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굿바이>
[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굿바이>
  • 황현옥 / 영화평론가
  • 승인 2010.05.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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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보다 아름다운 인사

[황현옥 / 영화평론가 ]2009년 2월말 필자가 일본 오사카 지역을 여행하고 있을 때다.  TV 에서 일본 영화 <굿바이>가 81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음이 보도됐다. 뉴스마다 <굿바이> 영화가 소개되며 첼로의 장중한 영화 음악이 흘러나왔다. 마치 일본 방송들은 <굿바이>영화로 일본의 자존심을 회복한 듯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소식을 접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 다음날 우리나라에서 그 소식은 거의 없었다. 사실 아카데미상은 작품상, 감독상에 관심이 있지 외국어 영화상 정도는 큰 뉴스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를 안다면 조금은 부럽고 같은 아시아인으로 좋았다.

나중에 <굿바이>가 국내 개봉되며 수상 소식이 홍보 형식으로 소개됐는데 우리나라 언론이 일본 영화에 후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과 우리의 영화 경쟁력은 잘하는 분야가 서로 다르고 우리가 훨씬 앞서가는 게 많다.  다만 <굿바이> 영화는 인간의 삶과 죽음의 본질적 문제를 어둡고 진지한 동양의 전통적인 정서로 풀어간 게 아니라 세련되고 유머있게 표현한 점이 아주 훌륭했다.

<굿바이>는 아카데미를 포함 2009년 전세계 곳곳에서 탄 상이 수두룩하다. 2009년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남우주연상, 홍콩 금상장영화제 아시아영화상, 일본아카데미 10개 부문수상 등 수준 높은 작품임이 증명됐다.

주인공은 <으랏차차스모부>의 모토키 마사히로와 <철도원><비밀>로 국내에 잘 알려진 히료스에 료코가 부부로 등장한다.

유치원부터 첼로를 연주하여 지금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된 다이고는 오케스트라가 해체되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남겨준 고향 야마기타 집으로 낙향한다. 그곳에서 새로운 직업을 꿈꾸던 그는 NK 에이전트 공채 면접에 응모하고 곧바로 채용된다.

그곳에서 하는 일이란 죽은 자를 위한 염습과 납관 일이다.  다이고는 여행사인줄 알았기 때문에 당황하며 거절하려 하지만 거액을 주는 사장의 청을 뿌리치지 못한다.  그는 사장을 쫓아다니며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죽은 자 들을 위한 마지막 의식이 얼마나 진지하고 아름다운 일인가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 점차 고향 친구들과 어른들에게 소문이 나고 아내는 그 충격으로 집을 나가 버린다.

그때 다이고는 문득 어린 시절 켜던 첼로를 꺼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과연 지금의 일이 천직일까?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날  아베마리아를 연주하는 그는 행복에 젖는다.

“죽음은 문이다. 그 문을 열면 또 다음 세상을 향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모두 두려워하는 죽음에 대한 영화의 메세지다. 2시간 10분이 넘는 영화지만 죽은 자들의 사연, 죽은 자를 둘러싼 가족들의 반응, 가족간의 미묘한 분위기를 현명하게 처리하는 사장과 다이고의 호흡이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2008, 다키타 요지로 감독,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