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를 위한 변명
매미를 위한 변명
  • 권대섭 대기자
  • 승인 2010.08.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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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침탈한 인간 탐욕에 경종 울리는 '울림'

 지독히 무더운 여름입니다. 이번 주 비오고 나면 이 더위 수그러든다지만 어제까지 대구지방 온도 36도에 폭염특보까지 내렸으니 아직은 피서의 여운이 강하게 남습니다. 여름을 보내며 또 가을 맞을 생각을 하니 지난 휴가 때 고향 집 동산에서 그렇게 울어대던 매미들 소리가 자꾸 귀에 맴돕니다. 아니 지금 이 순간도 서울시내 한복판 어딘가서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귀에 들려 옵니다.

 울다가 지쳤는지 이제는 힘이 빠진 듯 "매에엠~"하는 끝자락 소리가 맥없이 들리기도 합니다. 무엇을 갈구하다 저리 힘 빠졌는지 애처롭습니다. 저 소리 대신 귀뚤이 소리가 나면 이제 가을이겠지요. 우리는 그렇게 곤충으로 인해 세월을 인지하며, 시간 속에 운명적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미들이 우는 것은 숫컷 매미들이 암컷을 꼬시기 위해서라 합니다. 7년 동안 땅 밑에 쳐 박혀 있다가 단 7일간 세상에 나와 열심히 울어야 암컷을 만나 짝짓기 한번 한 후 생을 마친다는군요.

 그런데 재수없는 놈들은 장마철 일주일 내내 비가 오면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짝짓기 한번 못하고 죽고 만답니다. 그러니 이 놈들이 자기 씨 남기고 갈려고(종족 보존의 본능) 필사적으로 울어 제끼는 겁니다. 우야든지 죽을똥 살똥 예쁘게 아름답게 멋있게 울어야 암컷 눈에 띌 것이고, 그래야 씨를 남길 테니 7일 동안 힘을 다 하는 겁니다.

 휴가 때 고향집서 하루 머물며 이 매미 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리 집 뒷 단장에 한 대여섯 종류 매미들이 우는데, 참 듣기가 괞찮았습니다. 가장 흔하게 듣는 참매미 소리, "매엠~매엠~매엠~"하고 우는 매미와 또 제 어릴 때 걸어서 다니던 학교 앞 신작로(치도까, 고향어른들은 일제 때 닦은 도로를 일본식 이름으로 불렀음) 비포장 길 양 옆에 줄지어 먼지 덮어쓰고 있던 늙은 버드나무에 붙어 "차르르르르..."하고 울던 매미와 또 산골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소린데, "피조~지! 피조오~지..."하며 우는 매미, 발로 밟아 타작하던 수동식 탈곡기 소리처럼 "와롱시롱~와롱시롱~"하며 우는 매미 등 대여섯 종류 매미의 오케스트라가 멋지더라 이겁니다.

 그 중에도 가까이서 관찰 할 수 있기도 하고, 사람한테 잘 잡히기도 하는 참매미 소리가 참 듣기 좋았습니다. 더구나 이 놈은 바로 가까이 1미터 앞에서 관찰하다 손 안에 잡혀주기 까지 하니 관찰대상 1호 이지예.

 그리고 실제 우는 소리도 다른 종 매미보다 훨씬 애절하게 간절하게, 온갖 정성을 들여 성의껏 우는데, 아마 웬만한 암컷이면 다 넘어 가게 운다 할 수 있습니다. 암컷 꼬셔서 씨를 남기고 갈려고 온 몸으로 정성껏 우는 그 놈 모습을 보면, 열심히 살아야 좋은 후손 남기고 가는 우리네 인간들이나 매미들이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여러분. 혹 지금이라도 매미 우는 소리에 귀 한 번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참매미 우는 소리 말입니다. 나무 몸통 또는 가지나 이파리에 붙어 똥구멍을 까딱까딱하며, 뒷걸음질을 살살 치며 우는데, "매엠~매엠~매엠~매엠~매엠~매엠~매엠~매엠~"하고 대략 8박자로 4번 정도 반복하다 마지막에는 항상 "매에엠~~!"하고 길게 한 박자로 마무리 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정성스러운지 말도 못합니다. 또 그 소리가 얼마나 애절한 지 말도 못합니다.

 7일안에 암컷 하나 꼬셔서 씨 남기고 갈려고 최선을 다하는 그 모양이 얼마나 치열하고 아름다운지 말도 못합니다. 어릴 적 교과서에 나왔던 '개미와 베짱이' 또는 베짱이 대신 매미에 빗대었던 이야기 있잖습니까. 베짱이와 매미가 온 여름내 그늘에서 노래만 부르고 놀다가 겨울에 개미집에 얻으러 간다는 이야기는 한낱 교육용 동화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실제는 매미도 베짱이도 자기 할 일 다 하고 갈려고 열심히 사는 겁니다.

 자연의 이치가 이러한데 최근에는 서울시내 포시랍은(귀티나는) 사람들이 매미소리를 소음이라며 소방서에 신고하는 일도 있는 걸 보면 참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자연에 대한 이해가 그렇게도 없으니 사는 모양도 삭막 각박한 것입니다. 우리 인간들이 먼저 자연의 영역을 너무 많이 침탈했기 때문에 자연도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궁극적으로 자연과 인간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임을 알아야 겠습니다.

 아무튼 여러분. 올 여름 진짜 더운데, 시골 고향 시원한 매미소리 상상하며 마지막 피서를 즐기시길 바라며 '매미를 위한 변명'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매~에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