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일본속보] 조선 학교에 날아온 칼날과 비열한 협박문
[이수경의 일본속보] 조선 학교에 날아온 칼날과 비열한 협박문
  • 이수경(도쿄가쿠게이대학)교수
  • 승인 2010.03.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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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화 교류의 장 마련되면 다문화 사회의 건전한 가교 역할 할 것”

작년 12월에 필자는 교토에 있는 재일 조선 민족 초등학교에 우익단체가 찾아와서 일본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이유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위협을 가해, 학교 등교를 거부하는 어린 동심이 받은 상처를 안타까워하는 글을 적은 적이 있다.

필자 이수경 교수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희망인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할 교사의 입장이기에, 어떤 이유든 어린 아이들을 어른들의 이기적 목적을 위한 협박으로 가슴에 상처를 내는 행위를 용서하는 무질서한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더욱이 장단점의 전통 문화를 수정 개선하며 다양한 문화국가로 성장해 온 일본사회가, 비록 극소수의 행동이라 할지라도, ‘김치 냄새나는 민족 꺼져라’등 유치한 트집을 잡으며 자신들의 생활 불만을 한반도 문화 전체에 대한 모멸과 비판으로 모는 행동에는, 일본 정부의 수치를 표출하는 것이기에 사회를 위한 진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행히도 3월 24일, 교토 지방 재판소는 우익단체인 ‘재일(외국인)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 모임’(이하 재특회)가 학교 주변에서 민족차별 발언으로 소동을 피우며 비방 중상을 하는 그들의 난동 행위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내렸다. 물론 지금 진행 중인 재특회에 대한 형사 재판의 결론은 주시를 해야겠지만, 적어도 재특회의 편협적 움직임에 대한 사회전체 기능을 고려한 금지처분은 평가할 필요가 있다.

만약 재특회의 모임이 현재의 한일 병탄 100년의 근대사 청산에 대한 움직임에 대한 불만과 일본 사회의 불황으로 인한 자신들의 생활 불평을 외국인 배척 움직임으로 확대한다면, 일본 사회가 지향하는 관광입국은 물론, 국제화 사회를 지향하는 정부정책도 난항을 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도요타 문제 등으로 세계시장에서 신뢰성 회복이 절대적인 일본 사회가 주변 이웃에서조차 외면을 당한다면 급격한 글로벌 사회의 움직임 속에서 치명적인 고립을 할 수도 있다는 현실 판단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 그렇기에 교토 지방 재판소의 빠른 가처분 판결은 사회적 기능성을 생각한 당연한 판단이라 생각한다. 또한 많은 시민들의 양심적 옹호도 큰 도움이 되고 있기에 필자는 그 소식으로 약간 안심을 하던 찰나였다.

일본 정부의 고등학교 무상화 정책에 대한 재일 조선학교 지원정책의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중인 3월23일, 항구도시 고베의 조선고급학교 허광 교감 앞으로 칼날이 든 협박문이 날아왔다. 필자가 보고서 놀란 것은, 그 필체의 엉성함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도 무감각적으로 쉽게 죽인다는 말이 적혀져 있는 것이 아닌가.

배달된 칼날과 협박문

칼날 왼쪽부터 협박문을 직역하자면, ‘커터나이프는 잘 잘려. 조선인에게 시험해 보겠어’라고 굵게 적혀져 있고, 그 옆에는 ‘재일 한국쨩 참정권 반대’의 글씨도 적혀있다. 옅은 붉은 색 글씨의 협박도 굵은 글씨 주변에 휘갈려져 있다. 다른 협박문에는 ‘바보 지사 이도는 춍(조선인의 차별 비하용어) 고등학교에 조성금을 지원하므로 가까운 시일에 죽일겁니다. 춍도 그참에 범하고(죽이고), 조선 고급학교 통채로 불태워 드리죠’라는 혐오스런 위협문이 돼 있다.

이 편지는 같은 날, 고베시의 행정 관할청인 효고현(도)청의 이도 도시죠(井戸敏三)지사 앞으로도 보내졌는데, 효고현내의 조선학교(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계7개 학교 1300명 재학중)의 조성금 지원에 대해서 지사가 조선 민족 학교를 다른 외국인 학교와 차별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한 반발적 편지였던 것이다.

이런 살의를 내포한 협박문과 살해 의사를 표명하며 칼날을 보낸 범인에 대한 법적 처벌은 당연히 어떤 형태든 일본 사회가 양심표현을 하겠지만, 이러한 우익들의 움직임이 최근 일본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기존의 우익의 이미지와는 다른 젊은이들도 최근의 경기 침체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 삶의 목표를 잃고 주저하는 일본 사회의 현실에서 그들과 행동을 같이 하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현상이다.

지난 2월 21일,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는 외국인 참정권 반대 운동이 있었다.

한국도 OECD 자살대국이니 성범죄 강간왕국으로 외국에서 한국인 남자와 결혼 금지라는 뉴스와 청년 실업자 170만명 시대라는 어두운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고, 일본도 98년 이후 매년 3만명 이상의 자살자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올해 일본 법무성 인권 옹호국의 통계에 의하면 인권침해 총수가 2만건을 넘고, 그 중에서도 아동 학대는 과거 최대인 725건에 이른다니 실로 가슴이 무겁다. 게다가 일본 통계국에 의하면 1월 완전 실업자 수는 323만명으로 작년보다 46만명이 증가해 있으니, 젊은이들의 취직불황이 결국 이런 우익들 같은 조직행동에서 자신들의 암울함을 달래는 부분도 없지 않다.

2월21일, 야스쿠니 신사 앞

필자는 교토 도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우익들을 볼 기회가 많았는데, 최근의 우익이라 지칭하는 조직의 구성원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게 특징이라고 느껴졌다. 저렇게 어린 아이들이 무슨 의식이 있고 무엇을 알까 하는 노파심과 더불어, 사춘기의 발로겠지 평생 우익으로 살지는 않을거야 하는 마음을 가질 때도 있다.

저런 젊은 친구들을 사회적 활동을 위해서 농산업 교육을 시키고, 고령화로 인한 지역 의료 복지 노동력 및 농어촌 인력이 부족한 현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청년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정부가 빨리 마련하여 고용 창출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득하다. 그리고, 신 자유주의 글로벌 경제로 인한 경제 불황의 태동이 세계 규모로 일어나는 현실이기에, 한국도 일본도 하나의 사회속에서만 정책을 모색할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적 고용 방안을 마련하려는 글로벌 경제대책안을 통하여 좀 더 미래지향적인 국경을 초월한 기술 교육과 취업 창출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에 와 있지 않을까?

다양한 기술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촉진을 통해 건전한 인력 확보를 적극적으로 해 나간다면 이렇게 젊은 혈기를 어리석은 공갈 범죄나 자신의 사회가 지향하는 국제화 정책을 방해하는 배타적인 마이널리티 반대 운동에 가담할 청년들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직접 만나서 대화 할 용기는 없으면서 성실히 살아가려는 사람들 뒤통수나 치려는 어리석은 공갈 위협에 쾌감을 느끼는 범죄를 엄격히 처벌함과 동시에, 일본 정부의 실업자 감소를 위한 다양한 고용 창출을 위한 교육적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들이 교육받고 터득한 기술등을 통하여 해외 교류의 기회가 제공되고, 타 문화권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배울 이문화 교류의 장이 마련된다면 그들은 국제화 다문화 사회의 건전한 가교역할에 눈을 뜨게 될 것이고, 일본 정부로서도 그릇된 감정으로 우행을 범하는 청년 범죄의 확률을 줄이는 미래의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이수경(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