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돼지로 만든 진짜 족발
우리 돼지로 만든 진짜 족발
  • 박솔빈 기자
  • 승인 2010.07.23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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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동 족발골목

 

 

 

 

 

무더운 여름밤, 족발이 먹고 싶다면 공덕시장으로 향하면 된다. 지하철을 타고 공덕역에 내려 조금 걸어가면 공덕시장이 나온다. 공덕시장에는 두가지 별미가 있는데, 바로 전과 족발이다. 그중 맛있고 푸짐하기로 따를 곳이 없다는 공덕시장 족발골목을 찾았다.

공덕시장 안에 위치한 족발 골목은 벌써 10년도 넘게 이곳을 지키고 있는 마포의 명물. 사무실들이 밀집한 곳에 위치해 퇴근 무렵이면 항상 북적거린다. 공덕시장을 찾았던 날은 평일 아직 이른 퇴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조금만 늦어도 앉을 자리는 커녕 발 디딜 곳도 없어진다. 50m 가량 양쪽으로 늘어선 족발집들 사이에 테이블이 빼곡하다.

제법 널찍한 가게들이 많지만 밀려드는 손님에 통로는 이미 테이블이 차지한지 오래다. 퇴근시간이 지나면 밖으로 나와 있는 테이블도 가득 차, 대부분의 손님들은 대충 편 테이블에 이곳저곳에서 끌어온 의자에 앉는다.
빨갛고 파란 플라스틱 테이블 사이로 한방족발 특유의 그윽한 향이 흐른다. 유리창 사이로 훈기를 내뿜는 족발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꿀꺽 넘어간다. 무더운 여름에 뜨거운 족발을 익히는 장사꾼들은 이미 땀범벅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 가게 당 수십 명의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떠들어댄다. 한명이라도 더 들어갈 자리를 찾는 족발집 사장님의 발길이 분주해지고 점원들은 무서운 속도로 척척 족발을 썬다. 보지도 않고 대충 써는 족발이 두툼하니 먹음직스럽다. 넉넉한 인심만큼 푸짐하게 올려진 족발이 小 17000원, 大 20000원. 시중 가격보다 만원가량 저렴하다.

그저 저렴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맛도 일품이다. 한방 재료를 가득 넣고 삶아낸 국산돼지를 이용해 만든 족발은 부드럽고 감칠맛난다. 수십 년간 축적된 노하우로 삶은 족발에선 누린내가 나지 않고 담백하다. 소문난 족발맛 덕분에 이곳은 족발에 소주 한잔 들이키는 맛에 서울 곳곳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덤으로 순대와 순대국까지 무한리필로 제공되니 가벼운 주머니로도 배부르게 족발을 먹을 수 있다.

쉴 틈 없이 들이닥치는 손님들 때문에 주문한 음식이 바로바로 나와 테이블 회전이 빠르다. 덕분에 음식을 빨리 먹을 수 있지만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기엔 적당하지 않다. 왁자지껄한 이곳의 분위기도 진지한 이야기를 끌어나가기엔 조금 어렵다. 하지만 어디보다 부드럽고 쫄깃한 족발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게 만든다.

오늘 저녁, 아쉬움에 뼈까지 발라먹게 하는 공덕시장 족발을 맛보러 가는 건 어떨까?

Tip. 공덕시장 족발골목의 족발집들은 맛과 가격이 거의 비슷하다. 어디를 들어가더라도 맛있는 족발을 먹을 수 있으니 자리 나는 곳에 무조건 앉는 것이 포인트. 물론 포장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