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과자 상자',천상의 목소리 빈소년
'빈 과자 상자',천상의 목소리 빈소년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1.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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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빈소년합창단이 무대에 나타났다. 해군 같이 하얀 제복 윗도리와 군청색 바지를 차려입은 소년들의 모습은 깜찍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에 와서 가장 추운 날 축구 게임을 할 뻔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감기라도 걸린 걸까?

지난 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홀은 빈소년합창단을 보기위해 때때옷을 입고 가족 나들이를 나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다년간의 내한 공연에 익숙한 지휘자는 서툰 한국말을 써 가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관객석에서는 유난스러운 환호가 터졌다.

공연은 무미건조했다. 지휘자가 혼자서 지휘도 하고 피아노 반주도 하는 노련한 원맨쇼를 펼치는 가운데 합창단 멤버 중 몇몇의 목소리가 두드러졌을 뿐이었다.

비단 합창이라면 하나의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할 텐데 전체적인 음 조율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여기저기 자고 있는 관객들도 눈에 들어 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프로그램대로 연주 하지도 않았다. 공연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한곡한곡 주의 깊게 들어보려 했던 기자도 길을 잃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공연장 바깥에 있던 하우스 매니저조차도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는 공연에 당황해 했다는 후문이다.

지휘자는 관객들과 함께 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반은 손짓 발짓을 해가며 곡을 연주 할 때 박수 치기를 따라 해주기를 부탁했다. 관객들은 즐거이 따라하는 분위기였는데 정작 빈소년 합창단들은 박수치는 것이 성의 없었다.

그나마 앵콜 곡에 찬사를 보낸다. 앵콜 곡은 '곰 세 마리' 였는데 귀여운 안무와 함께 외국인이 한국어로 된 노래를 소화했다는 데 큰 점수를 줄 수 있겠다.

공연이 끝난 후 한 관객은 다른 이와 통화를 하면서 "와 미치겠어 얘네들은 해마다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아" 라는 말을 했다. 글쎄, 프로그램도 제대로 안내 받지 못하고 별 볼거리도 없는 긴긴 무대를 지켜봐야 했을 꼬마들도 그렇게 느낄까.

예쁜 포장의 과자 선물을 받고서 정작 먹을 것은 별로 없는 '천상의 목소리'였다. 우리나라 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을 한번이라도 본 관객이 있다면 빈 소년 공연을 보고 분명 돈 아깝다는 생각을 했음에 틀림없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