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코 독보적인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
단연코 독보적인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
  • 정지선 기자
  • 승인 2010.03.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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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관람으로 2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

연일 쏟아지는 수많은 로맨틱코미디 뮤지컬! 독특한 뮤지컬이 등장했다.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가 바로 그것.

1막과 2막이 각기 다른 작품으로 구성된 새로운 스타일의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는 독특한 형식미를 세련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작품은 오프오프브로드웨이를 거쳐 1988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돼 큰 호응과 함께 토니상 작품상, 대본, 작곡/작사,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바 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배우 역시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는 조정은과 한국 뮤지컬계 기대주 최재웅, 이율, 전나혜와 함께 실력파 보컬 그룹 V.O.S의 리드보컬 박지헌이 동반 출연한다. 연출 김달중과 음악감독 변희석 등 뮤지컬계 최정상급 크리에이티브 스태프가 가세해 더욱 기대를 모았다.

삶이 지겹고 냉소적인 상류층 주인공 남녀가 벌이는 사랑 찾기인 1막과 기혼남녀의 결혼과 불륜, 사랑과 우정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여줄 2막으로 이뤄진 이 작품은 싱글 혹은 커플 누가 관람해도 고개를 끄덕일만하다.

진정한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달콤 쌉싸름한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는 오는 4월 18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1에서 공연한다.

 

 

 

 

 

 

▲왼쪽부터 이창용, 전나혜, 박지헌, 서지유

가수 V.O.S 리더, 박지헌은 요즘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뮤지컬 <로맨스로맨스>의 공연 기간이 1/3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보통 사람들은 익숙한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배우를 포함한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얼마나 고된 일인가. 대중들이 늘 새로운 모습을 원하니 말이다. 가수 박지헌은 과감히 배우 박지헌으로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섰다. 그 모습이 꼭 장난기 넘치는 개구쟁이 같아 보였다. 배우 박지헌, 그가 생각하는 뮤지컬 무대의 매력은 무엇일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웃음) 내가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아요. 눈동자를 굴리고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것까지, 관객들이 다 보고 있잖아요. 무대에 서면 발가벗겨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바로 그것이 소극장의 매력이 아닌가. 배우가 흘리는 땀 한 방울까지도 관객에게 가감 없이 전달되는 것 말이다.

이 극은 1막과 2막으로 나눠져 있다. 하지만 큰 스토리의 맥락은 진실한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남녀 이야기다. 얼핏 생각하면 ‘그 사랑 이야기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겠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극과 비교했을 때, 이 극만이 갖는 차별성은 무엇인지 조세핀 역을 맡은  전나혜가 입을 열었다.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극이에요.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잖아요. 예쁜 모습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모습도 갖고 있다는 것을요. 어떤 이야기보다 사실적이라서 숨기고 싶어 하는 모습까지도 다 드러나거든요. 저는 그게 오히려 이 극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남녀를 연기하는 그들은 정작 진실한 사랑을 믿고 있을까. 박지헌은 단언했다. “로맨스는 결국 속임수”라고. 전나혜가 박지헌의 대답에 살을 붙였다. “1막을 보면 진실한 사랑을 찾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숨긴 채 서로를 속이는 커플이 등장해요. 그런데 결국 그들은 속이려다 자신이 속아 넘어가요. 진실한 사랑이요? 어쩌면 그것 역시 착각일지도 모르죠.(웃음)” 아이러니하다. 그래도 우리는 로맨스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말이다.

2막은 친한 친구 사이의 두 기혼남녀가 여름 별장에서 벌이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과 우정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들은 남녀사이의 나눌 수 있는 사랑과 우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박지헌은 “남녀 사이의 우정은 가능한 척 하는 것일 뿐이죠”라고 말했다. 이창용 역시 손사레를 치며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전나혜도 불가능하다는 의견에 한 표를 던졌다. “사실 우정 혹은 의리하면 얼마나 깊은 감정인데요. 만약 남녀가 그 감정을 나눌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것이겠죠.”

단 한 명, 서지유만이 남녀 사이의 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저는 실제로 그런 친구가 있어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고, 타인들이 오해할 수도 있지만요. 전 남녀 사이의 우정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과 우정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아마 시공간을 초월해 끊임없이 등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소재이자 풀리지 않을 문제 중 하나로 남을 듯싶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된 배우들과의 인터뷰는 끝이 나지 않을 듯 했다. 하지만 공연을 앞둔 그들을 마냥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더니 박지헌이 입을 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어요. 하루는 이런 기사가 났더라고요. ‘박지헌, 스타 티 안내려고 해요’ 그런데 그 제목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묘한 뉘앙스를 풍기잖아요. 웃지못할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저는 가수 박지헌이 아닌 배우 박지헌으로 이번 무대에 설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대학로에 오는 것만으로도 일상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거든요.”

때로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나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기자는 인터뷰하는 박지헌의 모습 그리고 무대에서 알프레드로 열연하는 박지헌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금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한창 여행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여행에서 만난 전나혜, 이창용, 서지유라는 친구들과 함께 한바탕 재미지게 놀고 있는 중이라고.

인터뷰 내내 배우들과 함께 로맨스에 대해 토론 아닌 토론(?)을 펼쳤다. 기자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로맨스가 속임수든 착각이든 사고든 그 무엇이든, 그것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기에 우리는 알면서도 속고 속이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서울문화투데이 정지선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