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배운 설움, 이제야 푼다”
“못 배운 설움, 이제야 푼다”
  • 경남본부 신숙자 기자
  • 승인 2009.02.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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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학교, 우리 섬 배움마실서 주민들 ‘덩실덩실’

▲배움마실 공부방에서 할머니들이 모여 한글을 배우고 있다.
UN지속가능발전교육경남통영센터 즉 ‘통영RCE’는 곤리도를 비롯해 연대도, 욕지도, 사량도 등 배움마실을 희망하는 섬에 찾아가는 학교를 열었다.

농한기인 1월 12일~2월 15일까지 1기 학교를 열어본 후 이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 섬 배움마실은 한글교실뿐 아니라 노래교실과 마을 잔치 한마당도 곁들인다.

지난 16일 곤리도 경로회관에 20여 명의 할머니들이 모여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읽으며 한글을 공부했다.

 “머리 털 나고 연필 처음 잡아본다. 찬찬히 좀 갈차주라” “묵고 살기도 바빴는데 학교는 다 뭣이고” “인자 공부 하니까 원이 없다” 섬 마을 노인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 1월21일 연대도의 박또선아 할머니는 통영RCE가 나눠주는 교재와 공책에 이름 석 자를 꼭꼭 눌러쓰시면서 “못 배운 설움을 이제야 달랜다”고 눈물을 비추기도 했다.

 이는 통영RCE가 도서지역 주민을 위해 지속가능평생교육 ‘우리 섬 배움마실’중 한글교실이 개강했기 때문이다.

“아, 야, 어, 여”를 합창하며 유치원 아이들보다 더 천진한 표정을 한 할머니들은 “글자 배우는 게 연속극 보는 것보다 백 배 재미난다”며 다음 수업도 당겨하자고 조르기도 했다.

이에 일일 보조 강사로 나섰던 김종윤 이장님은 “교재가 있으니 나도 가르칠 수 있겠습니다. 오늘 밤에도 공부 합시다”라고 제안, 할머니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곤리도의 김종윤 이장은 “할아버지들은 학교라도 다녔지만 할머니들은 학교 근처에도 못 가본 분들이 많다. 먹고 살만해졌을 때도 늘 배움에 배고팠는데, 이렇게 섬에 직접 찾아와주니 고마울 뿐이다”라고 할머니들이 수업에 열심인 이유를 설명한다.

연대도의 김필아 할머니는 “이제 글을 배우면 고지서가 무슨 뜻인지 몰라 엉뚱한 일을 겪는 설움이 가시겠다”고 책상 앞으로 당겨 앉는다.

 통영RCE의 변원정 팀장은 “도서지역의 반응이 이렇게 좋을 것이라곤 미처 생각 못 했다. 희망도서에 배움마실을 상시적으로 여는 방안을 찾아 봐야겠다”며 주민들의 열의에 감격해 했다.

  

                          경남본부 신숙자 기자 cnk@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