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전쟁사 종합 박물관 ‘전쟁기념관’
국내 대표 전쟁사 종합 박물관 ‘전쟁기념관’
  • 성열한 기자
  • 승인 2010.06.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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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교훈과 호국정신의 배움터

[서울문화투데이=성열한 기자] 6.25전쟁 60년을 맞이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전쟁의 역사는 분단의 아픔과 비극의 역사로 기억되기보다 오히려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생각하는 현실이 돼버렸다. 우리는 아직 전쟁이 끝나 평화를 맞이한 것이 아니다. 천안함의 46명 장병들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은 것이 현실이다. 전쟁의 아픔을 잊지 않고 호국선열들의 희생정신을 고스란히 후대에 전하는 일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전쟁의 교훈과 호국정신을 배울 수 있는 역사의 현장, 전쟁기념관을 다녀왔다.

▲대부분의 전시물들을 볼 수 있는 기념관 전시실

세계적인 군사박물관으로!

전쟁기념관은 우리민족의 호국전쟁에 관한 자료들을 수집 보존해야 하는 필요성에 의해 1994년 6월 10일 개관했다. 대지면적 3만 5천여 평에 지하2층, 지상 4층으로 구성돼 있는 전쟁기념관은 3만 2천여 점의 소장품 중 1만여 점이 전시 중이다.

매년 150여 만명의 내외국인이 찾는 전쟁기념관은 한국의 대표적 박물관을 넘어 세계적인 군사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무료관람을 시행했다. 그결과 관람객수가 작년 동기간 대비 100% 이상 늘었다. 서울의 한복판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은 도심 속 무료 체험과 교육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6.25 탑

정문을 들어서면 ‘6.25탑’이 보인다. 한 면은 청동검을 형상화 한 것으로 유구한 역사와 상무정신을, 다른 면의 생명수 모양은 한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상징한다. 전쟁을 극복했던 각계각층의 38인을 조각해 전쟁의 고난과 고통의 상처를 표현하고 있는 ‘호국군상’이 ‘6.25탑’의 양옆에 자리해 있다.

그 뒤로 펼쳐진 ‘평화의 광장’을 지나 대부분의 전시물들이 있는 기념관 전시실이 있다. 좌측으로는 옥외대형장비전시장이 보이는데 6.25 전쟁 당시 사용했던 장비를 포함한 육·해·공군의 150여점의 대형장비들이 자리해 장관을 이룬다. 내부로 들어가 직접 앉아도 보고 만져보는 체험이 가능해 아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곳이다.

▲형제의 상

우측에는 ‘형제의 상’이 가장 눈에 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내용처럼 형은 국군장교, 아우는 북한군 병사로 전쟁터에서 극적으로 만난 실화가 담긴 조형물이다. ‘형제의 상’을 받치고 있는 하부 조형물은 민족의 화합과 단결을 나타낸다. 남과 북이 분단과 대립을 극복해 통일로 승화시키려는 온민족의 염원을 담고 있다.

이밖에 우리민족의 기상을 상징한 ‘비상’과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광개토대왕릉비’ 모형, 통일열망과 평화기원을 상징한 ‘평화의 시계탑’ 등의 조형물들을 옥외전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뮤지엄웨딩홀과 뮤지엄카페 등 다양한 행사와 편의를 즐길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다.

우리 역사와 함께 해온 전쟁의 기록

▲전사자명비

기념관전시실은 호국추모실, 전쟁역사실, 6.25전쟁실, 해외파병실, 국군발전실, 대형장비실 등의 옥내 전시실로 구분된다.

전쟁기념관은 넓은 공간을 혼란스럽지 않게 관람할 수 있도록 호국추모실을 시작으로 화살표를 따라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호국추모실은 수많은 전쟁에서 국가를 지킨 선열들의 호국정신과 위업을 기리고 민족자존의 혼을 되새기는 공간이다. 이곳을 향한 통로에는 ‘이달의 호국인물’로 선정된 인물들의 ‘호국인물 흉상’이 전쟁기념관의 온 관람객을 마주하고 있다.

▲호국전시실의 조형물

호국전시실은 ‘창조’, ‘겨레의 얼’, ‘호국의 발자취’를 주제로 민족의 시련과 극복, 단결과 번영, 한민족의 영원성 등을 조형물과 벽화로 한 공간에 성스럽게 구성해 놓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러한 추모공간은 건물내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념관 외부 중앙복도와 양쪽 회랑에는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한 명비가 가득하다. 6.25전쟁과 베트남전 등에서 전사한 국군과 경찰관 17만 여명과 유엔군 전사자 3만 8천여 명의 이름이 쉼 할 수 없을 만큼 새겨져있다.

