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술코믹극 ‘점프’
[리뷰] 무술코믹극 ‘점프’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0.07.28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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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평범하지 않은 고수들의 유쾌한 무한펌핑

[서울문화투데이=박소연 기자] 객석 사이 통로에서 등장한 한 노인. 노인은 지팡이를 손에 쥔 채 꼬부랑 허리를 하고는 무대를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힘들게 발걸음을 옮긴다. 헌데 이 노인의 거동이 왠지 심상치 않다. 코믹한 모션도 잠깐, 중앙의 조명이 들어오면 ‘평범하게 살자’라고 적혀 있는 가풍의 위용(?)이 범상치 않은 포스로 무대를 사로잡는다.

백발의 찰랑찰랑한 긴 생머리를 자랑하는 개량 한복 차림의 할아버지와 역시 한복 차림에 듬성듬성 수염이 자라있는 중년의 사내, 빠글머리에 태권도복을 입고 있는 중년의 여인과 빨간 코를 한, 노란 줄이 간지 나게 들어간 파란 쫄쫄이 추리닝 아저씨, 그리고 치파오를 떠올리게 하는 중국풍의 의상을 입은 깜찍한 아가씨까지,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이들의 특별한 일상은 생생한 날것의 동작으로 스피디하게 무대를 메운다.

태권도 위에 가미된 아크로배틱과 봉술 등 다양한 무술 퍼포먼스와 만화적 모션과 익살스런 배우들의 연기는 마샬아트의 묘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이소룡이 나오는 무협 영화를 보며 한 번쯤 흉내냈을 법한 동작들은 배우들의 발끝에서 약동하며 날렵한 물고기처럼 힘차게 튀어 오른다.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배우들의 무게감은 바람처럼 날아올라 짜릿한 액션을 산뜻하게 선사한다.

이들 앞에서는 도둑도 속수무책이다. 이들 가족은 몰래 숨어든 도둑일당과 신나는 무술 한마당을 펼친다. 도둑이 겨눈 총알을 잡아내는 할아버지에서부터 치고 빠지기의 달인 아빠, 격파왕 엄마, 안경만 벗으면 초특급 괴력을 발휘하는 순진한 사위, 취권으로 무대를 장악한 삼촌과 유연한 몸놀림으로 도둑까지 홀리는 딸은 합심해서 간 큰 도둑일당에게 시원한 발차기를 속사포처럼 날린다.


관객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긴 머리 휘날리며 관객을 무대로 이끄는 할아버지와 코믹 연기의 진수를 선보이는 삼촌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객석의 공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만든다. 상황을 적절히 이용한 군더더기 없는 동작과 직접적인 신체 언어는 마샬아트의 진면목을 몸소 보여준다. 일사분란한 배우들의 움직임과 익살스런 액션은 간결한 스토리라인과 하나되어 웃음과 탄성을 자아낸다. 그렇기에 이들의 ‘점프’ 끝에는 활기 넘치는 신명난 에너지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