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홍경찬 기자]통영 비진도는 한때 너무나 잘 나갔다(?). 아니 20여 년간 전국 최정상 해수욕장이었다.
산호빛 해변,은모래빛 해수욕장 명성에 걸맞게 해수욕을 즐기며 낭만을 찾던 여인,가족 여행지로 수많았던 발걸음이 비진도서 여름 바다의 추억을 모래에 새겼다.
텐트 칠 공간 뿐만아니라 민박집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 일 정도로 붐볐다. 해변 나이트와 음악공연, 영화 촬영지,CF 배경지로 명성이 자자했다.
매해 거제에서 열리는 '바다로 세계로' 해양 축제가 이곳 비진도 은빛모래 해수욕장에서 열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돈 욕심에 눈이 멀어 비진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능가해버렸다. 돈만 쫓아가는 야박 인심이라는 입소문이 퍼져 버린 것이다.
밀려드는 손님에 불친절과 바가지 요금이 극성에 다다랐다. 20여 년 간 호황을 누리던 이곳도 현재 친절서비스 외면에 손님 발길이 몰라보게 감소한 것이다.
관광객 발길이 끊긴 비진도는 지난 몇년 간 부끄러운 오점을 남긴것이다.
다시 자연이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진도의 수려한 풍광인 산과 바다와 기암절벽은 불친절과 바가지요금에 아랑곳 없이 어머니의 품처럼 늘 그대로였다. 주요했던 점은 동네 주민들이 솔선수범하여 미인도 비진도가 훼손되지 않게 지키고 보존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지금 폭염이 내리쬐는 대한민국 여름철에 전국 경향 각지서 오는 손님 맞이에 입도수는 적지만 시기는 절정이다. 바뀐 건 친절과 바가지요금 근절이니 시원한 바다에 몸을 맡기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 비진도 주민은 후회를 넘어 새로이 태어났다. 아직 늦지 않았음을 인지했다.
섬마을 곳곳에 해수욕 뿐만아니라 미인도라 불리는 비진도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해발 312m에 이르는 선유대 등산,제주 올레길 마냥 발길 닿는 곳 마다 펼쳐진 풍광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 숲길,오솔길,바다 기암절벽길이 마련돼 있다.
선상낚시,갯바위 낚시는 기본이며 가족이 다 같이 쉴 수 있고 샤워장이 충분한 펜션도 들어서 있다. 더욱 저렴한 민박집도 성업중이다. 입욕 후 즐기는 해송나무 밑 그늘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싱싱한 자연산 회와 매운탕,일반요리 뿐만아니라 섬마을 할머니들이 우뭇가사리로 손수 만드신 시원한 콩쿡수,미싯가루,직접 삶은 옥수수 등 손님맞이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비진도 해수욕장 폐장이 오는 23일로 예정돼있다. 마지막 남은 휴가를 비진도 미인도로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침에 서두른다면 당일 코스로 해수욕도 가능하다. 해안길 걷기와 선유대 등정,선상낚시,갯바위 낚시를 원한다면 1박2일 일정으로 제격이다. 여기에 친절이 보태졌다.
절세미인을 보는 기회! '해발 312m 선유대' 천상에서, 섬에 무슨 산행이냐고?
지난 3일 아침 일찍 선유대 등정에 나섰다. 또 숲길,오솔길,비진암을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총 2시간 소요. 섭씨 35도를 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감행했다. 등산객이 적지 않았다. 대구에서 온 산행객들이 많았다. 산행 전 들은 '대구도 미인이 많지만 비진도도 미인도'란 말이 들어 맞는 순간이었다.
꼭 미인도를 정복하리란 초심에 들어맞는 듯 호락호락 하지 않은 20분 동안 산과 등산객은 밀고 당기기를 여실 없이 보여준다. 초심때문에 살아났지만 먼저 매를 맞았다. 등줄기로 땀이 비오듯 했다. 숨을 가뿌게 몰아 쉬면서 걸음을 옮겼지만 정상은 쉽게 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쉬어가는 횟수가 셀 수 없었다.
동네 주민의 말 "줄만 따라 가 보이소, 단디 오르면 기절할 것이오" 틀린 말이 절대 아니다. 줄 따라 걷기는 산행이 끝나 한 바퀴 도는데 까지 유효하다. 이유는 절경 볼 기회를 놓친다는 단 하나의 이유다.
금세 가져 온 생수통이 바닥을 보이지만 비진암에 가면 꿀맛 같은 샘물이 나오니 걱정은 금물.
나무로 덮인 숲길이지만 가파른 오르막은 쉽지 않다. 천천히 느긋하게 땀을 식히기를 반복하며 올랐다.
비진도 아니 미인도가 딱 들어맞는 정상 1전망대 표지가 보인다. 해발 300m.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 천상의 풍광이 펼쳐진다. 산 정상이 쉽게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비진도 정상에 오르면 알 수 있다.
미인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연 미인 비진도. 자연은 자연이 받은 사랑을 의무 마냥 그대로 방문객에게 돌려줬다.
은모래빛 해수욕장,산호빛 해변을 선유대 정상에서는 그대로 노출시켜 준다. 미인도 비진도는 부끄러운 듯 쪽빛 바다의 모든 것을 정상에 올라선 등산객에게 실루엣 마냥 여지없이 보여준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고 했던가? 미인도가 보이는 정상에서 저절로 메아리가 나왔다. 사시사철 산행할 수 있는 곳이라서 더욱 반갑다. 여름은 해수욕, 사시사철은 등산.
하지만 산행을 택한 비진도가 주는 선물은 이제 시작이었다.
