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우리들 이야기! 뮤지컬 <빨래>
바로 우리들 이야기! 뮤지컬 <빨래>
  • 정지선 기자
  • 승인 2010.05.2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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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문성과 최보광이 말하는 뮤지컬 <빨래>

[서울문화투데이=정지선 기자]직장생활은 매일이 고비! 사랑은 버겁기까지 하다. 주위 사람들은 나만 빼곤 모두 행복해 보인다. 이 반복되는 일상과 상황들이 유독 당신만의 고민일까?

▲'빨래' 공연 모습
                                 

 

 

 

 

 

뮤지컬 <빨래>는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똑같이 힘들다고 말해준다. 왜 현실은 내게만 더 팍팍하냐고 악다구니 써대는 당신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것이 바로 올해 6월 1,000회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빨래>의 힘이다.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에서는 쉽게 찾기 힘든 관객과의 소통, 어느새 손수건에 눈물을 적시고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2005년 국립극장에서 초연 이후 단 2주간의 공연으로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작사/극본상을 수상, 흥행성보다 작품성을 먼저 인정받았다. 이후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전, 대구 등 지방공연을 가지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서울의 한 작은 동네, 나영과 이웃집 몽골청년 솔롱고. 어색한 첫인사로 시작된 둘의 만남은 동네를 오가며 한걸음씩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각자 서로의 위기에 직면한다. 사실 뮤지컬 <빨래>는 나영과 솔롱고만이 주인공이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욕쟁이 할머니부터 마이클, 희정엄마, 슈퍼아저씨까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우리 소시민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다.

최보광, 엄태리, 박정표, 정문성 등 노래 실력과 연기력을 두루 갖춘 다양한 색깔의 배우들은 배우라기보다는 이웃사촌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빨래를 널어놓고 바람에 살랑거리며 마르는 그 모습을 보면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하얗게 마른 빨래를 보고 있으면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뮤지컬 <빨래>는 그런 공연이다. 이 공연은 학전그린소극장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된다.

사는 게 참 그렇다. 어떤 날은 아무리 힘들지라도 ‘에너자이저’처럼 불끈 힘이 솟는가하면 어떤 날은 아무리 술을 퍼마셔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어설프게 건네는 위로보다는 그냥 묵묵하게 옆에서 빈 술잔을 채워주는 친구가 고마울 따름이다. 뮤지컬 <빨래>는 그런 친구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듯 <빨래>는 창작뮤지컬로서는 예외적으로 수년간 많은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올 7월 1,000회 공연을 앞두고 있는 <빨래>가 아닌가.

본지에서는 이달의 110(1달에 1번 공(0)연장 가기) 작품으로 뮤지컬 <빨래>를 선정했다. 이에 <빨래>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몽골청년 솔롱고 역의 배우 정문성(이하 정)과 서울살이 5년차 나영 역의 최보광(이하 최)을 만났다. 배우스럽게(?) 그들은 장난스러움과 진지함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인터뷰에 임해주었다. 저녁 8시 공연을 앞둔 그들을 학전그린소극장에서 만났다.

- 올해 초 바로 이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관람 이후 한번쯤은 꼭 인터뷰하려고  찜해두고 있었다. 어쨌든 만나서 반갑다. 첫 질문으로 어떤 것을 물을까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 <빨래>의 인기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빨래>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굳이 끄집어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억지로가 아닌 사실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강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극명하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한편으론 무대와 감정이 관객들에게 친근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무대는 자신이 사는 동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고, 배우들이 표현하는 감정 역시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느꼈을 법한 것들이다.(정) 친근한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이야기에는 사회 전반에 흐르는 많은 생각들이 담겨있다. 개인적으론 공연을 하면서 일종의 사명감을 느낀다. 그 사명감은 보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최)

-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과는 달리 소극장 창작 뮤지컬만이 갖는 매력이 있다.

맞다. 스토리나 대사, 노래도 좋아야겠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아니 연기하기위해 느껴야 할 감정과 마음을 갖는 것이다. <빨래>는 그런 면에 있어서 특별한 작품이다. 마음을 갖지 않으면 그냥 흉내만 낼 뿐이니까. 라이센스 작품의 경우 폼이랄까. 그런 게 존재한다. 그 틀을 벗어나긴 쉽지 않다.  반면 창작극은 그런 폼에 있어서는 자유롭다. 한국적인 정서를 가진 작가가 글을 쓰고, 그 글을 한국배우들이 연기한다. 그리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 역시 한국의 정서를 지닌 관객들이 다수다. 관객들은 고수다. 우리가 어떤 감정으로 연기하는지 금방 알아차린다.(정)

- 연기하면서 느껴야 할 감정에 대해 언급했다. 감정이란 게 주입시킨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빨래>배우들만의 특별훈련이라도 있나.(웃음)

특별훈련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웃음) 작가가 연출도 겸하기 때문에 배우를 설득하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나영이는 조금씩 달라진다. 모두가 똑같은 나영이는 될 수 없으니까. 연습할 때는 상황극을 통해 대본에서의 나영이만이 아닌 진짜 나영이의 삶에 대해 고민에 대해 생각하면서 연습한다. ‘이런 상황에 나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즉흥연기를 해보는 것이다.(최) 상황극을 하다보면 다양한 변수와 상황을 마주한다. 무대에서 연기할 때는 그 상황극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씬에만 그 느낌이 살아있는 게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계속 자리해있다.(정)

- 그래서였나.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정말 몽골청년 ‘솔롱고’스럽고, 서울살이 다섯해  ‘나영’다웠다. 유독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영이가 차마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서글프게 우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할매랑 희정엄마가 위로를 건넨다. 그 장면에서 빨래하듯 털어버리라며 향긋한 냄새가 퍼지는 하얀 빨래로 바람을 일으켜준다. 그 바람에 머리가 흩날리는데, 그 장면을 할 때마다 마음이 정말 상쾌한 느낌이 든다.(최) 솔롱고가 밀린 월급 때문에 사장에게 전화하는 장면에서 대화가 오가다 상대편에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런데 솔롱고가 한다는 욕이 ‘개자식’이다. 그 장면과 대사가 개인적으론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그 장면은 특히 억울한 일을 당한 외국인노동자들이 내 몸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정)

- 외국인노동자가 우리 사회에서 겪는 고통이나 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는 만큼 그들이 관람하러 오는 경우도 많겠다. 아무래도 관객 중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으면 부담되겠다.

처음에는 그런 느낌이었다. 외국인 앞에서 영어를 해야하는 느낌? 공연하다보니 그런 생각보단 내가 그들의 아픔을 어떻게 표현해야하나 고민이 뒤따랐다.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다. 일부 나쁜 사람들이 그들을 힘들게 만들었고, 그들을 보며 우리가 불쌍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들을 표현함에 있어 너무 비참해서도 너무 행복해서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긴장되지만 그들이 오면 오히려 힘을 받는 쪽이 더 크다. 나도 모르게 더 집중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을 따라해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불쌍한 사람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용기와 힘까지 전해줘야 한단 것이다.(정)

나영이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난 지치지 않을꺼야!” 비단 나영이에게만 해당되는 대사는 아니지 싶다. 삶은 누구에게나 버겁다. 모두에게 똑같이 힘들다. 그 힘든 길에 온기를 나눌 사람들이 있다면 그래도 세상과 한판 붙어볼만 하지 않겠는가. 순박한 몽골청년 솔롱고가, 아직도 무서운게 너무 많지만 그래도 세상을 향해 꿋꿋하게 한걸음을 내딛는 나영이가 말한다. 지치더라도 손잡고 같이가자고~

인터뷰/정리 정지선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