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진 이사장, “연극은 살아있다”
정재진 이사장, “연극은 살아있다”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1.2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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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순수연극 지향, 자신감 고취 중요
‘문화지구’ 의미 되새기고 지원정책 변화시급

2004년, ‘대학로’가 공연의 메카이자 젊음과 문화의 거리로써 유흥 및 향락가로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고 예술의 진정한 메카로 발전시키기 위해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그 역할을 뚜렷이 하지 못하고 5년이 지난 지금, 문화지구라는 말이 부끄러워지고 있다.
정책적인 지원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상업화 되고 있는 대학로의 안타까운 현실이 지적되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와 대관비, 무분별한 소극장 난립, 순수연극이 아닌 뮤지컬과 코미디로 공연 수준이 떨어지고 있으며, 연극인들은 정부 보조금으로 겨우겨우 소극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대학로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한국소극장협회 정재진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현재 연극, 영화뿐만 아니라 방송에서까지 연기 활동 중이며, 이화동사거리에서 소극장을 운영하는 대학로의 산 증인이다. 지금 그가 운영하는 대학로극장에서는 ‘발자국 안에서’라는 순수예술작품을 공연하고 있다.

▲  침체된 연극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정재진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정부가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정하고 일정한 지원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지원금은 얼마나 되며,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는지, 또 지원에 있어 문제는 없는지?

정부나 시, 구는 문화지구를 지정해 우리 연극인들을 대학로로 끌어들이고는 정작 정책적인 지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원금 없이는 공연 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 것이 대학로 소극장들의 현실이다.
10여개의 소극장이 2~3천만원 지원 받아도 열흘에서 보름정도 밖에 공연하지 못할 정도로 적은 액수다.
게다가 20~30개가 적당한데 현재 소극장이 120여개나 되니 경쟁이 더 치열하다.

선진국은 공공성이 강한 ‘극장’에 주는데 우리나라는 ‘극단’에 준다. 극단은 개인이라 작품에 돈을 들여 좋은 공연을 해야 하는데 매년 부족한 지원금 때문에 한계가 있다.

작품을 심사해서 작품성에 근거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 양식으로 지원하고 있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작품을 많이 배출해내는 ‘극장’에 지원금을 주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와 시, 구는 대학로를 왜 문화지구로 만들었는지 그 처음 의도를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동숭동과 혜화동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은 소극장도 있고, 공연장 대관료도 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매물로 소극장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임대료와 공연장 대관료, 왜 이렇게 치솟고 있나?

공연장 대관료와 임대료는 비례관계이다.
부동산, 복덕방들이 임대료를 올려 받으라고 건물주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개인 자본주의를 인정하기 때문에 협회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중심부에 몰려있는 공연장은 관객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이점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중심부 소극장으로 몰려들고 비싼 대관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공연장을 빌려 쓰는 것이다.
몇 몇 소극장들은 자구책으로 혜화로터리 주변 명륜동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공연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소극장들은 더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넘쳐나는 대학로 소극장들끼리의 경쟁은 어느 정도이며, 소극장과 나아가 대학로 발전을 위해 소극장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연극은 대한민국 국민 5%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주 보지 않아서 정보에 무지한 관람객들을 데려가기 위해 일부 소극장에서 호객행위로 꿰어내고 있다.

그렇게 본 공연이 훌륭하면 다행이지만 최악의 경우 관람객들에게 다시는 연극을 보고 싶지 않은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결국 대학로나 연극에 대한 이미지까지 망치고 있는 것이다.

소극장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한 대학로는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소극장들도 정부지원에만 의존하고, 호객 행위로 관객을 유인할 것이 아니라 작품의 질을 높여 경쟁력을 키우는데 힘써야 한다.

또한 타 소극장들과 모두 합심해 아이디어를 찾아 더불어 살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도 연기를 해오고 있는 연극인으로써 대학로 연극 수준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연극인으로써 부끄럽다. 개척정신이 없는 현재의 연극인들은 겁을 먹고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 잘 된다니까 벌떼처럼 몰려들고 있는 거다.

순수연극과 창작연극이 잠식당하고 뮤지컬과 코미디가 30~40%를 차지하면서 더 다양화 되어야 할 연극 장르가 획일화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이 산적한 가운데 협회 차원의 개선 방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 달라.

한국소극장협회에서 대학로 소극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120개가 넘는 공연장을 5인용 자전거를 이용해 아르코예술극장 앞에 있는 안내소에서부터 공연장까지 안내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잘되면 자전거가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연극이 많이 침체돼 있고 국민들에게 잊혀져가고 있어 ‘연극은 살아있다’와 ‘가자, 만나자, 함께 나가자’라는 두 가지 슬로건으로 연극을 일으키고 대학로를 더 많이 알릴 것이다. 

   인터뷰   이은영 국장 young@sctoday.co.kr
기획·정리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