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女幸)프로젝트, 여성 감동 울리기 ‘성공’할까
여행(女幸)프로젝트, 여성 감동 울리기 ‘성공’할까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2.1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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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 해결위한 보육시설 지원 등 실질적 혜택 우선돼야

여자를 울려라(女幸), 여행. 여자가 감동으로 눈물까지 흘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여성정책은 중앙부처의 주도하에 성차별을 극복 하자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여성정책도 여성의 권익증진과 사회참여 확대 등에 주력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여성정책은 도시계획, 도로, 교통, 문화 등의 분야에서 여성의 시각과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여성이 일상적 삶에서 겪는 불편과 불안 등을 해소하지 못했다. 

이에 서울시는 민선4기 창의 여성정책 브랜드로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 2010(약칭 : 여행(女幸) 프로젝트 2010)’를 실시, 지금까지의 양성평등을 넘어 여성의 관점과 경험을 도시정책 전반에 반영키로 했다. 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안?불편요소를 없애고, 사회참여를 촉진하는 여성친화적인 사회?문화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여성이 살기 좋은 행복 지향적 정책을 펼치게 된 것이다. 지난 2007년 시작된 여행프로젝트에는 오는 2010년까지 총 5,128 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제2회 여행 경진대회’가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아직은 생소하기만 한 ‘여행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또 여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행하고 있는 사업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실제적인 어려움도 들어봤다.

 

‘돌보는 서울, 일 있는 서울, 넉넉한 서울, 안전한 서울, 편리한 서울’

 서울시는 여행프로젝트를 위해 ‘돌보는 서울, 일 있는 서울, 넉넉한 서울, 안전한 서울, 편리한 서울’의 다섯 가지 중점과제를 정하고 90개 사업을 벌여왔다. 또 도시생활 전반에 여성정책의 지평을 확대하고 기획 및 설계단계에서 여성의 관점을 반영해 예방적 접근을 실시하는 한편 기존 여성정책을 강화할 뿐 아니라 범 서울시적 종합추진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전략으로 폈다.  

‘돌보는 서울’은 16개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육과 관련해 영유아 플라자를 설치하고 보육시설의 배상보험을 지원한다. 또 사회적 약자 등 장애아가족에 대해 아동양육을 지원하며 여성재활전문쉼터의 설치.운영, 노인 돌보미 바우처 시행, 학교급식 도우미 지원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일 있는 서울’의 12개 사업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맘프러너 창업 스쿨 등으로 여성창업을 지원하고 맞춤형 여성 직업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그 밖에 모자가정 세제개선, 휴직 활성화 및 보육료 지원을 통해 근무환경도 개선 등의 사업도 펼치고 있다.

‘넉넉한 서울’의 16개 사업을 통해서는 문화시설과 여성편의시설, 유모차대여등의 공공시설을 개선한다. 또한 국제가족영상축제를 지원하고 예술과 함께하는 브런치 콘서트를 더욱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안전한 서울’을 위한 9개 사업에는 여성 친화적 뉴타운 건설, 안전을 위한 조경설계 기준매뉴얼 제정 및 시행, 야간에도 안전한 지하보도 관리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무장애 1등급 도시 만들기 시범추진, 여성 콜택시 제공 등으로 여성이 더욱 안전하게 도시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편리한 서울’의 37개 사업에는 여성화장실 시설 개선, 여성을 배려한 주차장 설치, 보도 정비 등을 기조로 도시계획 관련 규정을 보완하고, 여성 친화적 도시 개발 사업을 시행키로 했다. 이에 마곡지구를 시범지역으로 추진, 건축물 및 시설물, 여성 편의 시설 등을 전면 개선한다.  

한편 대중교통에도 개혁을 단행한다. 시내버스 및 전동차 손잡이를 개선하고, 교통시설물의 여성 등 교통약자 배려, 유모차 개찰구를 변경해 이용편의를 증진시킨다.

여행 프로젝트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탐방코스를 확충하고 홍보하거나 주부 프로슈머제도를 운영해 여성이 직접 행정시행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우수 구로구, 음성인식 CCTV, 투명 승강기 출입문 등 눈길

서울시의 이러한 여행프로젝트 사업은 각 지자체에 전달돼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여행 프로젝트가 원활하고 지속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여행경진대회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는 ‘제2회 여행경진대회’가 열렸다. 이 여행 경진대회에서는 서울시 본청 및 투자, 출연기관, 자치구에서 사전에 접수된 총 133개 사례가 예선을 거친 후 우수사례 6건이 최종 선정돼 경쟁을 펼쳤다. 이 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이화여대 이배용 총장 등 여행 동반자, 여행 포럼회원, 여행 프로슈머 400여명이 참석했다.  

