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과 함께 막을 내리다
[리뷰]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과 함께 막을 내리다
  • 박희경 기자
  • 승인 2010.03.28 21: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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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통영국제음악제, 통영이 배출한 거장 윤이상의 곡으로 폐막식

 지난 25일 세계적인 음악의 축제 통영국제음악제가 그 막을 내렸다,

▲  가곡 '나그네'와 '그네'를 열창한 바리톤 김종홍과  피아니스트 이영우
이날 '音樂+윤이상 : 윤이상을 기리며' 라는 주제로 열린 연주회는 가곡 ‘나그네’를 시작으로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공간 Ι’, 가곡 ‘그네’와  ‘알토 플루트를 위한 살로모’,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율’ 그리고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트리오’로 막을 내렸다.

 윤이상은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음악에 대한 소질을 보였다. 그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음악원에서 작곡수업을 마쳤고, 고국에 돌아와 1946년부터 통영과 서울에서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가곡 ‘나그네는’와 ‘그네’는  6.25 전쟁 이전까지 작곡한 총 5곡의 가곡을 모은  가곡집 ‘달무리’에 실려 있는 곡이다. 윤이상은 가곡집의 서문에 ‘가야금, 거문고, 북과 같은 국악기로 반주하여 노래할 수 있다’라고 적었다. 전통 음악적 재료를 서양음악과 결합해 한국적인 표현을 시도한 것이다.

 6.25 전쟁후 유럽으로 건너간 윤이상은 처음으로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 이라는 곡을 썼다.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이영우가 연주했다.

▲ 피아니스트 이영우. 이날 페막식에서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 등 을 연주했다.

윤이상의 음악은 흡사 전위예술 같다. 음들이 서서히 분리하며 떠오르다가 급격히 타오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묘연히 사라지듯 끊긴다. 하지만 끊긴 것이 아니다.  연주자가 고요하게 멈추었다가 다시 음을 쫒는다. 연속성이 있다.

 피아노 뿐 아닌 첼로, 바이올린 , 플루트 , 클라리넷 모든 악기가 마찬가지다. 사실 연주자 입장에서 보면 윤이상의 음악은 연주하기 까다롭다고 한다. 관객 입장에서도 감정을 몰입하기 힘든 곡이다. 하지만 몰입하게 되면 애절하고 때로는 절규하는 듯한 그의 음악에  예민해진다. 고요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긴장이 있어  한 순간도 음을 놓치기가 쉽지 않다.

 마치 민속무용의 대가 공옥진 여사의 춤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서양의 연주기법에 동양적 정서가 여실히 담겨 있다. 이것이 동양과 서양의 전통을 절묘하게 공존시켜 독특한 선율로서 현대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그의 음악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주한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트리오’는 그의 실험적인 음악성이 확연히 드러났다.

 피아노 연주자는 건반을 연주하다가 갑자기 일어서서 줄을 뜯는다. 피아노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음에 조용히 반주하면서도 건반의 독창성을 숨기지 않는다.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자는 음을 뜯기도 해 타악기적인 속성을 보여줬다.

 공연이 끝난 후 부산 신라 대학교 대학원 음악학부에 재학 중인 김경란 씨(여, 24세)는 ‘피아노과에 다니는데 통영음악제로 엠티를 왔다. 솔직히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은 난해하다. 하지만 연주에서 새로움을 시도하는 것이 보였다. 특히 피아노를 건반 만이 아니라 줄의 울림으로도 음악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이 구나 라고 느꼈다.’며 감탄했다.

 윤이상은 동백림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아 자살시도까지 하다가 독일로 망명해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우리나라 보다 외국에서 먼저 위대한 음악가로서 이름이 알려진 거장 윤이상. 그는 일본을 오가며 그리운 고향 통영을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음악은 조국의 예술적 철학적 미학적 전통에서 태어났고, 고향은 나의 창작에 다시없이 귀중한 정서적인 원천이 되었다. 내 음악의 모태는 통영의 숲과 바다, 갈매기, 고기 잡는 소리이다.’ 살아생전 윤이상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음악적 영감은 통영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한국 음악을 들려준 거장 윤이상. 우리는 조국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타계한 그의 위대한 예술성을 영원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  2009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입상한 첼리스트 게오르기 아니첸코.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예 첼리스트다.
▲  커튼콜에 응하고 있는 연주자들.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 박희경 기자 cnk@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