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짜리 한 장만 들고 오세요!
만원짜리 한 장만 들고 오세요!
  • 박솔빈 기자
  • 승인 2010.05.27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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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인동 벼룩시장

[서울문화투데이=박솔빈 기자]동묘앞 역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많은 노점상이 문을 열은 것이 보인다. 주말처럼 왁자지껄 소란스럽지는 않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 덕에 노점상들이 동대문운동장 쪽으로 옮겨가면서 규모가 많이 축소됐던 숭인동 벼룩시장은 오갈 데 없어진 황학동 도깨비시장을 흡수하면서 몸체를 불렸다.

1980년대말 생겨나 없는 게 없고 못 만들게 없다는 명성을 얻었고 지금도 만원이면 가방 가득 갖가지 물건을 담을 수 있다.

동묘공원 담벼락에 다닥다닥 붙어 보따리를 풀어 놓은 상인들의 주요 물품은 중고 의류. 천원짜리 땡처분부터 10만원짜리 명품에 모피, 가방까지 가격도 품목도 다양하다. 이렇게 판매되는 옷들은 주로 아파트단지 등에 설치된 재활용품 수거함에 모인 것을 사들인 것들로 압구정동 등에서 가져온 것은 고가품이 많아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다른 물건으로는 오래된 책, 엽전, 도자기 등 골동품, 시계나 안경 같은 악세사리, 가전 제품, 컴퓨터 등 그 종류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다양하다. 게다가 가격은 어찌나 싼지 3만원짜리 필름카메라, 6만원짜리 전기밥솥, 15만원짜리 노트북, 20만원짜리 컴퓨터가 판치는 세상이다. 물건의 상태도 각양각색인데, 골동품이나 빈티지 소품 같은 경우에는 더 오래되고 더 후줄근한 것들이 인기고, 의류는 조금이라도 깨끗한 것이 잘 팔린다.

가끔 이곳에서 옷을 사간다는 한 여대생은 “요즘 빈티지 풍의 옷을 많이 입기 때문에 한달에 한번 정도 이곳에 나오는데 특히 주말이 엄청나요. 사람도 많고 노점도 많기 때문에 제대로 옷을 사려면 몇시간씩 걸려요. 전 주로 상태 좋은 옛날 옷들을 사는데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는 것보다 적어도 5배는 싼 것 같아요.”라며 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인터넷 중고 의류 쇼핑몰 사장들도 이곳에서 옷을 구매한다. 이들은 주말이면 나타나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에 옷을 가득 담아간다. 원가가 아무리 싸다지만 아무래도 이익을 붙이기 때문에 5천원짜리 바지도 2만원이 되고 만다.

노점상 이외에도 골동품이나 특이한 수입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많은데 고서화, LP, 불량식품, 영화포스터 등 쉬엄쉬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이런 가게들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손님들은 노점상에서 보물찾기하는 것을 더 즐긴다.

주말 오후에는 250여 개 노점상들이 들어서 물건도 인파도 엄청나다. 이런 날은 귀하고 상태 좋은 물건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조금만 발품을 팔면 예상하지 못했던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조금 전에 저 할머니 가게에 괜찮은 가방이 있었는데 잠깐 다른 곳에 다녀오는 사이에 없어져버렸어요. 오늘은 평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은데..."

하지만 잠시 한눈을 팔면 금새 팔려 버려 즉시 사는 것이 좋다.

꽃샘추위도, 황사도 물러간 햇살 좋은 이번 주말, 만원짜리 한 장 들고 보물찾기에 나서는 건 어떨까?

ps. 노점상과 달리 풍물시장에는 사진찍는 것을 싫어하는 상인들이 많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물어보고 찍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