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 드레스' 한국은 너무 좁다!
'오리엔탈 드레스' 한국은 너무 좁다!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3.12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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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미 드러나는 동양적인 드레스로 세계진출, 장애인 웨딩타운 건립 소망, 그녀는 욕심쟁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을 맞이하면서 2~3분 안에 그 사람의 신체사이즈를 파악하는 사람이 있다. 무슨 초능력이라도 가진 것처럼 무서운 속도로 자신도 몰랐던 아름다움을 발견해낸다. 단순히 옷이 좋아 양장, 한복, 홈패션 등을 배우기 시작했고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한 것이 벌써 20여년. 그동안 자연스레 그녀가 익힌 능력이다. 10년 전부터 자신의 능력을 웨딩드레스 디자인에 쏟아 부으며 청담동에서‘끌라르떼웨딩’을 운영하고 있는 문순일 대표를 만나 그녀의 웨딩플랜에 대해 들어봤다.

 

▲ 끌라르떼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장나라와 문순일 대표
문순일 대표는 웨딩드레스를 직접 만드는 이유에 대해“나는 옷으로 승부를 걸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요즘 웨딩업계를 보면 인테리어 위주로 해놓고 외국에서 웨딩드레스 들여와서 하는 곳이 많다”고 지적하고, 자신은“사람을 만나 체형, 얼굴형, 피부톤 등을 파악해 한 땀 한 땀 정성들린 웨딩드레스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로 만들어 최고의 순간이 되게 해주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녀의 마음을 다한 웨딩드레스는 드라마나 방송에서 소개되면서 연예인에게 협찬 요청도 들어오고 작년에는 프랑스 국제무역 박람회에 초청돼 패션쇼 무대에도 섰다.

하지만 그녀는 웨딩드레스가 서양에서 들어온 문화라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드레스의 소재,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서구적인 것이 안타까웠던 문순일 대표는 각선미가 드러나지 않는 한복 라인과 소재 등을 연구 끝에 2004년 직접‘오리엔탈 드레스’를 디자인했다.

그해 한국의 날 행사에서 선보인 오리엔탈 드레스는 한복의 특성을 살린 우리나라 천연 소재와 선이 드러나는 외국의 디자인을 접목시켜, 한국 고유의 단아함이 돋보이는 고풍스러움으로 화제를 모았다.

서구적인 세련미와 화려하고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그림을 그려 넣은 세상의 단 하나뿐인 드레스로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들이 몰려, 지치도록 사진세례를 받을 정도로 반응 또한 좋았다. 이후에도 계속 인기를 끌어 KBS 왕종건의‘세상의 아침’등 두 차례 방송을 타기도 했다.

같은 해 주한인도대사관의 친선교류한복드레스 패션쇼에도 초청받아 세계여성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문순일 대표는“동양화에서 우리나라의 정서가 느껴지는 것처럼 드레스를 보면‘Korea’가 떠오르도록 세계여성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드레스를 세계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며“활성화하기 위한 연구는 다 마쳤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기회를 보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장애인에게 관심이 많은 그녀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신체가 불편하고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1년에 2~3번 드레스와 턱시도를 무료 대여하고 있다.

문대표가 본격적으로 장애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5년 전이다. 소규모로 사업하던 당시 인터넷으로 직원 공고를 냈다. 그리고 곧이어 도착한 두 통의 편지가 장애인과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꼭 일을 배우고 싶다는 그녀의 편지를 보고 도움이 못 돼서 마음이 아파 항상 사업자등록증과 함께 넣어두고 있었단다.

청각장애가 있어 소통이 불편할 것 같다는 걱정에“물론 처음에는 불편하다. 하지만 오래 생활하면서 서로 표정만 봐도 다 알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해졌다”며, 덧붙여“소통이란, 말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눈빛, 손짓 등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말하는 그녀는 현재 2명의 청각장애인과 일하고 있다.

마음이 반듯하고 예쁜 사람들과 같이 일하면 예쁜 드레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마음으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결혼하는 사람들은 잘 살 것 같아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는 문대표.

‘장애인 웨딩타운’을 만들어 드레스 뿐 아니라 한복, 화관, 코사지, 장갑, 웨딩 슈즈 등의 모든 제작공정을 장애인들에게 가르쳐 자립을 도울 계획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문대표는“배울 때는 조금 더디지만 섬세하고 꼼꼼해서 정교함이 필요한 웨딩드레스 만드는 일은 장애인들과 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장애인들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그렇기 때문에 끌라르떼의 웨딩드레스가 다른 곳보다 섬세하다”고 자부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