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숲길의 만남이 있는 서울
물길 숲길의 만남이 있는 서울
  • 권대섭 대기자
  • 승인 2009.02.25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대섭 대기자

거대도시 서울 복판을 가로지르는 숲길 복원이 구체화되고 있다.

일제치하에서 단절됐던 종로구 창경궁과 종묘가 옛 모습대로 복원되면서 창경궁과 종묘의 연결지점을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 내 녹지축(창경궁~종묘~세운상가 녹지축~퇴계로~남산)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총사업비 481억 7000만원이 드는 창경궁~종묘 옛 모습 복원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는 10월 착공해 2011년에 완공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현재 왕복 4차선 도로 양옆으로 갈라진 창경궁과 종묘 담장이 하나로 묶어지되, 이들을 갈랐던 도로는 6차선으로 확대되어 지하로 들어간다.

대신 지하도로 위의 지상은 숲으로 조성되어 창경궁과 종묘를 원래대로 이어 준다. 그리고 이 지상 숲은 서울시가 야심차게 계획 중인 도심 녹지축의 출발점이 된다.

서울시는 이렇게 해서 창경궁에서 시작, 남산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도심 숲을 완성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주목할 건 이 녹지축이 완성되면 거대도시 서울 도심의 새로운 풍광지도를 형성하는 중심축이 될 게 분명하다는 점이다.

도심의 남과 북을 푸른 숲길로 이어 줄 이 축은 서울 도심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관통해 흐르는 청계천과 만나는 을지로 길목지점에서 ‘물길 숲길의 십자로’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 물길과 숲길의 만남에 큰 의미를 두고자 한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서울은 이전 한양 5백년을 무지막지하게 파괴한 터 위에 선 한국의 수도이다.

같은 수도라 하더라도 옛 것을 보존하며 가꾼 이탈리아 로마나 프랑스 파리, 체코의 프라하 등과는 느낌이 다르다. 문화적 질감이야 동서양이 당연히 다르겠지만, 관광객을 유혹하는 농도가 서울이 못하다는 이야기다.

그 나라 그 도시의 독특한 풍광과 고적 유지 측면에서 본다면 태국 방콕이나 베트남 하노이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다. 외세 침략에 의한 파괴 이전에 현대 도시 건설과정에 우리들의 지혜와 마인드에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 볼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강대국 문물을 생각 없이 숭배한 결과는 아니었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남산에 올라 서울을 보면 온통 콘크리트 빌딩과 삭막한 아파트만 희뿌옇게 전개된다. 그나마 북한산의 웅장한 흐름이 독특한 위엄으로 위안을 준다.

이런 차제에 서울 도심 청계천 물길 복원에 이어 녹지축 숲길도 복원된다니 더없이 반갑다. 기왕이면 한강변도 고목 우거진 숲으로 가꾸면 어떨까 싶다.

지금처럼 인공적으로만 가꿀 게 아니라 강변 본래의 생태적 특성을 살려 느티나무 버드나무 물푸레나무 우거진 고목들이 무성한 한강변을 상상해 보라. 그런 한강변은 100년~200년 후의 서울을 세계적 관광도시로 이끌며, 우리 후손들을 먹여 살릴 것이다.

한강만한 물길에 어울릴 강변 숲길(녹지축)이 함께 전개된다면 서울 풍광의 획기적 변화와 함께 우리 살길이 열릴 것이다. 청계천 물길과 창경궁~종묘~남산 녹지축의 만남을 생각하며 더 큰 우리들과 서울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