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국 공연에 왜 그토록 관객은 열광하는가?
이원국 공연에 왜 그토록 관객은 열광하는가?
  • 최진용(서울시 문화예술회관 연합회 회장)
  • 승인 2010.06.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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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노 이원국은 많은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국립발레단의 주역무용수로 오랫동안 왕자처럼  젊은 시절을 보냈다. 화려함과 부러운 명성이 늘 그를 따라 다녔다. 발레계나 언론에서는 그를 한국 발레의 대명사, 한국 발레의 교과서라고 칭했다.

 현재 그의 나이 40이 넘은 지금도 그는 변함없이 전성기 기량과 보다 높은 열정으로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 그리고 ‘노원이원국발레단’ 단장으로, ‘국립발레단의 트레이너’로 ‘대학의 명강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연중 100여회를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면서 보다 대중과 가까이에서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그는 춤꾼으로 뿐만 아니라 발레 해설이나 진행에 있어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또 어떻게 관객을 감동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분위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나가는 데에도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다. 관객에 대한 즐거운 서비스, 행복한 소통은 그가 꿈꾸는 또 하나의 세계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이원국의 잔재주가 아니라 온몸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열정과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더욱 대단한 의미를가갖는다. 그 열정은 레슬링 선수의 마자막 투혼과도 같은 감동을 보여준다. 관객이 뜨겁게 화답하고 열광하는 것은 그의 온몸의 힘에 대한 찬미인 것이다. 뛰어난 그리고 세련된 기량과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열정은 감동의 원천인 것이다. 나는 매번 그의 공연이 끝날 때 마다 새로운 감동을 느낀다. 앞으로 그는 지금의 2배에 가까운 200여회의 공연을 통해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2년 8개월가량, 대학로에서 매주 월요일 소극장 장기공연을 시도했고 일단은 성공을 거두었다. 무용을 장기공연 한다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는 3년 가까운 장기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이 공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일생을 함께할 훌륭한 관객이자 많은 후원자를 만났다.

 그는 이제 뛰어난 무용수뿐만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삶을 터득했고 한층 성숙한 발레리노로 성장했다. 2009년 공연장 상주단체 제도가 생겨 발레단으로는 처음으로 노원문화예술회관에 둥지를 틀고 자리를  잡아 가고 있어 발레단 운영의 큰 어려운 위기를 그런대로 넘겼지만 지금도 발레단 살림은 별반 나아진 바 없다.

 그러나 그는 외롭지 않다. 그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어서 악조건이나 열악한 환경마저 즐기고 있다. 그리고 다행히 뜻 있는 분들이 한둘씩 돕기 시작하여 정식 후원회가 구성되고 난 후 이미 100여명이 넘는 후원자들이 그를 열심히 돕고 있다. 앞으로 후원회의 활동은 점차 활성화 되고 실질적인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2010. 6. 19) 그가 안무한 <말러 교향곡 5번>이라는 작품을 보고 나는 또 다른 큰 감동을 받았다. 이 무대는 그간 발레리노로서 무대진행자로서 보여준 능력 못지않게 그의 안무능력 또한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말러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전성기 작품인 <교향곡 5번>을 안무한 이원국은 말로의 작품을 발레로 안무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작품의 성격상  따분하고 지루하고 난해하지 않을까 하는 관객의 예상을 깨고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다.

 그는 지루함을 용서치 않는다. 그러면서도 세련되고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무대의 역동성, 스토리를 끌어가는 힘, 연극적인 긴장감과 이완, 몇 차례의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을 보는 즐거움과 묘미, 한 폭의 뛰어난 그림과 같은 완성도 높은 한 장면, 한 장면은 기대 이상의 놀라운 작품이었다.

 이는 이원국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작품을 이해하여 철저히 준비하고 단원을 훈련시키고 땀을 흘린 결과이다. 그의 땀과 흠뻑 젖은 모습이야말로 가장 진한 감동이자 아름다움이다.

 이원국에게 큰 박수로 성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