구로구, 송파구, 금천구, 서울시 문화국,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서울시 도시교통본부가 최종 후보로 선발돼 발표를 가졌다. 또 민간부문에서는 현대증권의 여성 특화 지점 ‘부띠크모나코 지점' 운영의 우수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행 동반자 100여인의 심사위원들은 투표를 거쳐 최우수상에 문화국과 구로구를 공동 수상자로 정했으며 우수상에 도시교통본부를 선정했다.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구로구(구청장 양대웅)는 ‘우리 아파트에서 여행을 즐겨요’라는 테마로 공동 주택시설 개선안을 마련, 신축 공동 주택 건설에 적용토록 함으로써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여성 시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증진 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지하주차장 개선사항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공동 주택 지하주차장에서는 범죄행위가 빈번히 발생해 여성은 지하주차장에서 더욱 불안감과 불편함을 느낀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가 추진한 ‘편안하고 안전한 여성이 행복한 주차장’, 분홍색으로 여성주차 우선 구획을 표시했다.
이를 위해 여성우선 주차구획을 설치하는 안을 냈다. 승강기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에 장애인 주차 구획과 함께 각 층별 주차 구획수의 10%이상 여성우선주차 구획을 설치하는 것이다. 여성 우선 주차 구획은 입주자 대표회의가 구성된 후 입주자간 협의 후 확정하게 된다.

또 지하 주차장 조명을 개선한다. 지하주차장 조명은 보통 전기료의 절약을 위해 조명을 평균 70Lux로 유지하는 등 어두워 여성들이 범죄에 더욱 노출 될 수 있다. 구로구는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 상시 점등 상태에서 2배 이상 밝아졌다가 일정시간 지나면 원위치 되는 센서등을 설치해 밝은 조명으로 여성들이 더욱 안심귀가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또 여성운전자들이 차에 싣고 온 물건을 들고 집까지 편리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지하 주차장에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짐 운반용 카트도 설치한다. 여성이 짐이 많을 경우 2회 이상 오가 불편을 겪게 된다는 점에 착안, 계단실 옆 여성 우선주차구획에 카트 보관 장소를 만들고 카트기 설치해 짐 운반 시 카트를 이용, 승강기를 타고 집까지 운송 후 다음번 주차장에 내려갈 때 원 위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지하주차장 CCTV에 음성녹음 전용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획기적이다. CCTV에 비상상황 감지가능을 탑재해 비상 상황 시 화면과 함께 소리가 관리실에 전송되도록 한다.   

승강기 구조도 개선한다. 여성이 낮선 남자와 단둘이 승강기에 동승하는 경우 출입문이 닫히면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점에 착안해 시정 조치하는 것이다. 내.외부 출입문을 1/2이상 투명 유리로 교체해 안전에 기여 한다.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시설 중 하나로 꼽히는 보육시설은 보통 건축물 사용검사 후에 보육시설 내부인테리어를 하도록 되어 있어 민감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관과 되어 왔다. 구로구는 보육시설공사를 조기완료 해 입주와 동시에 보육시설 사용이 가능토록 보육시설 운영자를 공사 중에 선정, 인테리어 등을 협의시공 한다.

서울시 문화국에서 시행한 '꿈꾸는 청춘예술대학' 을 통해 교육 받은 노인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 문화국 ‘'행복한 걸(Girls) 60+’, 도시교통본부 ‘여성행복 주차장’

공동 최우수상에 선정된 서울시 문화국은 2008년 동안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을 운영해 '행복한 걸(Girls) 60+'이라는 제목으로 모범사례 발표를 했다. 이날  ‘꿈꾸는 청춘 예술대학’에서 예술교육 활동가로 교육받은 노인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꿈꾸는 청춘예술 대학’은 여성 참여자를 예술교육 활동가가 되도록 심화교육 하고 지역복지시설 등을 거점으로 문화 나눔 봉사단으로 활동 하게 해 행복과 문화를 전파하는 문화매개자가 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인형극, 마임, 그림자극, 연극, 음악 등 총18개 프로그램에 노인 450명이 참여해 충무아트홀, 구로아트밸리극장, 마포아트센터 등 지역의 문화시설을 활용, 문화예술 창작 및 발표회를 개최한 바 있다.  

‘꿈꾸는 청춘예술대학’은  예술 창작 활동을 통해 노인을 문화예술의 능동적 생산자로 지위를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노인복지관, 아동센터, 병원 등 찾아가는 공연 봉사 활동도 가능토록 해 세대 간 소통 및 지역공동체를 형성했다는 평가도 아울러 얻었다.

또 심화교육을 받은 노인이 문화예술교육 강사로 활동, 새로운 어르신 여가문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도 했다.   

우수상에 선정된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는 지난해 4월~12월 까지 ‘편안하고 안전한 여성이 행복한 주차장’을 운영한 성과를 발표했다. 기존 2m 30cm인 주차구획 너비를 여성 및 임산부 전용 구획으로 만들 때는 2m 50cm로 확대하고 0.4m의 승하차공간을 확보했다. 또 주차선을 분홍색으로 표기해 눈에 더욱 잘 띄도록 했다. 

