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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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를레앙 허(허성우)
  • 승인 2010.03.2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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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맥베드>/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이탈리아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피자, 파스타, 모짜렐라 치즈,페라리, 피사의 사탑, 로마의 휴일, 물위의 도시 베네치아 그리고 오페라이다.

세계의 주요 도시에는 그 도시를 상징할만한 오페라하우스가 있다. 인간에 의한 예술의 최고의 자리에 오페라를 추천한다고 해도 문명화된 시민사회에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생적인 오페라인 판소리중심의 창극이 일단 노와 가부끼를 경쟁상대로 도약을 결의해 보지만 현재까지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오페라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무척 힘들어 보인다.

오늘날 전세계의 오페라 애호가들은 자국을 대표할만한 오페라 하우스에서 이탈리아의 작곡가 푸치니와 베르디의 오페라를 보면서 열광하고 있다. 이탈리아인의 자부심은 바로 이 오페라 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페라는 뮤지컬이나 연극에 비해 음악의 비중이 높은 장르이다. 과정이 비극적이어도 결말이 해피엔딩이면 오페라 부파나 코믹으로 분류하고 과정이 희극적이어도 결말이 비극적이면 오페라 세리아라 불린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글룩의 오페라개혁에 의해 19세기 이후의 오페라세리아하면 보통 그랜드오페라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할 만한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가 바로 프랑스 그랜드오페라를 완성시킨 작곡가이다. 나비부인,라보엠,토스카의 작곡가 푸치니의 작품들을 멋스러운 세미정장에 비유한다면 베르디의 작품은 진지한 모임에 어울리는 정장에 비유할 수 있겠다.

19세기의 이탈리아는 도시국가로 분열되어 있는 혼돈의 시대였다. 이때 이탈리아의 통일운동에 기름을 부은 이가 바로 주세페 베르디였다. 당시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의 압제하에 있었다.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작품 맥베드를 오페라한 베르디는 이 작품에서 던컨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맥베드가 이탈리아 민중을 억압하는 오스트리아로 상징되었기 때문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다.

예술의 전당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이 동장군의 기세가 여전한 2010년 초봄에 겨울의 비장함과 초봄의 새희망을 동시에 전해줄 수 있는 작품인 멕베드를 선보이고 있었다.

1962년에 창단된 국립오페라단은 2000년 국립극장 산하단체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이후 현재는 (주)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이 2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창작오페라를 공모하거나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오페라의 대중화에 선두적인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베르디의 작품 가운데 바리톤이 주역을 맡는 작품이 몇몇있는 데 나부꼬, 맥베드가 그와 같은 것이다. 바리톤 고성현은 이 역할을 충분히 잘 감당할 수 있는 세계적 역량을 지니고 있는 이미 검정이 끝난 한국의 국보급 성악가이다. 레이디 맥베드역할을 맡은 세계적인 드라마틱 소프라노 알렉산드라 레짜와의 호흡은 예상대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테너로서는 한국인 최초로 데뷔한 이정원의 막두프 역할 또한 짧았지만 강한 임팩트를 주었다. 명불허전이었다.

1985년에 창단하여 현재는 예술의 전당 상주단체로서 국내 교향악단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코리언심포니의 셈세한 오케스트라 반주나 1973년에 창단한 국립합창단원들의 열정적인 참여는 한국의 오페라 수준을 가늠케 하는 시금석이 되어 주었다. 필자는 호즈 시드니오페라하우스나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등 세계적인 극장에서 여러 오페라를 본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평가하자면 내가 본 국립오페라단의 맥베드는 세계적인 수준 그 이상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제는 서양음악을 제대로 배울려면 전세계에서 한국으로 몰려와야 할 지도 모르겠다.

프랑스를 예를 들자면 그 땅은 성악이 무척 약하다. 세계적인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 상주 합창단의 수준은 최악이다. 심지어 종신고용을 보장하는 바스티유 오페단의 합창단원들의 구성원들의 상당수는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한국 유학생들이다. 고급인력은 자국내 자체 조달이 힘들다는 반증일 수 도 있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멕베드 공연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연출이다. 무대장치나 의상, 조명에서 부족한 예산속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노력의 흔적이 묻어나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주었다.

오를레앙 허 press@sctoday.co.kr

   
오를레앙허(본명 허성우)/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음악교육과 전공, 프랑스 파리 유학.
IACP, 파리 빌에반스 피아노 아카데미 디플롬, 파리 에브리 국립음악원 재즈음악과 수석 졸업.
재즈보컬 임미성퀸텟의 1집 ‘프린세스 바리’ 녹음 작곡과 피아노.
제6회 프랑스 파리 컬러즈 국제 재즈 페스티벌 한국대표(임미성퀸텟)
제1회 한전아트센터 재즈피아노 콩쿨 일반부 우승
현재 숭실대, 한국국제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