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이발사',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
'효자동 이발사',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
  • 박솔빈 기자
  • 승인 2010.03.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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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효자동 통인시장

종로구가 발표한 종로 고샅길 20코스에는 <청운효자동 : 정신문화 관광코스>가 있다.

 

 

 

 

 

 

 

 

 

 

효자로(경복궁역)에서 시작해 칠궁(청와대 옆), 故최규식 경무관 동상, 청운공원, 故정주영 자택, 국립농학교ㆍ맹학교 소망의 타일벽화, 우당기념관, 옥인동 한옥길, 통인시장에 이르는 이 코스의 종착지, 통인시장을 방문했다.

통인시장이 위치한 청운효자동은 한옥마을이지만 가회동처럼 잘 정비돼 있지 않다. 한옥과 일반 집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는데다 여러차례 개보수 공사를 거치며 한옥과 양옥이 짬뽕처럼 섞인 집이 대다수지만 걷다보면 어느새 영화 ‘효자동 이발사’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하다.

몇 발자국 만에 동네가 달라지고 좁은 골목길이 산이라도 넘을 기세로 이어지기 때문에 헤매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만 그나마 통인시장은 찾을만하다.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큰길을 따라 내려가기만하면 된다. 가로등에 ‘통인시장길’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날 때까지 걷다보면 왼쪽으로 대형아치가 나타난다.

통인시장은 여느 시장과 다를 게 없다. 맛있는 냄새가 나고 부산스럽고 복잡하지만 평일엔 사람이 없다. 드문드문 서너명의 손님만 지나다니는 길을 조금 걷자 ‘원조 할머니 떡볶이’와 ‘효자동 옛날 떡볶이’ 집이 나타난다. 통인시장은 다른 무엇보다 기름 떡볶이로 유명한데 이 두집이 기름 떡볶이를 팔고 있다.

평일인데도 양복차림의 직장인 두명이 앉아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맛이냐고하는데 전 맛있어요.이게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요.”

기름 떡볶이는 고춧가루와 간장으로 미리 양념해 둔 떡을 손님이 오면 바로 기름에 볶아 판다.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일반 떡볶이와는 달리 고춧가루 맛이 난다. 말 그대로 정말 고춧가루+기름=고추기름 맛이다. 특이한 맛을 가진 이 떡볶이는 호불호가 극렬하게 나뉜다. 기름 떡볶이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옛맛을 찾는 어른들이고 단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신기하게 어릴 때 먹던 맛이 그대로 나요. 그래서 그 맛이 그리울 때 많이 찾아요.

식용유에 달달 볶은 떡볶이가 나왔다. 늘 보던 떡볶이 국물 대신 기름이 흥건하다.

“또 뭐 어디에서 왔어?”

블로거들이 자주 방문한다는 기름 떡볶이집 할머니는 카메라 꺼내는 폼만 봐도 척하면 척이다.

“주말엔 여럿이 와서 먹고 사진 찍고 뭐 적어가고 그래. 뭘 맨날 물어보고...”

떡볶이집을 들렀다 시장을 한바퀴 돌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날이 저문 효자동을 걷고 있자니 그늘이 내린 한옥과 카페들이 제법 운치있었다. 멋스러운 카페거리로는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삼청동도 불과 2~30분 거리. 통인동, 옥인동, 삼청동, 효자동은 청운효자동(행정동)에 속해 있는 법정동으로 그 거리가 걸어서 30분 내외다.

통인시장과 옥인동 한옥마을, 경복궁과 삼청동 카페거리를 지나 인사동에 이르는 청운효자동 코스는 혼자 떠나는 사진 나들이로도,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데이트 장소로도 그만이다.

박솔빈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