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연재] 다시 보는 놓친 영화
  • 황현옥 영화평론가
  • 승인 2010.07.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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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유혹의 도시 <시카고>

 우리나라 뮤지컬 돌풍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시카고>부터 시작되었다. 2000년 최정원,인순이,허준호가 주인공이 되어 현란한 춤과 노래, 여자 주인공들의 강한 개성과 스토리가 공연관계자들도 깜짝 놀랄만큼 관객들의 지지를 얻었었다. 그 후 뮤지컬이란 장르가 다양한 레파토리로 퍼져갔다.  <시카고>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최정원, 옥주현과 남경주 주연으로 이어받아 공연되고 있다.

  롭 마샬 감독의 영화 <시카고>는 2003년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편집상등 5개 부문을 수상한 뮤지컬 영화이다.  감독은 원래 뮤지컬 감독 연출 경력이 있다. 성공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부담감이 있었을텐데 훨씬 더 멋지게 연출해냈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재즈 음악의 선율 ,벨마 켈리 역의 캐서린 제타 존스의 무게와 록시 하트 역의 르네 젤위거의 조화가 완벽했다. 거기에 변호사 빌리역의 리차드 기어라는 중심축까지 세 배우들이 갖는 춤과 노래 실력은 1920년대 시카고의 유흥가에 와 있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사실 영화는 도덕적 품성을 지녔거나 남성 중심적 시각이 강한 관객이 본다면 저런 여자(남편들을 살해하는 것이 유행)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세상에 불쾌감을 느끼는 이야기이다. 그녀들의 화려한 공연 재기까지도 씁쓸하다.

 그러나 <시카고>는 도덕적이거나 사회적 당위성을 말하는 작품이 아니다. 철저히 자본주의적 속성과 대중들의 심리가 언론과 혼합되어 세상은 쇼라는 것을 풍자한다. 향락과 부패의 도시 시카고에서 살인은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막한 쇼 비지니스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다. 그것을 누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이미 현대 사회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이다. 자본주의적 상품은 이미지의 속성과 닮아서 상품성의 가치를 지닐려면 사람들이 그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제리 맥과이어><브리지 존스의 일기>로 스타가 된 르네 젤 위거는 천박하고 위선적이며 마릴린 먼로를 연상케하는 백치미로 열연 한다. 그녀의 혀짧은 소리가 개인적으로 약간 불쾌하고 신뢰를 주지 못하지만 부도덕적 캐릭터로는 훌륭하다. 벨마 켈리역의 캐서린 제타 존스는 일단 노래를 너무 잘한다. <All That JAzz>를 부를때의 저음과 끈적거리는 목소리는 아름다운 얼굴과 함께 카리스마적 도발성까지 드러난다. 도도한 쇼걸로 록시 하트가 같은 감옥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녀는 최고의 스타였다. 변호사 빌리는 그럴듯한 이미지를 벨마와 록시를 통해 정확히 만들어내어 두여자 모두 남편들을 살해한 증거가 있음에도 무죄라는 여론을 형성해낸다.

 롭 마샬감독은 <시카고>의 흥행 이후 <게이샤의 추억,2005>으로 그의 역량을 다시한번 과시한다. 그러나 두번째 뮤지컬 영화 <나인,2009>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 니콜 키드먼, 페넬로페 크루즈, 마리온 꼬띨라르 등 호화배우들을 출연시키고도 흥행에 참패했다. 욕심이 과했던 탓일까! 재미도 없지만 대중성을 확보하지 않은 뮤지컬 스토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롭 마샬 감독,미국,2003,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