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논란,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영화진흥위원회 논란,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 정은아 인턴기자
  • 승인 2010.08.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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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독립, 예술 영화 제작 지원 예산 전액 폐지

[서울문화투데이=정은아 인턴기자] 얼마 전 이창동 감독의 ‘시’가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그러나 작년 영화진흥위원(이하 영진위)의 공모에서는 0점을 받았다. 영진위는 당시 제출된 서류가 미비했던 점과 이 0점은 최종심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그 논란을 잠재우긴 어려웠다.

사실 영진위 논란의 시발점은 ‘2010년 상반기 독립영화제작지원 예심과정’에서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심사위원들 6명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특정작품을 선정하도록 강요한 일이었다. 이 외에도 올해 초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과정 등으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같이 끝없는 영진위에 관한 문제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존폐 얘기까지 나올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7월 초 발표된 2011년 영화발전운용기금 계획으로 발표된 ‘독립, 예술 영화 제작 지원 예산 전액 폐지’에 대해 문광부 관계자는 그간 논란이 된 영진위의 독립영화 지원 편파시비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의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6월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가 ‘영화-문화예술 분야의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없애겠다’며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폐지하고 대신 ‘문화예술경영지원센터(가칭)’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했다. 공정성 논란을 없앤다는 명목 하에 각종 공모전 등을 통한 개별심사에 따른 지원방식에서 간접지원방식, 즉 기자재 공동사용과 번역센터 설립 등으로 전환해 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줄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있은 다음날 문화부는 영진위 존폐에 대한 검토는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독립, 예술 영화 제작 지원 예산 전액 폐지’, ‘직접지원에서 간접지원으로 전환’이라는더 큰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써, 2010년 7억으로 배정된 독립영화제작지원과 약 32억으로 배정된 예술영화제작 직접 지원이 없어졌다.

이렇게 된다면 영진위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게 지원됐던 200억 원과 500억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과 기금이 간접지원방식으로 전환돼 얼마나 영화인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말하는 불필요한 이념논쟁이란 무엇을 말 하는가. ‘0점 논란’과 사업체선정 문제, 그리고 조희문 위원장의 불공정한 압력. 이 모든 것의 시초는 과연 영화인들 내부의 문제일까.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인과 정부를 이어주는 소중한 매개체다. 영화산업 내에 불합리한 상황을 시정하고 그들이 조금 더 나은 여건에서 자유롭게 제작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다독여주고 정부에게 건의해야하는 단체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영진위는 이것과 반대로 가고 있다. 영화인이 아닌 정부의 편에 서서 조직을 개편하고 문제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문제가 커지자 문화부는 더욱 날카로운 채찍을 꺼내들었다.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이 축소가 되면 앞으로 우리는 메이저 영화사에서 제작하는 영화가 아닌 영화들은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정재형 교수는 “적어도 실험영화, 단편영화, 다큐멘터리와 같이 철저한 비상업적인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남겨놔야 한다. 돈을 위해서가 아닌 문화, 예술로써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창작의욕 자체를 없애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야기한다고 해서 아예 돈을 주지 않는 것은 절대로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공공연한 공정성 시비와 정치적 편향논란을 영진위의 구조와 인력 재정비와 같이 앞으로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서 예술은 발전할 수 없다. 꽉 짜여진 파레트 안에선 절대로 새로운 색깔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이 한껏 놀 수 있도록 판을 마련해 더욱더 다양한 소리로 창조할 수 있도록,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속에서 한국영화가 더욱 꽃피울 수 있도록 독려해 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