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마음을 빨래해 줍니다 뮤지컬 ‘빨래’
[리뷰]마음을 빨래해 줍니다 뮤지컬 ‘빨래’
  • 정은아 인턴기자
  • 승인 2010.08.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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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

[서울문화투데이=정은아 인턴기자] 힘들고 답답할 때, 남편이 속 썩일 때, 내 삶이 눅눅한 이불같이 느껴질 때. 이럴 때 우리는 보송보송해질 새 옷을 기대하며 빨래를 한다.

습하고 더운 여름날, 제목만으로 시원해지는 뮤지컬 <빨래>를 보고 왔다.

<빨래>는 서울 산동네에 사는 서점직원 나영과 몽골 이주노동자 송골로, 그리고 그들의 소중한 인연들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다. 부당해고 위기에 처한 나영과 임금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 송골로는 바람에 날아간 빨래로 인해 가까워지고 송골로는 나영이가 빨래하는 일요일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목표가 있다거나 반대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울상을 짓는 사람이 없다. 열심히 돈을 벌어 전세를 얻고, 작은 차를 사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 용돈을 부쳐주고 싶어하는 작은 꿈을 안고 사는 보통 우리네의 이야기다. 이 뮤지컬이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등장인물들에 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어려운 상황에 놓여 진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동정을 바라지 않는다. 세상에 당당하고 누구보다도 밝다. 게다가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까지 있다. 힘든 가운데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런 그들이 나중에는 부럽기까지 하다.

어쩌면 내가 이런 느낌을 받은 이유는 현실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 살기 바빠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지금과는 동 떨어진 얘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가.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이 우리의 가슴 깊숙이 숨어있던 그 시절의 정에 대한 갈망을, 그 기억을 건드려줬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또한 이번에 새로 시작된 7차 프로덕션으로 캐스팅된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의 감정을 동하게 하기 충분했다. 주인공 최보영(나영)과 배승길(솔롱고)는 더 이상 더 어울릴 수 없을 것만큼 캐릭터와 동화됐고 주인할매 역의 조민정의 진실한 노랫소리는 눈물을 참기 힘들게 했다. 이외에도 이승희(희정엄마), 김지훈(빵), 최중호(마이클) 등 하나같이 실력 있는 배우들은 보배같은 캐릭터들에게 온전히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25일 1000회 공연을 맞이한 뮤지컬 <빨래>는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