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의견일수록 환영하는 '낭독공연'
까칠한 의견일수록 환영하는 '낭독공연'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3.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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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다, 다양한 시도로 관객과 소통 좋은 작품 이끌어

(주)이다. 엔터테인먼트(대표 손상원, 김수형)는 지난 2일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국내초연작 '덤쇼'를 공연화하기에 앞서 ‘낭독공연’을 열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 박혜선 연출가와 배우들이 관객들과 함께 작품과 낭독공연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다.>의 무대발견시리즈는‘들어보기-낭독공연’과 ‘미리보기-워크샾’으로 가능성 있는 신진예술가와 작품들을 발굴해 공연되기 이전에 ‘들어보기’라는 형식으로 관객과 소통해 의견을 듣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가능성이 검증된 작품들을 무대화하는 작품 개발과 함께 레퍼토리 활성화,  나아가 대학로 소극장 활성화의 길을 열고자 한다. 무대발견시리즈는 2007년 4월 김동연 연출의 연극 ‘환상동화’가 그 출발점이다. 관객과 보다 가까이 소통하고자 통로 역할을 할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를 개관하고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 ‘멜로드라마’, 뮤지컬 ‘후. WHO?’로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왔다.

올해 첫 무대발견시리즈로 국내초연작 연극‘덤쇼(Dumb Show-원작 조 펜홀)’는 유명한 코미디언 베리가 한 신문사의 함정수사에 휘말려 자신의 숨기고 싶은 사생활이 노출돼 기사화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로 배우 서현철, 김문식, 오화라가 출연하는 작품이다.

▲ 박혜선 연출가가 관객들에게 질문을 받고 작품과 낭독공연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낭독공연’은 40~50여명의 관객이 자리한 가운데 지문을 읽는 낭독자와 함께 배우들이 일종의 ’대본연습’ 형식으로 진행됐다. 배우들의 행동연기가 없어 관객들의 더 많은 집중도가 요구되고 자칫 지루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진지하고 진중한 태도의 리얼한 낭독이 집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냈다. 2시간의 열연으로 지친 기색의 배우들과‘억울한 여자’의 연출가이기도 한 박혜선 연출가와 함께 관객들이 자유롭게 작품에 대해 대사로만 느낀 바를 이야기하고 질의 응답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연출가의 입장에서 낭독공연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고, 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박혜선 연출가는“관객들이 던지는 무수한 의문과 문제들이 앞으로 찾아야할 숙제이고, 그 숙제를 풀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며 “관객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의 반응은 ‘내 시선도 하나의 문제 제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기쁘다. 함께 공연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관객들에게 상상력을 유발시켜 줄 수 있어 좋다. 배우들의 호흡을 지켜보면서 발성 및 기본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등으로 긍정적인 의견들이 많았다.

최동민씨는“듣기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고 이해가 힘들긴 하지만 관객과의 소통으로 공연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른 공연들도 한 번쯤 해볼 만한 형식이다”이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정지은씨는“낭독공연이라는 형식의 공연을 처음 봤다. 새로운 형식이라 굉장히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이런 신선한 시도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대사에 집중해 작품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피드백이 잘된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낭독공연을 처음 가져본 배우들에게도 이번 공연은 특별한 의미였다.

▲ '덤쇼'의 배우들의 진지한 낭독공연 모습.
배우 서현철은“대사만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므로 연기가 훨씬 힘들다. 하지만 하나의 훈련이 된 것 같다. 계속 읽다보면 대사에 집중하게 돼 자세히 분석하게 된다”며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나 또는 새로운 것 보게 되고, 다른 배우들 서로 간의 호흡을 통해 자칫 혼자서 연습할 때 늘어지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김문식은“보여 지는 것에 더 신경 쓰던 자신을 반성하는 됐다. 연기에 깊이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고, 배우 오화라는 “연출가와 내 생각을 끊임없이 논의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반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낭독공연을 통해 느낀 바가 많았다는 이수연양은 “공연을 보고 나면 항상 뭔가 아쉬웠다. 사진만 찍고 갈 것이 아니라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을 어떨까”라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입장을 들으며 의견을 나누고 내 생각도 정리 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