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블랙박스, 내 인생 신문 라이프로그
인체 블랙박스, 내 인생 신문 라이프로그
  • 박보람 인턴기자
  • 승인 2010.08.12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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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 시대, 세상에 하나뿐인 신문 위한 디지털 문화코드

[서울문화투데이=박보람 인턴기자] 최근 미니홈피, 블로그 등의 개인 홈페이지가 활성화되면서 개인의 생활 경험 정보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주로 영상이나 사진, 텍스트에 의존한 기록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정보 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디지털 라이프로그라는 개념으로 개인의 전반적인 일상생활을 디지털 미디어로 기록해 두고자 하는 시도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동영상과 음성 등 멀티미디어로 일생의 모든 순간을 일일이 기록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그리고 무엇을 먹었는지 등이 저장돼 검색을 통해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라이프로그(Life Log)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 라이프로그를 위한 입는(wearable) 컴퓨터의 구현 모습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의 도래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개념인 언제, 어디서, 누구나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대가 2000년대 들어 정보통신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가시화되면서 그 개념과 용어는 현재까지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일본 노무라 연구소에서 발표한 ‘IT 로드맵’에서는 2010년에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서 일반 사용자들이 각종 정보화 기기와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는 센서를 통해 개인들의 활동 정보를 기록하는 라이프로그 활용의 선두에 서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의 성공을 위해서는 라이프로그를 축적하고, 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에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을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사용자를 위한 기술

이에 따라 지금 여러 기업에서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는 라이프로그 기술을 미래 10대 유망기술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시점에서 라이프로그 관련 기술의 확보를 통해 인간 친화적 지능형 서비스의 조기 구축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사용자의 환경 및 경험 정보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상태를 인지함으로써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하고 최적인 인간 중심의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배창석 박사는 “미래에는 인생의 모든 행동을 기록하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며 “현재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에 웨어러블 컴퓨터 장치를 장착해 시연 중에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라이프로그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프로그란 무엇인가?

라이프로그 기술이 실현되려면 정보를 수집하는 ‘입는 컴퓨터’와 이를 무선으로 전송할 ‘통신망’ 그리고 분류 및 저장을 담당하는 ‘서버’가 필요하다. 사용자는 일상생활에서 여러 개의 ‘입는 컴퓨터’를 휴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의 일상생활에서의 경험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는 ‘통신망’을 통해 서버로 전송되고 서버는 사용자의 로그 데이터로 저장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향후 활용하기 편리하도록 적절히 분류한 다음 기록해 두었다가 필요한 경우 꺼내서 살펴보도록 하는 기술을 라이프로그라고 한다. 즉, 우리가 일기장에 매일 매일의 일상생활을 기록하듯이 디지털 장치에 기록하는 디지털 슈퍼 다이어리 기술이다.

▲ ‘입는 컴퓨터’를 장착한 경찰관

예를 들어 라이프로그는 카메라가 장착된 안경으로 눈에 보이는 영상을 수집하고 목걸이에 부착된 마이크와 GPS로 소리와 위치정보를 모은다. 또 허리와 무릎 등에 붙어 있는 생체인식센서를 통해 우리 몸의 움직임과 상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입는 컴퓨터’에 입력하며 통신망을 통해 무선으로 서버에 전송해 저장한다. 그리고 라이프로그 서버에 기록된 사용자의 정보를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사용자별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행동을 기억하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

라이프로그 기술이 상용화되면 인간의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마음대로 꺼내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소소한 정보까지 놓치지 않아 수많은 오류를 막을 수 있다. 또 실시간 수집되는 생체 정보는 건강관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어린이와 노인 등 약자를 보호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는 경희의료원과 함께 서울·경기 지역 노인 56명을 대상으로 이 기술의 활용도를 시험한 바 있다. 기존 기억력 증진 프로그램에 라이프로그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었는데 참여한 노인들의 기억력이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 ‘입는 컴퓨터’를 장착한 모습

다른 활용방안으로는 특정 유저가 웹에서 한 행동, 즉 무엇을 검색했는지, 어떤 페이지를 열람했는지 등을 기억해 두었다가 해당 유저가 다음번에 방문했을 때 그 속성에 적합한 광고를 게재하거나 상품을 추천해 주는 행동 타겟팅 광고 방식 등이 있다. 이처럼 라이프로그와 연계한 서비스는 관심 대상이 개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가장 각광을 받게 되는 분야라 하겠다. 이에 배창석 박사는 “정보를 찾아가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선택해서 얻게 됨으로써 정보의 활용이 효율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효율적인 정보를 활용하는데 있어 정보의 분류와 선택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내가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서비스가 알아서 제공되는 시대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문화코드가 될 것인가?

라이프로그 기술을 도대체 무엇에 쓸 수 있을까?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치매나 기억장애 등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기억보조장치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잊어버린 물건도 라이프로그를 통해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의 조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 SK네트웍스의 라이프로그 서비스(출처 : http://www.skopi.com)

또한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입는 컴퓨터’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휴대성과 편리성이 문제가 된다. 게다가 이렇게 모은 정보가 아무런 정보처리과정 없이 담아두기만 한다면 저장메모리만 잡아먹는 ‘쓰레기 정보’에 불과하다. 라이프로그 운영을 가능케 하는 핵심기술은 ‘태깅 기술’에 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동영상과 음성들 사이사이에 수업이 꼬리표를 끼워 넣어 나중에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자동적으로 식별이 가능한 인간 행동은 구체적인 움직임과 결부된 30여 가지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능적인 정보처리 기술이 필요한 실정이다.

라이프로그가 미래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 잡기에는 문제점이 있다. 바로 명백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다. 라이프로그에는 필수적으로 수많은 타인의 기록이 담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동영상과 음성으로 기록된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저장하고 공공연하게 밝히는 일은 즐거움만큼 분쟁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심지어 저장된 동영상과 음성이 나중에 있을지도 모를 법적 분쟁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배창석 박사는 “개인의 일상을 저장하는데 있어서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라이프로그를 실현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거나 법적인 수단으로 선을 그어야 할 것”고 말했다. 라이프로그가 실현되면 모든 사람들의 생활이 어느 누군가의 카메라에 의해 포착되고, 언제 무슨 일을 했는지 어느 서버에선가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수용 가능성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