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에서 정신으로, 정신에서 무의식으로
물질에서 정신으로, 정신에서 무의식으로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3.28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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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까지 열리는 아트플러스 기획초대 노재승전 '미완의 공백'

조각가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묵묵히 걸어온 노재승의 예술과 삶의 철학을 조명하는 기획전인 ‘미완의 공백전’이 펼쳐진다.

▲『미완(未完)의 공백(空白)』, 44x17x45cm, 30x17x4cm, 대리석

아트플러스의 기획초대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의 1부는 오는 29일까지 인사아트센터(종로구 관훈동 소재)에서 열리며, 2부는 오는 5월 12일까지 가일미술관(경기도 가평군 소재)에서 선보인다.

노재승 작가의 작품세계는 70년대의 ‘역(力)에 의한 유출(流出)’, 8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도된 ‘사유(思惟)에 의한 유출(流出)’, 그리고 작금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미완(未完)의 공백(空白)’, 세과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역의 유출’이 사물이 지닌 비가시적인 내적 에너지를 분출의 형태로 가시화했다면, ‘사유에 의한 유출’에선 사물을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해 사유와 조형을 융해했다.

▲『미완(未完)의 공백(空白)』, 가변설치, 화강석

이어진 ‘미완의 공백’은 물질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무의식적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내보이고 있다. 그는 조각이라는 3차원의 공간을 통해 의식세계의 정제되지 않은 또는 완성되지 않은 표상을 담아낸다.

1978년의 첫 개인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넘게 조각가 노재승의 작품을 떠받치고 있는 세 지주는 ‘힘’, ‘사유’, 그리고 ‘미완’이다.

그의 작업은 견고한 물체 내에 내재해 있는 비가시(非可視)적인 힘, 혹은 에너지가 충동적 몰입에 의해 폭발적으로 분출해 나오는 현상을 원심적인 율동의 형태로 조형화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형태만 생각한다면 석탑 또는 맷돌과 같은 우리민족 고유의 기물을 연상케 하지만 그 안에 자리 잡은 ‘조형적 사고’, 이른바 유출의 현상을 지배하는 내부적인 힘과 의식의 원천을 유도해낼 수 있다.

마치 베르그송의 직관이 물체의 내부의 힘(interios force)을 관통하듯 그의 마음의 상태는 불가지적(不可知的)인 힘이 되어 물체 내에서 스스로 잉태하고 용해되어가고 있다할 수 있다.

한편 노재승 작가는 지금까지 서울, 미국, 일본 등에서 총 8회의 개인전을 가진바있으며, 아세아 현대미술전, 쌍파울로 비엔날레, 한국 현대 미술 이태리전, 르쌀롱전 외 국내외 단체전 350여회를 치렀다. 신천미술관상, 국전 26회 문공부장관상, 그리고 제2회 문신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현재 홍익조각회와 광장조각회 명예회장 및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명예교수직을 맡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박기훈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