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묻지 않은 풋풋함, 연기 열정은 ‘킹왕짱’ 김동화
때 묻지 않은 풋풋함, 연기 열정은 ‘킹왕짱’ 김동화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1.21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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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청소년독백연기 경연대회’ 문화부장관상 수상, 연기력 인정
연기파 배우 ‘조디포스터’와 전도연의 카리스마 닮고 싶어

김덕호 감독의 영화 ‘Let' it be’(가제)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열심히 맞고 또 맞고... 맞다가 쓰러져 울고 있었다. 역할을 위해 너무 앳된 얼굴을 숨기려고 파우더를 바르고 빨간 입술로 치장한 채 10대에 임신한 술집 소녀역할을 당차게 해내는 그녀.

감독의 O,K 사인이 나자 “아이고 추워”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귀여워보였다.

나이보다 더 어려 보여 올해 대학을 입학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재차 나이를 묻자 수줍게 웃는다. “어리게들 봐주셔서 앞으로 개봉될 ‘동자 대소동’이라는 남기남 감독님의 어린이 영화에서 어린 학생역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뒤이어 “프로필 사진에는 나이 들어 보여서 속상해요”라며 울상을 지을 만큼 아직 어렸다.

지금 출연하고 있는 작품 캐스팅이 들어왔을 때 10대 청소년이 임신한 역할이라 당황스럽고 얼떨떨할 수도 있었겠다는 걱정에, 오히려 “쉽게 해볼 수 없는 역할이라 신선하고 좋은 경험일 것 같아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라며 웃는 그녀.

처음으로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흔하지 않은 배역이라 욕심이 났다는 동화양은 주어지는 역할은 뭐든지 다 해보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강한 열정을 내비쳤다.

맡은 역할, 상황 유추해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파

그녀는 작년 6월, 한국대학연극학과교수협의회, 한국연극협회, 밀양연극촌이 공동기획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7개 유관기관에서 후원한 제16회 젊은 연극제에서 열린 ‘전국 청소년 독백연기 경연대회’에서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영화 ‘Let' it be’에서 10대에 임신한 술집 소녀의 감정선을 어떻게 이끌어냈는지 물었다.
“그녀는 거창하게 말하면 비련의 여인이에요. 10대 소녀가 어째서 술집에 가야만 했는지, 어떻게 임신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여러 가지 정황을 유추해내고 인터넷도 찾아봤어요. 어떻게 보면 비슷한 나이기 때문에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독백연기경연대회에서 연기한 ‘잘자요 엄마’의 ‘제시’역보다 한결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원래 꿈이 배우가 아니었냐고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목소리 좋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 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아나운서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하지만 중학교 시절 학생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중3 입시준비시기에 연기를 해보라는 선생님과 주위의 권유로 연기자로 진로를 바꿨다”며 안양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가며 본격적으로 연기공부를 하게 됐다고 밝힌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얼떨떨해하다가 이내 고민도 않고 “안양예고에서 연기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연기는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사 한마디에도 섬세한 감정 담아내려

경연대회 1차 예심에서는 ‘유리동물원’의 로라 역을, 본심에서는 ‘잘자요 엄마’에서 간질병, 이혼, 아들의 비행 등으로 삶의 희망을 잃은 딸 제시 역을 연기 했다기에 경험이 없어 아직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역할을 어떻게 선택하고 소화해냈는지 궁금해졌다.

“학교 수업 중에 친구 연기를 보고 ‘제시’가 인상 깊어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희극 읽고 자료 찾아보면서 나름대로 상황을 그려 봤어요. 내가 나이 들어도 해보기 힘든 삶을 살아온 제시의 인생을 가지를 뻗어가며 더 많이 상상해봤어요”라고 했다.

대답 도중 제시의 불행했던 삶이 떠올랐는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 삶을 살아볼 순 없지만 비슷한 제시를 만들도록 많이 생각하고 노력한다는 그녀는 대화를 나눌수록 잘 영근 초록의 열매 같아 마냥 어리게만 본 게 살짝 미안해졌다.

상대 없이 혼자 말하는 독백연기에 대해 “연기하면서 상상 속에서 대상이나 어떤 사물에 대해 인지해야 해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하지만 어차피 연기할 때는 상황을 이해하고 역할에 몰입해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역할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이해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연기에 대한 자세가 확고하게 서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기를 하면서 제일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다소 상투적인 질문에 그녀는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가 제일 힘들지만 그건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게는 당연히 힘든 거고 지금은 아직 배우는 단계라서 잘 모르겠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조금 전 연기를 보니 정말 맞은 거 같은데 아프지 않았냐고 묻자 “상대도 상황에 빠져들어 진짜 세게 때릴 때도 많아서... 아프지만 역에 몰입할 때는 모르겠는데 나중에 집에 가서 보면 멍 들어있고 붓고 아파요”하면서도 생긋 웃어보였다.

올 2월, 영화 ‘하늘과 바다’ 촬영

‘양들의 침묵’과 ‘브레이브 원’에서 조디 포스터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며 꼭 그런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롤 모델은 ‘조디포스터’와 연기파 배우 전도연이다.

그냥 툭 내뱉는 것 같은 한 마디의 대사에도 전율을 느끼게 하는 강한 카리스마와 심금을 울리는 대사 표현력, 또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전달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김동화양.

“관객들이 제 연기를 보고 작품이나 캐릭터가 전달하려는 것을 이해하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성취감이 연기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 원동력이에요. 연기는 제가 좋아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덕호 감독의 영화 ‘Let' it be’ 촬영 이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마음이’로 데뷔한 오달균 감독의 차기작에 ‘하늘과 바다’에 캐스팅돼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장나라가 주연을 맡은 영화 ‘하늘과 바다’는 자폐나 정신지체와 같은 뇌 기능 손상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수학, 암기, 음악, 미술 등 특정 영역에서 천재성을 보이는 서번트(savant) 자폐증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연기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자신이 했던 역할들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진지한 눈빛으로 다시 그 시간, 그 캐릭터로 돌아간 듯 당시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왔다.

2009년, 잠시 떴다 지는 별이 아닌 북극성 혹은 은하수처럼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연기자, ‘김동화’를 기대해본다.

오는 28일 중앙대 연극영화과의 합격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는 동화양에게 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즐거웠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녀와의 수다를 마쳤다.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 


신인연기자   ' 김 동 화 '  그녀는?

     이  름    :   김 동 화 
  생년월일  :   1990년 5월 29일 
키&몸무게 :   165cm , 45kg
                  현재 안양예고 3학년 재학
특기 · 취미 :   피아노&바이올린 연주 및 작곡, 편곡 
  수상경력  :  2008 제6회 전국 청소년 독백연기 경연대회 
                  문화체육부 장관상 (대상) 
  출연작품  :  2008 남기남 감독 '동자 대소동' (영화) 
                  2009 김덕호 감독 'Let it be' (영화)
출연예정작 : 2009 오달균 감독 '하늘과 바다'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