지만, 주변사람들의 충실한 종복이 되어 너 자신보다 주변을 위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하셨다고 한다. 그 가르침을 머릿속에 새기고 마음속에 간직한 채 오늘도 누구보다 종로문화관광의 발전만을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는 윤종복 사무국장을 만나고 왔다.

종로문화관광의 날개가 되고파

“현존하는 모든 것들이 다 보물인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종로구가 세계최고의 도시로 인정받으려면 구민들 모두가 문화진흥 의식을 가지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자 종로인이 되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윤종복 사무국장은 문화경영의 깃발을 높이 든 대표적 종로 사람이다.

그는 종로문화관광협의회를 만들어 ‘종로문화의 의미적 가치뿐 아니라 실질적인 가치도 성장시키는’ 일들을 어느 누구보다 많이 해온 장본인이다.

“열악한 여건을 이겨내고 ‘하이종로(http://www.hijongno.co.kr)’ 사이트를 만들어냈습니다. 외국인들이 인사동은 알아도 종로는 잘 모르더군요. 그리하여 약 1400개의 업체를 선정하고 조사해서 ‘먹거리, 살거리, 볼거리’를 알 수 있는 전문적 사이트를 만들게 되었죠”

윤종복 사무국장은 ‘윤동주 시인의 언덕’ 조성사업을 이끌어 오는데도 큰 공헌을 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지만 자칫 과천에 뺏길 뻔했다고 한다. 그것을 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문화 사랑으로 종로에 안착시키게 된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시인의 언덕을 한국판 몽마르뜨 언덕으로 만드는 것이에요. 그로 인해 인근 주거지역들에도 고품격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이고, 의미적 가치와 실질적 가치가 극대화 될 것입니다”

종로구는 묻혀있던 우리 역사 중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애사를 발굴, 지난 2008년부터 정순왕후 추모제를 진행해오고 있다. 오는 4월 초에는 이를 소재로 한 뮤지컬 <비.애.비>가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도 윤 사무국장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

“뮤지컬이 성공하면 또 다른 시너지 효과가 오게 되죠. 이번 기회를 통해 정순황후 추모제가 종로를 대표하는 국가 문화재급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그는 곧 북촌, 북촌은 곧 그

북촌의 전통 주거지역에 펼쳐진 소나무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잘 어우러져 있다. 멋진 소나무 가로수 조성이 있기까지에는 많은 이들의 각고한 노력이 있었다. 그중에는 윤종복 사무국장도 있었다.

“서울 시내의 모든 가로수들을 다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땅에 지저분하게 떨어진 활엽수 잎사귀들, 상가 간판들과 함께 우리 고유 주택들의 경치를 가려버리는 모습 등을 보여주면서 ‘맛과 멋을 가리는’ 활엽수 가로수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죠”

소나무 가로수를 허가 받은 이후에도 그는 소나무 선정을 비롯한 여러 일들을 쉬지 않고 계속했다. 콘크리트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소나무를 선정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엄선했다고 한다.

“감독관으로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무작위로 선발된 동네주민 8명과 함께 소나무 선정을 위해 같이 가기도 했죠. 혹시 모를 이권개입의 오해를 막기 위해 업자가 준비한 식사도 거절했습니다. 직접 고른 소나무에 일일이 도장을 다 찍고 벤딩테이프로 감아서 바꿔치기의 가능성도 사전에 차단했습니다”

윤종복 국장은 북촌 가회동 1번지가 ‘북촌 한옥 보존 지역’으로 지정되어 옛날 방식으로만 살아야했던 당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내부 수리 정도는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한옥 보존 지구 철폐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는 주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어 성공하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정부에서 난데없이 북촌 기존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어중간한 도시계획안을 발표하게 되어 혼란만 야기 시킨 것이다.

하마터면 소중한 문화를 잃어버릴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때 그는 전통을 살리면서 고품격을 만드는 ‘북촌 가꾸기 운동’을 전개해 나간다. 당시 연립주택을 짓고 세를 주려는 사람들이 많아 쉽지는 않았으나 주민 한 사람 한 사람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설득을 했고, 이러한 노력은 전통문화를 지키며 내부만 손볼 수 있도록 절충안을 만들어 서울시의 지원을 끌어들이기에 이르게 됐다.

“자칫하면 난개발로 인해 아무 의미 없이 슬럼화가 될 뻔했죠. 개인의 재산에 대한 문제였기에 설득이 쉽지 않았지만 ‘문화를 중심에 둔 의미적 가치를 올리자’고 계속 설명하고 다녔죠. 의미적 가치가 증가하게 되면 실질적 가치는 배로 따라오게 마련이니까요”

그는 배화여자대학과 산학협력으로 호스피탤리티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외국인에게 감동을 줘 다시 찾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운동은 길안내와 인사 정도의 간단한 외국어를 가르쳐주는 ‘북촌 영어’와 ‘북촌 일어’ 라는 책자를 탄생시키게 된다.

아울러 30년간 쓰레기 집하장으로 쓰던 구조물을 철거하고 ‘관광인포센터’로 만들어 쓰도록 건의해 실행함으로써 외국인들에게 ‘종로 사람들은 외국인을 맞아들일 자세가 되어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 그의 이런 획기적 제안은 한국관광협회와 같은 큰 단체에서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배가 고픈 윤종복 사무국장

종로의 모든 문화 인프라를 관광산업화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그는 ‘리모델링 상담 자원봉사자 육성, 저렴한 예산의 시공 봉사단 구성, 까다로운 시설 자금 융자절차의 간소화’ 를 내용으로 하는 영세 가게 지원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종로 전체의 모든 가게들이 글로벌 시대의 가게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서울 4대문의 각 궁과 궁 사이를 연결해주고, 북촌이나 인사동 등 종로의 명소들까지 이어지는 관광객용 청룡열차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청룡열차는 문화를 관광으로 연결시키는 하나의 문화 네트워크 연결 장치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도로교통법까지 수정해서 도로로 다니고 있을 정도니까요”

프랑스의 법 개정 자료까지 구해 놨다는 그는 청룡열차운행을 앞으로 꼭 해야 할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안전하며 친환경적인 소형 열차가 도심 노면에 다니게 되면, 대중교통 보완효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가능케한 북촌 지역의 여러 훌륭한 어르신들과 주민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고맙다”면서 그분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는 윤종복 사무국장은 진정한 문화인이었다.

서울문화투데이 박기훈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