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서울시장 공관 ‘철거’ ‘보존’ 논란
현 서울시장 공관 ‘철거’ ‘보존’ 논란
  • 이의진 기자
  • 승인 2009.01.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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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관광자원 활용 VS 역사적 수치 없애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시장공관이 올 4월 한남동에 신축 중인 신 공관 이전을 앞두고 현 시장공관을 ‘철거’하느냐 ‘보존’하느냐에 따른 논란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시장 공관을 보존해 활용하자는 의견과, 성곽보존을 위해 과감히 철거하고 복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 현재 혜화동에 있는 서울시장 공관모습. 올 4월 한남동 신 공관으로 이전을 앞두고 철거와 보존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의 서울시장 공관은 대지 492평, 연건평 152평으로 1940년 일본인에 의해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목조건물로 지어져 1959년~1979년까지는 대법원장 공관으로 쓰이다가 1981년부터는 서울시장 공관으로 사용돼 왔다.

당시 건축 과정에서 서울성곽(사적 10호)의 일부 구간 50m를 축대 삼아 지은 것을 그대로 쓰고 있어 ‘서울시가 문화재 파괴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일본의 민족문화 파괴 정책의 일환으로 성곽 위에 세워져 ‘성곽의 단절과 파손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일부에서 시장공관의 이전과 철거를 주장했었다.

서울시장 공관은 1992년부터 3년여에 걸쳐 복원되었다는 혜화문과는 불과 20여 미터 거리로 혜화문에서 이어지는 성곽은 서울시장 공관에 막혀 더 이어지지 못한 채 두 동강나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도 혜화동 공관은 건물 내·외부의 변형이 심해 원형을 추정할 수 없어 문화재로 등록하기가 곤란하고 공관의 일부가 성벽에 너무 근접해 있어 존치 시 성곽 내부 길과 곡성 내부 시설 복원에 지장을 줄 수 있어 공관을 철거한 후 서울성곽 복원과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철거와 관련, 다른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철거보다는 시장공관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해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여론조사 결과 보존 찬성 여론 높아

지난 해 7월 서울시의회 남재경 의원(종로1, 한나라당)은 서울시민 2천692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공관의 보존여부를 묻는 시민여론조사를 했었다. 조사 결과 보존 찬성이 60.5%로 오히려 시민들은 고단했던 근현대사를 이겨낸 서울시의 살아있는 모습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남재경 시의원은 “수도 서울의 성곽을 잘라내고 성곽 위에 건물을 올려 민족의 자존감을 짓밟은 일본의 만행은 분명 청산해야 할 과거지만, 아픈 과거 역사 우리가 되새기며 후손에게 물려줄 역사이기에 무조건적인 철거보다는 근현대 문화유산과 교육적 자료로 활용하고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남 의원은 “서울시 역대 시장 자료들을 모아 놓은 박물관 하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 공관을 헐지 말고 서울시장 역사박물관으로 만들어서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값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관 주변에서 가게를 하고 있는 A씨는 “아픈 역사를 없애기 위해 다 철거한다고 그 역사가 없어지나, 오히려 보존하고 활용해서 우리 후손에게 교훈으로 삼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와는 달리 주민 K씨는 “일제의 서울성곽 파괴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지만 도성위에 일본인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 아직도 서울시장 공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서울시의 수치이므로 마땅히 철거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대부분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보물이나 국보만을 생각하지만 정 반대의 것도 있다.

즉 ‘네거티브 문화유산’이라고 하는데 인류의 과오를 보여주는 장소와 건물, 예를 들면 우리민족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었던 ‘삼전도비(청태종에게 항복한 기록을 적은 비석)’나 일제 수탈의 상징인 ‘조선총독부’ 등이며, 외국의 경우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르샤바 역사 지구, 히로시마 원폭 돔 등이 해당되는데 인류 역사상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기기 때문에 더 유명해지는 것이다.

많은 근대건축물과 근대문화유산이 수탈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 무작정 철거하는 비문화적, 몰역사적 사태를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보존과 활용에 대한 방안을 함께 연구하는 진정한 문화시민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의진 기자 luckyuj@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