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과 디딤돌
걸림돌과 디딤돌
  • 김형도(수필가)
  • 승인 2010.05.1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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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여랑에서 아우라지 전설이 서려있는 처녀동상(銅像)공원으로 가려면 대관령에서 내려오는 하천인 송천을 건너야 한다. 지금은 송천에 징검다리인 디딤돌이 편편하게 놓여 있어서 건너는데 편리하고 운치도 있다.

아우라지는 태백에서 흘러오는 골지천과 송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남한강의 최상류이다. 경관이 수려한 하천을 사이에 두고 처녀와 총각이 애틋한 정을 나누던 애환이 서려 있다는 정선의 명승지이다. 송천은 홍수 때 떠내려 온 바윗돌이 많아 장애가 되어 배를 띄울 수 없고, 쭈뼛한 돌들이 미끄러워 디딜 수 없는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그 돌들을 하천에 잘 깔아서 딛고 동상공원으로 건널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있다.

그곳은 때 묻지 않는 산야와 면경 같은 물결에 마음이 빨려 들어간다. 더욱이 하천에 놓인 징검다리는 주위 경관과 어울려 참 아름답다. 그 돌이 옛날에는 보기에도 흉한 걸림돌이었는데, 지금은 운치 있는 디딤돌로서 고즈넉한 시골 정취를 느끼게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 사회에는 필요해서 꼭 있어야 할 디딤돌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있어서는 아니 될 걸림돌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다. 바로 아래 매제(妹弟)는 명문 S 대학을 나온 인재이지만, 주벽(酒癖)이 심해서 말썽만 피우고 가족들을 못살게 굴었다. 게다가 술 중독으로 정신병원 신세까지 졌다. 지난 30여 년간 부인이 받아온 고통은 말이 아니었다. 가장으로서 가계를 꾸리는 것은 고사하고 술만 먹으면 행패를 부리곤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가족과 친척들에게 괴로움만 끼쳐 온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자기를 못살게 구는 사람이라도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인격을 수양할 수 있다면 걸림돌이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향적인 생각은 어떨까? 매제의 괴팍한 성벽을 보면 분명히 걸림돌이지만, 부인인 여동생은 모진 세월을 살아오면서 남편의 성벽을 참아내며 마음을 수양해 왔으니 디딤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자위도 해본다.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걸림돌이라 하고 강자는 디딤돌이라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수많은 삶의 돌을 만난다. 장애의 요소가 되는 돌들은 생활주변에 수없이 널려 있다. 그때마다 돌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삶에서 오는 모든 장애의 돌을 불평과 원망의 눈으로 보는 것과 그것을 재기와 도약의 기반으로 삼는 것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깔린 돌이 아니라 그 돌을 보는 마음이다. 나를 힘들게 하고 뒤처지게 한 돌이라고 생각해온 모든 걸림돌을 역으로 발판을 삼아서 디딤돌로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윤택하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