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 황현옥 영화평론가
  • 승인 2010.06.0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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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인간의 일생을 사계절에 빗대어 만든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봄>은 산속 호수로 둘러 쌓인 암자의 풍경을 아름답게 촬영하였고 김기덕 감독 영화중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다. 우리나라보다 일본, 미국에서 더 많은 관객이 몰렸으며  해외흥행 한국 영화베스트에 뽑힐 정도였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같은해 <빈집>으로 베네치아 감독상을 수상하는 세계적 감독이 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일부 매니아들만 열광할뿐 단 한편의 영화도 흥행한 적이 없다. 2008년 그가 제작자로 나선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가 유일하게 돈을 벌었다.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그가 30살의 나이에 프랑스에서 2년 동안 그림 공부를 마친 후 96년 <악어>로 영화계에 데뷔한다. <악어>,<파란대문,98‘>,<섬,2000>은 섬뜩한 소재와 평범하지 않은 내러티브 구조를 갖고 있다.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표현을 성과 폭력으로 표현하다보니 관객들이 불편한 맘을 갖게 한다.

 가장 화제가 된 김기덕의 영화는 역시 조재현의 열연이 돋보인 <나쁜남자.2002>였다. 그리고 다음해 만든 <봄여름가을 그리고 봄>은 속된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던 전작들과 다르게 불교적 윤회 사상을 바탕으로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다시 봄으로 인간의 본성을 계절에 비유하여 진지하게 그린다.

 이 작품으로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청룡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며 그는 천재적 작가주의 영화감독으로 찬사를 받는다. 한국에서 가장 빨리 영화를 만드는 감독답게 <시간,2006><숨,2007><비몽,2008>등 일년에 한편씩 영화적 소재와 스타일이 고갈됨없이 영화를 쏟아낸다. 

봄은 불교적 용어인 업이 주제이다. 어린 동자승이 물고기를 돌로 칭칭 묶자 노승은 소년의 앞날을 걱정한다. 여름은 욕망이다. 암자에 요양왔던 소녀를 사랑하게 된 소년이 절을 떠나 여자가 있는 속세의 삶으로 간다. 가을은 아내를 죽인 살인범으로 다시 절을 찾은 청년이 분노로 고통스러워하자 그를 키웠던 노스님은 바닥에 반야심경을 쓴 다음 그에게 글씨를 파게 한다.

 이 장면이 가장 길면서도 중심이 되는 키워드이다. 육체의 고통을 정신이 통제해 가는 상황을 설정함으로 구도의 길을 택하게 한다. 인간은 업을 갖고 태어난 어쩔 수 없는 고통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겨울은 비움이란 뜻으로 떠났던 남자가 장년이 되어 돌아와 노스님의 사리를 거둔다. 겨울 어느날 한 여인이 아이를 절앞에 놓고 간다. 다시 봄, 훌쩍 자란 동자승이 물고기를 돌로 희롱한다.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봄>은 영화적 감동과 충격이 강한편에 속한다. 인간의 심성을 철학적 화두로 이끌어가는 힘이 있는데 화면 가득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아름다운 풍경과 소리때문이다.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 .... 참 힘들다..그래서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2003, 한국, 김기덕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