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무
태평무
  • 이철진 한국춤예술원 대표. 이학박사
  • 승인 2009.02.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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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진 한국춤예술원 대표. 이학박사

무형문화재 제 92호로 지정돼 있는 태평무.

원래 태평무는 조선조말 명무, 명고인 한성준으로 부터 시작됐는데 그 내용이 재미있다. 아마도 화랭이 집안의 후손으로 생각되는 한성준은 어느 날 경기 도당굿(한수 이남에서 펼쳐지는 경기 지방의 마을굿)을 보고 영감을 얻어서 태평무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맨 처음 태평무의 이름은 '왕꺼리'라고 하였는데 아마도 굿판에서의 '무슨무슨 거리'에서 따온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 춤의 의상도 당시 왕이 입던 당의를 입고 추었다.

▲ 이철진 한국춤예술원 대표(이학박사)
그러나 태평무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아무래도 장단이다. 우리가 학교 수업시간에 굿거리니 자진 굿거리니 하는 장단은 배워 보았지만 도당굿 장단은 그에 비하여 훨씬 유별나다. 그리고 박자도 10박, 24박, 12박, 등 현란하고 애매하기 짝이 없다.

어째 됐건 이 왕꺼리가 나중에 태평무라는 이름으로 전승되기 시작하는데 그 제자로는 그의 손녀인 한영숙과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강선영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두 춤을 비교해 보면 상당히 다른 부분이 있다.
한영숙은 족두리에 당의를 걸치고 맨손으로 춤을 추는 반면 강선영은 손에 장삼을 끼고 추다가 맨손으로 추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물론 춤의 형식이나 장단의 구성도 판이하다.

태평무는 한성준-한영숙-이애주-이철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위 족보의 태평무 장단은 낙궁-푸살-부정노리-진쇠-모리-엇모리-연결채-반서름-넘김채-겹마치기-올림채-도살풀이로 이어진다.

차차차나 지루박만 추어온 여러분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장단들은 다 소중한 우리의 경기 도당굿에서 나온 장단 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의 사라져가고 또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다.

왜? 현재 도당굿이 사라져가고 있고 또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관계로 옛것을 본받아 살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위의 장단에서 그나마 쉽게 들어 본 것이 엇모리와 도살풀이다.
엇모리는 그대로 엇모리가 맞고 도살풀이는 보통 도당 살풀이의 준말이라고 하는데 편성 자체가 살풀이장단과는 많이 틀리다. 그리고 보통 도당굿의 노래나 중요한 굿거리는 이 장단으로 처리가 된다.

태평무가 태평무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서는 음악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장단 치는 사람 보기도 힘들고 공부하려고 하지도 않고 또 공부한다고 치더라도 오래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더더욱 문제는 전통도 아닌데 전통이라고 가르치는 학교가 문제다. 전공하는 학생들까지 발레를 하면서 전통으로 알고 있으니 정말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