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르르르’한 배우 김호영
‘또르르르’한 배우 김호영
  • 정지선 기자
  • 승인 2010.07.21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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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베로나의 두 신사>의 발렌타인, 김호영 인터뷰

[서울문화투데이=인터뷰/정리 정지선 기자] 작은 얼굴, 뽀얀 피부, 동그란 눈, 오똑한 코, 붉은 입술을 가진 배우, 여자냐고? 아니 남자다. 바로 배우 김호영이다. 여자인 내가 봐도 그는 예뻤다.  그런데 본인도 안단다.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심지어 거울을 보고 놀라기도 한단다. 너무 예쁜 자신의 모습에. 너무 솔직한 답변에 당황한 쪽은 오히려 나였다. 째깍째깍 초침이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김호영과의 솔직담백한(?) 대화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진행됐다.

실제로 보니 정말 예쁘게 생기셨군요.(웃음)
그런 말 자주 들어요. 남자들 중에는 예쁘게 생겼다는 말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전 예쁘다는 말이 싫지 않아요. 오히려 그렇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죠. 저도 사실 거울 보면서 제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해요. ‘이렇게 예쁠수가’하면서 말이죠.(웃음)

배우 김호영은 스타일리쉬한 작품을 선호한다며, <베로나의 두 신사>가 그런 작품이라고 했다.

아주 솔직하시네요.(웃음) 그럼 본격적으로 인터뷰에 들어가서 <베로나의 두 신사>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작품인가요.
<베로나의 두 신사>는 아주 스타일리쉬한 작품이에요. 그런데 이 스타일이란 게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단 말이죠. (아쉬워하며) 직접 보시면 바로 알 수 있으실 텐데……. 사실 <베로나의 두 신사>는 셰익스피어의 초기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어렵다고들 생각해요. 그래도 사람들이 이 작품을 모르는 것이 겁나진 않아요. 분명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고, 관객들이 그 매력을 찾아내리라 생각하니까요.

요즘은 공연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겠네요. 하루 연습량이 얼마나 되나요?
하루 종일 연습에 매달리진 않아요. 보통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연습하는데, 쉬는 시간 없이 집중해요. 연출가의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연습 초반에는 작품에는 등장하지 않는 상황극이나 이미지트레이닝 훈련을 받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훈련들을 통해 기본에 충실하길 바랐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코미디적인 요소들은 대사가 아닌 상황이나 움직임, 표정에서 드러나거든요. 무엇보다 저 스스로가 이 작품을 연습하면서 무척 즐겁고, 재밌어요.

이 작품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겠네요.(웃음) 사랑과 우정을 두고 고민할 때, 어떤 선택을 하는 편인가요.
그게 살면서 변하더라고요. 보통은 우정을 선택해왔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약간 후회가 남더라고요. 배우로 살면서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아니 솔직해진다고 해야하나.(웃음) 전에는 제 감정을 숨겼는데요. 점점 솔직하게 변해가고 있어요. 사랑이든 우정이든 어떤 선택을 내리든, 그 선택은 저 자신을 위한 선택이자 솔직한 선택일 겁니다.

배우로서 자신의 출연작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은 당연할 터, 작품홍보를 위한 고민이 남다르다고 들었어요.
전 배우지만 연출이나 기획에도 관심이 많아요. 개인적으로 제가 하는 작품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려고 노력하는데, 이 작품에는 특히, 애정이 가더라고요. 대중성은 있지만 작품성은 떨어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고요. 제가 스타일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이 그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객관적인 시각에서 작품을 보면 자신만의 작품 선택기준도 갖고 있나요?
그렇진 않아요. 요즘은 공연도 많지만 그만큼 배우들도 굉장히 많잖아요. 작품을 선택하기 보다는 작품이 절 선택해주고, 무대에 설 수 있으면 행복한 일이죠. 고등학교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키워왔어요. 오직 무대에 서겠다는 목표만을 품은 채 말이죠. 제가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굳이 고르고 재지 않아요. 지금까지 해본 역할보다 해보지 않은 역할들이 훨씬 많으니까요.

김호영은 무대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 살아있기 위한 힘이라면서 무대에 서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을 하다보면 열심히 노력한 것에 비해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잖아요.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노력에 비해 흥행한 작품이나 그 반대의 경우는 별로 없었고요. 기대만큼 흥행한 작품은 있어요. <자나, 돈트!>라는 작품이요. 스타급 배우들은 없었지만 연출과 연기의 호흡, 배우들간의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연습하면서 배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공연 한 달 뒤에는 대박이 날 것이라 이야기했는데, 예상보다 일주일 늦게 소위, 대박났죠. 당시 인터파크 예매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거든요.

<베로나의 두 신사>는 어떤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하시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에는 점괘가 잘 나오지 않아요.(웃음) 하나 확실한 것은 요즘 <자나, 돈트!>생각이 많이 난다는 거에요. 우선 같은 극장에서 공연하고요, 포스터에 제 이름이 제일 앞에 있고요.(웃음) 결정적으로 입소문이 나야할 작품이에요. 배우 입장에서 보면 이번 작품은 장르가 독특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미는 있어요. 사람들이 낭만음악극이 뭐냐고 묻곤 하는데요. 이름 그대로 음악이 있는 사랑이야기죠. 이 작품이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지만 초연이기 때문에 배우 입장에서는 어떻게 극을 표현하고, 재정립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김호영’하면 연극 <이>의 공길 역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본인에게는 어떤 작품이었는지 궁금해요.
연극 <이>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쉽지 않았고요. 뮤지컬로 데뷔한 저로서는 첫 정극 도전이었는데, 어렸지만 당찬 부분이 있었어요. 당시 저만 새로 투입됐고, 다른 배우들은 기존의 멤버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었어요. 제 연기를 보곤 선배님들이 자꾸 ‘네가 뮤지컬을 해서 그런 것 같은데 말이야’라는 말을 하시는 거에요. 무조건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 밖에 없었어요. 다음에도 같이 작업하자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한 시간이었죠. 연극 <이>는 김호영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일 겁니다.

무대는 (배우 김호영에게) 무엇입니까.
살아가는 아니 살아있기 위한 힘이요. 무대 위에 서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마도 전 배우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안하면 병이 날 지경이거든요.(웃음)

그는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닮았다. 토마토는 제대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신기한 이름을 가졌다. 그래서일까. 어딘가 모르게 묘한 안정감을 준다. 또르르르 굴러가다가도 결국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만 같은 이상한(?) 믿음 말이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겠지만 그럼에도 ‘김호영’만의 색깔을 잃진 않을 것이다. 왜? ‘또르르르’ 토마토를 닮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