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소가 사람을 울린다 ‘워낭소리’
기축년, 소가 사람을 울린다 ‘워낭소리’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1.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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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소의 해, 지난 1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최고흥행작 ‘워낭소리’

KBS 추석특집 다큐멘터리 <한국음식에게 말을 걸다>로 2008 KIPA(독립제작사협회) 대상을 수상한 독립 방송 다큐멘터리계의 대표 연출자 이충렬 감독의 작품이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팔순의 농부 최노인와 할머니, 그리고 마흔 살 늙은 소의 아름다운 동행을 그리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삶의 터전인 논밭으로 향하는 무뚝뚝한 노인과 그의 길잡이가 되어주며 곁을 지킨 덤덤한 늙은 소. 그저 평화롭기만 하던 어느 봄, 최노인은 수의사에게서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게 된다. 소의 수명은 평균 15년, 최노인과 함께한 소는 무려 마흔 살.

“소와 함께 죽겠다”는 최노인과 오랜 동료로 일생을 함께해온 늙은 소에게서 헤어짐에 대한 그리움과 처연함이 농밀하게 나타난다.

‘워낭소리’는 여타 다큐멘터리들이 흔하게 내세우는 내레이션도 없고, 화끈한 사건도 없다. 평생 할아버지만을 바라보고 산 할머니의 끊임없는 신세 한탄과 지청구가 대사의 8할을 차지하고, 그런 할머니의 절절한 토로에도 눈 하나 꿈적 않는 할아버지와 말 못하는 늙은 소 한 마리가 영화의 모든 것이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소의 관계에 대한 오랜 관찰자로서 대사를 통해 내레이터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뼈가 있는 주옥같은 반어법 대사들은 소위 할머니 어록이라고 할 만큼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HD로 촬영해 아직도 도시화되지 않은 촌락의 자연 풍경을 가감 없이 담아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하고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영화 속 인물들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새소리, 풀벌레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영화 전체의 BGM으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적재적소에 배치된 절제된 음악사용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음은 물론 극의 클라이막스에서 가장 큰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다큐멘터리부문 최우수상인 ‘피프메세나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서울독립영화제 2008에서 관객상 수상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확실한 입증을 받았다.

이와 함께 선댄스영화제 2009 월드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도 초청돼 영화가 가진 진심의 울림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