▲신기전화차

전쟁역사실은 우리민족의 각종 대외 항쟁 군사자료, 무기와 장비, 호국선열들의 위업 등에 관한 자료들을 선사시대로부터 일제침략기까지 시대별로 구분해 전시하고 있다. 영화 ‘신기전’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신기전화차’의 모습과 수원 화성, 거북선 등의 재현물이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또한, 청동기 시대의 도검부터 독립군이 썼던 총기류까지 다양한 무기들의 변천사도 알 수 있는 공간이다.

6.25전쟁실은 북한의 남침 배경부터 전쟁의 경과 및 휴전 조인까지의 전 과정, 전시(戰時)에 국민들의 생활사를 재현하는 등 총체적 실상이 전시돼 있다. 6.25전쟁의 진행 과정을 이 전시실을 통해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결의문’과 ‘맥아더 장군의 전선시찰 보고 전문’ 등 쉽게 볼 수 없는 자료도 전시돼 있다. 특히, 전쟁 당시의 한국군과 유엔참전국 장병들의 인식표 1300여개로 만든 ‘눈물방울’이라는 조형물은 전쟁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인상적인 전시품이었다.

전쟁의 현실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의 공간

해외파병실은 베트남전, 걸프전, 유엔평화유지군 등의 파병에 대한 의미와 한국군의 활약상·성과 등을 알 수 있는 전시품들이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군복과 소지품을 볼 수 있다.

국군발전실에서는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의 창군에서부터 오늘날 현대적 국군으로 발전하기까지의 군사제도, 무기 및 장비, 복식, 교육훈련에 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우리 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대형장비실의 장비들

대형장비실은 6.25전쟁에서 사용됐던 항공기, 전차, 화포, 차량 등 대형 전투장비를 비롯해 전쟁 이후의 각종 대형장비와 우리나라 방위산업체에서 생산하는 전차, 유도탄, 대공포, 소총, 탄약 등의 무기와 장비가 전시돼 있다. 전쟁 이후 전투장비의 비약적 발전이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천막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표현한 디오라마

전시생활실은 디오라마(배경위에 모형을 설치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든 것)를 통해 피난민의 생활이나 천막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 적 점령지에서의 은거 생활 등을 그대로 재현했다. 모형들의 표정과 주변 상황을 통해서 전쟁의 고통을 잠시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장체험실에서는 전쟁터에서의 극한 상황과 국군장병들의 투혼을 생생하게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이밖에 비상대비체험관에서 전쟁과 테러, 재난 등 각종 비상상황 시 안전한 행동요령을 직접 참여를 통해 배울 수 있고, 국내 최고급 영상시설이 자리한 시네마 영상관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전쟁과 평화>를 관람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전쟁기념관은 전시실을 이용한 관람뿐만 아니라 매월 운영되는 ‘6.25 특별강좌’와 수험생을 위한 ‘1318 전쟁기념관과 만나다’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 강좌가 진행된다. 또한, ‘나라사랑 평화사랑 글짓기 공모’나 매주 금요일에 실시되는 ‘국군 군악·의장행사’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있다.

참전용사의 명예를 고양하는 한편,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안보의식을 고취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이번 전시는 영상, 사진, 디오라마, 실물자료 등을 이용하여 현장을 재현하는 체험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6.25전쟁’이라는 주제의 첫 번째 구역은 주제영상을 통해 6.25란 무엇인가를 함께 생각하고 전쟁의 발발에서부터 3년 후 휴전협정에 이르기까지 한국군이 어떻게 싸웠는지를 보여준다.

▲50년 전 피뭍은 태극기

두 번째 구역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근대화 발전 모습에서부터 2000년대 오늘의 모습까지 6.25 이후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성장해나가는 우리의 국력 및 잠재력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채워졌다.

‘오늘의 북한’의 세 번째 구역은 북한의 생활상과 북핵의 실상을 소개하고 있다. 반세기의 시간동안 우리와 달라진 그들의 모습과 삶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와 함께 세계분단국가들의 통일사례 등을 통해 분단 없는 조국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Inside the DMZ' 사진영상전의 사진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번째 구역이다. ‘Inside the DMZ’이라는 이름의 사진영상전으로 서해안 임진강 하구에서 동해안 강원도 고성까지 248km DMZ 내부 구석구석을 누비며 찍은 사진과 영상이 최초로 공개됐다. DMZ에 살고 있는 티 없이 맑은 생물들과 경계를 서고 있는 장병들의 해맑은 모습, 긴장감이 느껴지는 훈련 과정 등이 사진과 영상을 통해 그대로 전달돼 분단의 현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남과 북이 다른 체제를 가지고 지나온 20세기를 집중 조명한 이번 전시는 잊혀져가는 6.25전쟁을 상기하고 국내·외 참전자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다. 더불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난 우리나라의 발전상과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