정상 2전망대 해발 312m서 풍광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나폴리를 닮은 통영, 노르웨이 베르겐을 닮은 통영이었다. 아니 노르웨이 베르겐과 이탈리아 나폴리가 통영을 닮았다는 것이 맞다.
비진도서 가장 높다는 정상 2전망대는 가까이 매물도는 물론 멀리 대마도까지 보인다. 360도를 둘러봐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호수같은 남해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진다.
바다에서 솟은 듯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인 듯, 서방님 마중 나오듯 기암절벽은 환하게 반겨준다. 제주 올레길은 미인도 비진 올레길에 비하면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스님이 알려준 비진암 샘물 한 모금은 꿀맛이다. 그 시원함은 폭염에 2시간을 걸어온 등산객에겐 하늘에서 준 생명수였다. 작은 생수통 가득 채우는 모습이 소풍 보물찾기서 횡재한 기분. 비진암을 돌아 나오며 흙길인 이 오솔길이 시멘트 바닥으로 변하지 않길 동네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선유도를 오른 후 섬을 한 바퀴 돌아온 '미인도 비진도 올레길'은 마라톤 결승지점을 통과한 박수 소리인듯 동네 주민이 직접 심어 놓은 옥수수, 콩, 상추, 고추 등 농사가 풍작이었다. 스토리텔링을 찾아 나선 비진도 배로 유람
비진도 내항과 외항. 섬주민은 안섬과 바깥섬이라 칭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형상은 표주박 모습을 하고 있다. 바다는 비진도 해안절벽을 파도로 때리고 때려 기암절벽을 만들어 냈다. 365일 바다는 호수마냥 잔잔한 곳은 아니다. 때론 거친 폭풍 같은 파도에 해송나무와 바위는 몸살을 앓기도 한다.
보는 이에겐 또 하나의 선물이기도 하다.
상투바위,수달피 동굴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라 한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집어 삼킨 보아뱀 형상을 한 바위도 있다.
거제 해금강 십자바위 동굴과 견줄 만한 곳으로 수달피 동굴이 있다. 수달이 살던 곳. 동굴 안쪽에 들어가는 입구는 좁지만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동굴 두 곳이 하나로 통해있다.
상투바위를 보고 비진암에서 고시공부를 한다면 합격한다는 동네 주민이 전해준 이야기도 틀린 말은 아니다.
주민이 귀뜸하길 "상투바위와 수달피 동굴은 묘한 사랑의 이야기가 있다. 남자를 뜻하는 상투바위와 여자를 뜻하는 수달피 동굴 궁합이 절묘하다. 부부와 젊은 여인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라고 전했다.
고향을 지키는 젊은이가 있어 비진도는 끄떡없다.
현재 비진도 주민은 내항 80여 명,외항 70여 명이 거주한다. 한산초등학교 비진분교가 있으며 전교생은 단 2명이다.
분교 전 1999년까지 비진초등학교가 배출한 졸업생만 해도 천여 명을 넘는다.
하지만 지금 폐교 위기에 직면했다. 5학년 학생이 졸업하면 폐교. 비진초등학교 총동창회 구성 등 주민들이 이마를 맞대고 있다.
이곳 비진초등학교를 졸업한 젊은이 여러 명이 홀로 떨어진 통영 비진도 외항을 지키고 있다.
특히 9년간 ‘해노는 섬집’(http://www.bijindo.com) 펜션을 운영하는 이영호(37세,017-589-0850)씨와 정치망 어장을 운영하는 동진호 선장 오세일(36세,010-9449-8384)씨는 비진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명품 관광지 비진도, 옛 명성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여름 휴가차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친절은 기본이고 바가지 요금 근절에 팔을 걷어부쳤다. 동네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새벽녘 동네 어르신과 함께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다.
젊은이들은 동네 이장과 어촌계장의 경험과 노하우도 배워가며 비진도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이 있기에 비진도는 훼손되지 않았다.
호황이던 비진도 옛관광 명성은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자연이 다시 이곳을 감싸 안아주고 보듬어 주기에 전성기는 다시 온다고 믿고 있다.
향 후 사계절 내내 비진도를 찾을 수 있도록 묘안을 구상중이라고 전했다. 돈벌이에 급급해 보유하고 있는 비진도 이야기를 방관 했다고 솔직히 실토했다. 잘 나갈때 미리 대비하지 못한 부족함도 인정했다.
비진도 젊은 사람들은 신발끈을 다시 묶으며 인심이 넉넉하며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비진도를 그려 나가고 있다.
‘해노는 섬집 펜션’은 일몰 감상이 일품이다. 매해 비진도서 일몰 구경을 위해 이용자가 몰린다. 다음날 해돋이를 보기 위해 선유도 해발 312m에 오르는 것도 귀뜸했다. 3층에 객실은 총 10개. 동네 주민이 운영하는 곳이라 더 안심할 수 있다. 섬 사람 특유의 흥정에 약하니 투숙자에겐 좋다. 손님 맞이 친절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동진호 선장, 아니 어부라 불러 달라는 오세일씨는 새벽4시에 어김없이 바다로 향한다. 근면 성실이 그의 장점이다. 부지런함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정치망 어장에서 자연산 횟감을 잡아 올린다. 선상낚시,갯바위 낚시 장소까지 안내도 한다.
통영여객선터미널서 비진도를 운행하는 섬사랑여객을 이용하면 된다. 약 50분 소요 요금은 성수기 편도 가격 7,900원. 오전 6시 30분 부터 매 시간 마다 오후 6시 마지막배가 운항된다. 차를 실을 수 있는 차도선이 있다. 차도선 이용시 25,000원
아래는 스케치 사진, 비진도 1박2일이 안성마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