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용 회장, “누구나 ‘행복한 부자’ 될 수 있습니다”
최진용 회장, “누구나 ‘행복한 부자’ 될 수 있습니다”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2.1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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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 위해 꼭 필요한 것 ‘문화’
지역문화예술회관, 사교의 장·예술창조 터전 돼야

 

▲ 최진용 서울문화예술회관 연합회장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스스로를 ‘행복한 부자’라고 자신하는 이가 있다. 그는 “경제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문화’라는 좋은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며 누구나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부’는 단순한 돈의 개념이 아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문화이며, 이것은 누구나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그의 이력이다.
건국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수료 후 35년간 문화관광부에서 공연팀장, 예술원 사무국장, 영화과장, 기획조정국장, 국립중앙극장장,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정년퇴직 후 이화여대와 중앙대에서 문화예술행정 분야 교수로 5년을 강의하고, 현재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을 맡고 있는 최진용 관장은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 신임회장이기도 하다.

인생의 반 이상을 ‘문화·예술’과 함께 해온 우리나라 문화예술행정의 전문가인 최진용 관장을 만나 ‘인간의 삶과 문화·예술, 그리고 문화예술회관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매순간을 시간에 쫓기는 듯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최진용 관장은 “노동만 갖고 어떻게 살 것인가. 주체적으로 문화를 즐기고 창조적인 활동을 찾아 참여하는 여가를 갖는 삶이 돼야한다”며 자신의 인생에서 ‘문화’를 찾으라고 말한다. 특별한 취미를 살려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살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는 ‘가난과 형제’라고 불리는 그리스에 가서 받은 문화적인 충격을 한 가지 예로 들었다. “장사가 잘돼 손님이 많은데 가게 주인은 오늘까지만 하고 내일은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황당해하자 ‘오늘, 내일 몫까지 내가 정한 목표를 채웠으니 나도 내 삶을 즐겨야하지 않냐’고”

삶과 문화를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즐기고 있는 그리스인들에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을 이었다.

“가난하지만 문화를 즐기며 여유롭게 사는 그리스인들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도 문화, 예술을 복지 개념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모두가 ‘문화’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이제는 재테크와 더불어 문화테크도 해야 한다”며 소신을 피력했다.

◆ 우리사회, ‘문화테크’ 환경 만들어야

최관장은 문화테크를 위해서는 문화예술교육 또한 조기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우리는 중고등학교 때는 좋은 대학, 대학가서는 좋은 직장을 위해 교육적으로 학생들의 삶에서 문화를 소외시키고 있다. 미국은 중고교 때 최소한 예술과 체육을 하나 잘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문화와 스포츠 즐기면서 입시교육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지적했다.

요사이에는 초등학생들조차 4시 이후엔 95%가 학원 스케줄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노원문화예술회관에 오는 부모들은 공부만큼이나 문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이들 문화교육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공연에 아이들만 관람하게 하고 정작 부모들은 밖에 있다. 그건 잘못됐다. 아이들의 삶도 중요하지만 부모들도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단순히 생활 보조금과 의료비를 지원하는 복지정책도 필요하지만 사회복지를 위해 문화에 투자해야 한다는 미국 ‘카네기’의 신념처럼 정신적인 풍요를 위한 ‘문화적인 복지정책’도 필요하다는 것이 최관장의 주장이다.

복지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한 삶,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뜻한다.
행복한 삶을 사는 물질적인 것이 재물이라면 문화는 행복한 삶을 위한 정신적인 소득이므로 문화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물질과 정신을 만족시키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문화정책과 관련해 90%는 정부가 하고 있는 우리나라 예술후원에 대해 미국을 예로 들어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국은 기업이나 개인재단에서 예술회관 운영을 후원한다. 어떻게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교육을 병행하느냐에 따라 후원 스폰서가 붙는다. 예술교육과 병행하지 않는 공연은 절대 후원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메세나(문화예술 등에 대한 지원)활동도 미국처럼 될 것을 조언했다.

◆ 도시축제 발전이 곧 문화 활성화

축제에 관심이 많아 세계를 돌아다니고, 유네스코 국제민속예술축제조직위원회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문화정책의 하나로 ‘도시의 축제’에 주목하고 있다.

