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골목, 박물관서 다시 태어나다
사라진 골목, 박물관서 다시 태어나다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4.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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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 <골목 안, 넓은 세상 : 김기찬 사진전>개최

[서울문화투데이=박기훈 기자]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은 2010년 봄 특별기획전으로 <골목 안, 넓은 세상 : 김기찬 사진전>을 개최한다.

오는 5월 30일(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릴 이번 전시는 1966년부터 약 40여 년간 중림동, 도화동, 행촌동 등 서울의 골목을 기록한 故 김기찬(1938~2005)의 사진을 통해 도시를 구성하는 공간의 일부로서 골목의 의미와 기능, 그리고 골목의 변화과정을, 나아가 서울의 도시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하고 있다.

▲중림동, 1978년 5월
좁고 구불구불한 낮은 골목은 서울의 전통적 도시구조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장소이자,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길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소통하는 마당으로, 그 안에는 넓은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도시화, 산업화와 함께 골목은 넓게 확장되고 직선화되고 고도화됐다. 골목이 사라지면서 오랜 연원과 사연을 가진 도시의 역사도 사라졌으며, 그 속에 둥지를 틀고 있었던 ‘훈훈한 인정과 사람 사는 냄새’(작가의 말 중에서)도 함께 사라졌다.

작가는 그저 골목안 사람들의 일상을 작가의 눈으로 기록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진 한 장한 장에 담긴 중림동 골목의 풍경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진솔하고 사실적인 역사적 기록이 됐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故 김기찬 사진의 도시 속 좁은 골목에서 펼쳐지는 넓은 세상을 통해서 도시 골목의 의미와 기능, 골목의 재편 속에 이룩되는 도시화의 문제점을 되새겨 볼 수 있다. 그리고 중림동 골목을 통해서 지금 서울 도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재개발의 방향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우리가 보존해야할 것과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사라지지만 기록해 두어야할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기찬 사진의 주요 무대였던 중림동을 중심으로, 1968년부터 2001년까지 직접 촬영하고 인화한 빈티지프린트 작품 12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지금까지 김기찬의 작품으로 주로 접해왔던 흑백사진뿐만 아니라 컬러 사진들도 함께 전시된다.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육필원고
또한 김기찬이 사진작가로서, 골목 안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고 고민해온 것들을 진솔하게 적어나간 육필원고, 작가수첩, 김기찬 사진 작업의 자양분이 된 부친의 번역노트 등 유품이 최초로 공개된다.

한편, 사진작가 김기찬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로 1966년부터 약 40년간 ‘골목 안 풍경’을 테마로 사진을 촬영, 9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같은 제목의 사진집시리즈 11권을 출간했다.

그는 개발과 함께 사라져가는 서울 뒷골목의 풍경,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담아내 우리 사회의 명과 암을 보여주었다. 소박하고 진실된 사진작업으로 2002년 제3회 이명동사진상, 2004년 동강사진상 국내작가상, 옥관문화훈장을 수상했으며, 2005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고 김기찬 작고 5주년을 회고하는 의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