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맞춤형 여성 정치인 더 많아지기를”
"현실 맞춤형 여성 정치인 더 많아지기를”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3.06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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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어려운 이웃에 눈높이 맞추는 맹렬 활동가, 이혜경 중구의회 운영위원장

중구의회에 여성파워가 눈부시다. 최근 자신이 내건 공약을 실행에 잘 옮긴 모범의원에게 주는 매니페스토 약속 대상의 장려상을 수상한 이혜경 운영위원장(사진)이 그 주인공.  

이 위원장이 이화여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한 이력을 보고 원래 정치에 관심이 있었는지를 묻자 단지 한일 외교 관계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여학생일 뿐이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일본어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끼를 발산할 기회는 일찍 오지 않았다. 석사를 마치고 여러 연수의 혜택으로 일본을 오가며 미래를 꿈꾸던 중 남편을 만났고 결혼 후에는 직장생활을 얼마간 하다가 첫 아이가 생기자마자 가정주부로 집안에 들어앉았다.

중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정말 우연이다. 공부하겠다는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잠시 떠났다가 남편이 좋은 직장에 스카웃되면서 다시 귀국한 후 중구 남산타운아파트에 보금자리를 꾸미게 된 것.  

“의원 할 생각은 처음에 조금도 없었어요. 세 딸아이를 데리고 그저 좋은 엄마 역할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 다녔죠. 성당활동도 열심히 했고 아이들을 위해 학교도 가고요. 제가 살던 아파트 단지가 5천 세대였는데 가까운 곳에 학교가 없어서 학교 짓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때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열정적으로 보였나 봐요. 지방선거가 있던 시기 즈음에 주변에서 저더러 구 의원을 하게 해보라고 제 남편에게 권유를 해 왔지요. 그렇게 출마를 하게 돼서 당선 됐습니다.”

단아하면서 조용한 인상을 가진 때문일까. 의회에서도 묵묵히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줬던 이 위원장은 알고 보니 맹렬한 활동가였다. 처음 의원이 됐을 때는 의원들 중 나이도 가장 어리고 주부로 살아온 시간 또한 너무 길어 행여 의회에 누가 되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에서 누구보다 조용히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지난 2006년 당선되자마자 서울시 한나라당 45세 이하 시, 구 여성의원들로 구성된 ‘푸른 여성 모임’에서 함께 정책에 대해 공부하고 머리를 맞대 온 것도 그 이유다.   

 “의원님들이 제가 국제 정치를 전공했다고 의회 조례정비특별위원장과 예결산위원장 자리를 맡겨주시긴 했지만 의원활동 초기에는 잘 모르고 하니 그저 겸손하게 공부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푸른 여성모임에서 활동을 한 것도 그 이유고요. 다들 너무나 열심히 하는 여성 의원들이 모여서 인지 그중에는 이번에 함께 매니페스토 약속 대상 수상을 한 의원도 있어요.”

할아버지 혹은 아저씨의 시선에서 정치를 펼쳐온 기존의 정치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 어머니의 입장에서 정책을 만들고 구상하는 것은 더 세밀한 부분까지를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이 의원. 그래서 그동안 누구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위한 법안이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손을 들어줄 수 있는 조례들을 고려하고 통과시켜 왔다.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뿐만 아니라 공연장 내 장애인 최적관람석 유치 및 체육시설 이용에 관한조례, 지역아동센터운영에 관한 조례안 등을 제정했다. 또한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 내에 자녀를 가진 어머니들과 시민들을 위한 공간인 보육시설과 도서관 등을 갖춘 문화센터를 조성한 것이 모두 이 의원의 의정활동의 결과물이다.

“저는 귀국 후 꾸준히 성당에 다니면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장애인 아이들과 그 어머니들을 만났고 그들의 고충을 오랜 시간 알아왔어요. 어느 날은 한 어머님이 아이가 날이 갈수록 살이 쪄가서 의사가 운동을 해야 한다고 수영이 좋다면 권유를 했대요. 그런데 중구 내에는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시설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종로구민센터까지 가야했다는 소리를 듣고 눈시울이 붉어 졌어요. 그래서 당장 충무아트홀 내에서도 좋은 체육시설을 장애인들도 나눌 수 있도록 조치를 했지요.” 이 위원장은 오늘이 마침 첫 수강을 하는 날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며 웃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공부도 하고 지도도 받을 수 있는 중구 내 5개 정도 있는 개인과 비영리법인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이 어려운 시기를 맞아 더욱 수요가 커져 공간 증설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게 됐고 이에 추경 예산 집행을 해서라도 도움을 주고자 발 벗고 나섰다.

또 이 위원장은 여성 최초 생활체육중구 검도연합회 회장이기도 하다. 그동안 이 위원장이 열심히 활동 해준 것이 좋은 이미지로 전달돼 이제는 여기저기서 여성 회장을 선임하려고 한다며 즐거워  한다.   

“ 딸 셋 키우면서 의원 활동도 하려니 몸이 10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지만 정말 너무 행복합니다. 제가 만드는 정책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고요.”

딸아이의 급식이 걱정돼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하면서 학교 급식 모니터링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일본어판으로 딸들과 함께 보면서 예전에 이루지 못한 일본어에 대한 꿈을 그려보기도 했다는 그녀는 영락없는 엄마다.

“우리 딸들도 중요하지만 고통 받고 있는 지적장애인 엄마들에게 내가 정책을 입안해서 일조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흥분이 돼요. 현실 맞춤형 정치를 하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지요.”  

그렇기 때문에라도 이 힘을 잘못 사용하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한다는 이 위원장. ‘제대로 잘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과 행동에 있어 항상 조심한다고 한다. 그리고 5대 의회 후반기 운영위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나갈 생각이다. 집행부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견제와 협조에 있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의회 본연의 기능을 잘 살려 나가려고 한다는 각오다.  

“가정 살림을 규모 있게 잘 하던 사람들이나 장애인들과 또 어려운 이웃들과 같은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만 더 있어도 의회 정치가 크게 달라져요. 여성의 정치 참여가 선진국의 척도인 만큼 더 많은 여성이 정치에 참여 했으면 좋겠어요.”

바쁠 때 더 많이 기도 한다는 이 위원장은 설거지를 할 때 마다 눈을 떠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가족과 아이들, 주변의 이웃들, 의회를 위해서 늘 기도를 한단다. 기운이라는 것이 전해진다고 생각하니까.

주변에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문득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이 위원장의 문자가 와있다. ‘오늘 봄비가 내리네요. 봄비 내리는 날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됐으니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예요.’

인터뷰 이은영 국장 young@sctoday.co.kr/ 정리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