“도시가 살아 숨 쉬는 좋은 축제가 있어야 한다”며 그 예로 “일본 하마마찌는 최대의 악기도시이지만 음악축제하면서 발전되기 시작했다. 또한 이탈리아 볼로냐는 밀라노, 로마보다 더 발전한 도시다. 볼로냐 ‘국제그림책원화전’이라는 세계아동도서전과 볼로냐 대학에서 연극축제가 이루어지면서 문화가 도시를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를 통해 도시를 활성화하는 것이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덧붙여 “미국은 뉴욕의 금융과 헐리웃의 영화가 먹여 살린다. 그러나 지금 금융은 무너졌고 뉴욕은 뮤지컬 등 공연이 살려내고 있다. 문화로 뉴욕을 살려내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도 문화의 활성화가 도시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미국과 로마 유럽의 초청을 받아간 것처럼 그는 도시의 문화와 전통을 과거와 현재, 미래와 연계시켜 도시의 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2012년 세계민속예술축제를 여는 안성시와 문화축제가 많은 전주시 등 작은 도시라고 하더라도 문화축제를 위한 일에 힘을 실어주기위해 안성시 축제 조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과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그는 “노원의 경우, 한맥에서 수필을 등단하기도 한 이노근 구청장이 이러한 문화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작년 노원문화의 거리에서 처음으로 ‘서울국제퍼포먼스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책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무용, 국악 유치해 꾸준한 관심 유도

문화예술행정 전문가인 최관장은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 신임회장이자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으로써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 소통을 넓히고, 문화와 친숙하게 하기 위해 지역예술회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내비쳤다.

국립극장보다 지역문화회관의 활성화가 문화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관장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처럼 시간 내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가까이에 있는 지역문화예술회관은 장바구니 들고 전시를 보고 공연을 즐기는 공간이 돼야한다”는 최진용 관장은 문화예술회관이 단순히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는 시설이 아니라 만남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문화사교의 장이자 예술 창조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국립현대미술관 사무국장 등 문화관광부에서 35년을 재직하면서 문화예술공간의 경영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왔다.

“좋은 공연은 비용을 낮춰 소외계층도 자주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실내공연은 유료로 하되 실외에는 무료로 볼 수 있는 공연·전시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무용, 국악 등 관객들이 외면한다고 해서 공공극장에서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인기 있는 다른 공연들로 관객은 유지하되, 다른 곳에서 외면하는 무용, 국악 공연들도 꾸준히 관심 가지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관장은 작년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국악공연 10편을 했고 조금 비싼 수준이지만 43%의 관람객을 유치했으며 올해도 계획 중에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주민들과 함께 가는 문화예술회관을 만들고자 수시로 여론조사 실시,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는 최관장은 오는 26일 열릴 용재오닐의 공연도 이미 전석 마감 됐음에도 주민들 요청이 많아 보조좌석 30여개를 마련할 계획에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회관 운영의 즐거움이라며 지역주민과의 커뮤니티를 위해 “관장실은 항상 열려있다. 회관에 왔다가 언제든지 지역주민들이 어렵지 않게 들렸으면 좋겠다. 지역주민들과 좋은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 지역주민 최고 대우, 지역문화예술회관 임무

지역문화예술회관은 공공을 위한 기관인 만큼 백화점보다 서비스가 더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의 평소 지론은 ‘고객을 카네기 부인처럼 모셔라’. 즉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이므로 지역주민에게 최고의 대우를 하는 것이 지역문화예술회관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관객이 찾아오는 것과 칭찬해 주는 것이 대통령의 칭찬보다 더 가치 있게 다가온다는 최진용 관장은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다. 눈을 마주치고 마음을 담은 인사를 해야 한다. 전 직원이 자연스럽게 체질화돼야한다”며 품격 높은 서비스 교육을 위해 항공사 서비스 담당자를 초청해 서비스 교육에도 힘쓰고 있었다.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으로써 그의 특별한 스케줄 가운데 하나는 인근 학교 교장실 방문이다. 단체를 유치해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 마인드, 인생철학을 전파하고 선생들과 의견을 나누며 그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즐거워서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천원하는 화요음악회에 교사들을 좀 보내달라고 요청한단다.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들이므로 예술 행정 하는 사람, 교사, 부모들에게도 문화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문화예술회관 사원들의 문화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세종과 예술의 전당보다 규모는 작더라도 더 향기로운 공연장이 되고자 해서 수시로 자체 워크숍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우동 한 그릇’ 저자가 쓴 남을 배려하는 책을 토론을 하기도 했다. 주인공이 갖고 있는 사랑으로 가득 채운 빵집처럼 그런 문화예술회관을 만들어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을 넘어설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최진용 관장은 지역문화 활성화와 질 좋은 공연을 위해 모든 공연을 자체기획하고 제작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노원구의 설화를 소재로 한 ‘콧구멍이 벌렁벌렁’이라는 가족극을 무대에 올려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오는 10월쯤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오페라로 초연할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