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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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를레앙 허(허성우)
  • 승인 2010.04.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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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재즈클럽 에반스 공연

우리는 가끔 폐쇄적인 공간을 그리워한다. 나만의 이데아적 공상이 배어있는 곳이라면 더욱 더 은밀한 곳일수록 좋다. 마치 비밀의 방을 공개하듯 아주 특별하게 간주될 법한 타인에게 그만의 취향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그 곳에는 요즘 모던한 커피숍에는 당연시되고 있는 비 흡연자들을 위한 금연구역의 배려가 눈꼽만큼도 없는 곳일 수도 있고. 벽면에 무수하게 꼿여 있는 책들이 그림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곤 탄성을 지르는 손님들에 이미 익숙한 듯한 무표정한 주인장이 주방에서 열심히 커피 잔을 닦고 있는 곳일 수도 있다. 자유와 멋이 걸어다니는 해방구가 된 거리에 자신만의 색깔을 닮아있는 특별한 곳을 찾는 순례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상실의 시대>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끼가 찾은 자신의 은밀한 공간은 학원분쟁으로 폐쇄된 그의 모교인 와세다 대학가의 어느 한 재즈클럽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작품을 구상하는 내내 존 콜트레인의 재즈 색스폰이나 빌 에반스의 미학적인 피아노 선율에 심취해 있었을 것이다.

미국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세기의 갱단 두목 알카포네가 자주 들려 휴식을 취하던 곳이나 사상과 행동의 일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실존주의 철학자 시몬드 보브와르의 정신적 사상공간 역시 재즈클럽이었다.

스타워즈나 E,T등의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는 미국의 명문음대인 줄리어드 음악원을 졸업한 후 한 허름한 재즈클럽에서 재즈피아니스트로 일하면서 영화음악가의 꿈을 키웠다.

재즈클럽은 여전히 고뇌하는 영혼의 해방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일정한 형식에 구속되어 있지만 그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듯한 자유로움을 표출해 내는 장르인 재즈는 한때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위기를 맞기도 하였지만 장르가 가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지금도 여전히 무수히 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해 내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재즈음악을 전공한 필자가 자주 들렀던 은밀한 장소는 파리 재즈의 바로미터 ,재즈의 거리 라고 부리는 Rue des Rombards 였다. 현대미술관과 도서관의 기능을 가진 세계적인 명소인 퐁피두센터가 있는 파리 4구에 위치한 작은 거리, 이곳은 내노라 하는 파리지앙들도 그 곳이 유럽을 대표할만한 재즈명소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곳이다.

얼마전에 유명을 달리한 재즈의 전설적 색스포니스트 쟈니 그라핀이 자주 찾았던 뒥 데 롬바르드나 윈튼 마샬리스가 새벽까지 잼세션(=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앙상블)을 하며 열정을 뿜어내던 1층의 선사이드와 지하 카브에 있는 선셋이란 클럽은 동시간대에 운영되는 데 이는 재즈클럽의 특성상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이다.

그리고 바로 옆 건물에는 일렉트로 퓨전재즈가 중심이 되는 클럽 르 베제살레가 프랑스가 일레트로 재즈의 본산지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하다. 뉴욕의 전설적 클럽인 블루노트, 빌리지 뱅가드, 스윗 바질이 몰려있는 웨스트 빌리지와 비교되기도 하는 높은 수준의 재즈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재즈클럽도 수많은 재즈뮤지션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상황에 맞물려 우후죽순처럼 생겨 나고 있는 중이다. 세련미가 가득한 도시일수록 재즈음악은 그곳에 살아있다.

필자가 함께하는 임미성퀸텟은 젊음의 방황하는 유쾌한 코드가 직설적으로 살아 꿈틀대는 홍대의 대표적인 재즈클럽 에반스에서 유럽최고의 뮤지션들과 함께 한국의 고대가요 및 국문학적 소재를 재즈화한 1집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소개하는 콘서트를 열었다, 아직은 생소하고 낯선 이방인들의 음악으로 간주되고 있는 재즈를 부드러운 해설이 깃든 친절한 콘서트성격으로 꾸며 찾은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 수 있었다.

오를레앙 허 press@sctoday.co.kr

   
오를레앙허(본명 허성우)/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음악교육과 전공, 프랑스 파리 유학.
IACP, 파리 빌에반스 피아노 아카데미 디플롬, 파리 에브리 국립음악원 재즈음악과 수석 졸업.
재즈보컬 임미성퀸텟의 1집 ‘프린세스 바리’ 녹음 작곡과 피아노.
제6회 프랑스 파리 컬러즈 국제 재즈 페스티벌 한국대표(임미성퀸텟)
제1회 한전아트센터 재즈피아노 콩쿨 일반부 우승
현재 숭실대, 한국국제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