도시교통본부는 향후 서울시 전 주차장에 확대 실시할 계획이며 주택국 소관부서와 협의를 거쳐 여성배려 주차장 설치계획을 반영키로 한다. 그밖에 도시교통본부가 여행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한 안심귀가 서비스, 저상버스도입, 보도정비, 시내버스 손잡이 및 하차 벨 개선, 여성배려스티커 등도 우수 사례로 꼽혔다.

송파구, 금천구 여성친화거리 조성, 서울시 한강사업 본부 ‘선유도 공원 여성의 섬 만들기’

여행 경진 대회에서 장려상에 선정된 세 팀의 여성행복 추진사업도 괄목할 만하다.  송파구는 여성 친화적 거리환경 조성으로 주목 받았다. 먼저 송파구(구청장 김영순)는 여행 프로슈머 15인을 통해 20~50대 여성들이 느끼는 골목길, 정류장, 보도의 안전성과 편의성 실태를 조사 했다. 조사구역은 관내 5개 권역 (풍납, 거여, 삼전, 석촌, 방이)으로 주로 야간 시간대의 불편, 불안사항을 점검 했다.  

이 사업을 추진한 결과 도로 및 보도 분야에서 가로등 조도 개선 및 가로등을 가리는 가로수를 전지한 곳 74건 중 67건의 조취를 취했으며 정류장 야간 조명이 부적정한 곳 26곳 모두 시정했다.
 보도블록이 파손된 곳과 보도 턱이 부적정한 곳 95건을 발견, 이중 87건을 시정했으며 보안등 밝기를 조정하고 추가 설치할 곳 112건 중 98건을 조치했다.  

송파구 발표자 황계숙 주임은 이 사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여성이 직접 위험요소 발견을 위해 밤길을 조사함으로써 오히려 여성이 위험에 노출되어 자율방범대원을 동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골목길 보안등의 경우 거주자들이 수면 방해 등을 사유로 설치를 반대 한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을 통해 송파구는 여성이 직접 불편 불안 사항을 체험해 실질적인 여성 친화적 거리를 조성하게 됐다. 송파구는 올해도 조치 못한 개선요구 사항들에 지속적인 개선을 시행할 것이며 공연장과 화장실 등에 대한 프로슈머 활동을 확대 실시 할 예정이다. 이밖에  ‘결혼 이민자 여성 홀로 길 찾기’, ‘원어민 강사 육성’ 등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천구가 여성 친화적 도로환경을 조성한 예
금천구는 도로 확장 과정에서 발생되는 잔여 토지를 매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성에게 생활 속 쉼터를 제공하고 여유 공간을 도로변에 조성해 여성 친화적 도로환경을 추진한 사례를 발표했다.    

보도 턱을 낮추고 볼라드를 제거 해 임산부, 유모차 등의 이용편익을 증진시키고 여성의 보행환경을 개선했다. 가로공원 4개소 600m2와 주민산책공원 1개소 3,600m2는 전국최초로 건축디자인 가이드라인 적용했다. 특히 이 방안은 타 자치구에 횡단 전개 가능할 수 있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통행만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 왔던 도로개설과 시설물 정비 사업의 발상을 전환, 여성들이 희망하는 가로 환경 디자인을 접목시킴으로써 여성에게 안전하고 편안하며 즐거운 보행환경을 조성하게 된 것이다.  

또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서는 ‘선유도 공원 여성의 섬 만들기’ 사업을 추진한다. 선유도가 여성문학의 효시인 공무도하가의 발원지인 것 등에 착안, 선유도를 여성과 문화의 전당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여류 문학인 전당을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아시아 여성 문화예술 페스티벌 등을 계획하며 박경리 길 등 여성위인 및 문학인으로 선유도의 샛길 명을 지정할 예정이다. 오는 7월1일~7일을 여성 주간으로 지정 해 여성의 섬 선포식 및 기념행사도 가진다.

여행프로젝트, 여성 실질적 혜택 입을까

이렇듯 여행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여성이 혜택을 받고 있는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 보건복지위원회 안훈식 위원장은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여러 구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성에게 실제적으로 와 닿는 문제는 보육문제인데 위한 보육시설문제가 더 많이 해결 되어야 저 출산도 해결 될 것” 이라고 밝혔다. 

또 ‘실버 남성 요리 교실’ 등과 같은 사업을 추진 중인 성북구의 최선미 주임은 “여행프로젝트의 홍보가 여전히 많이 되지 않아 내용을 잘 모르는 시민이 많다.” 며 “우리 구에서도 여성부에주관을 해 가정 복지과에서 총괄시행은 하고 있지만 타 과에 연관되어있는 사업이 많아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정책 추진하는 것에 있어 협조 받기가 어려워 더 많은 홍보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 밝혀 정책 추진상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