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선생님같은 배우이고 싶습니다.”
“신구 선생님같은 배우이고 싶습니다.”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3.13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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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설공찬전’서 신들린 연기 주목받는 배우 정재성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연극 ‘설공찬전’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배우는 겸연쩍게 웃었다.

올해 39살, 연극배우 생활 16년 만에 비중 있는 첫 주연을 맡았다. 연극 설공찬 전의 설공침 역으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배우 정재성. 요절한 큰아버지의 아들 설공찬이 자신(설공침)의 몸속에 들어와 설공찬과 설공침 두 개의 인격을 표현해 내야하는 어려운 역을 맡았음에도 호연을 보여주고 있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귀신 씌인 역이 쉽지 않을 텐데 가장 힘든 점에 대해 묻자 ‘귀신으로 빨리 전환돼야 하는 부분에서 체력이 딸려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것 같을 때 가장 힘들다’며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 불만스러워요. 더 많은 즐거움과 재미,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항상 모자라니까 그것에 대해서 항상 아쉬움이 남죠. 확 뚫고 나가야 하는 부분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면 관객 분들께 참 죄송하죠.”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 만족스러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했다. 좀 더 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을 대본을 또 보고 또 보면서 달랜다고.  

연극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연극반 활동에 매진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진학 할 때도 기계공학과를 선택했지만 전공과 무관하게 연극반 활동을 했다.  여전히 연극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은 것이다. 연극배우로서의 길을 가야겠다고 본격적으로 결심한 것은 군대를 제대하고서 부터다. 진로를 위해 참 많은 고민을 했지만 목에 목줄(넥타이)을 자기 스스로 달고 다니는 사람들처럼은 도저히 살수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무척 이기적이지요. 저만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사는 거니까요. 제가 장남이라 부모님들이 반대를 많이 하셨고 지금도 아버님께서는 단 한 번도 연극을 보러 오신 적이 없어요. 어머님께서는 딱 한번 오셨죠. 그나마도 ‘왜 이렇게 고생스러운 일을 하냐’ 그런 말씀만 하셨고요.”

처음으로 프로 무대에 서게 된 것은 인천에서 극단 마임의 단원으로 활동을 할 때다. 극중 기자역을 맡았는데 긴장해서 손을 하도 떨어 조연출님에게 혼쭐이 났다. 기자가 사건 현장에서 자기 대사를 그렇게 벌벌 떨면서 하는 것 본적이 있느냐고 말이다.

그렇게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던 정재성에게 실수는 되려 많은 도움이 됐다. 매사 완벽해야 직성이 풀렸던 그는 다른 사람들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시간 약속을 어기면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러다 몇 번의 큰 실수를 거치고서 그런 면을 고치게 됐다는 것. 

“한번은 제가 출연해야 하는 신에서 다른 배우를 등장 시켜 버렸지요. 무사히 잘 넘어 가기는 했지만 마치 영화에서처럼 제 자신이 조각조각 부셔져 떨어져 나가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또 있지요. ‘오구’ 라는 작품을 했을 때 저승사자 역으로 폼을 잡고 무대 한가운데 서 있어야 했는데 뿔이 많이 달린 바지가 훌렁 내려가 버렸어요. 관객들이 엄청 웃었습니다. 덕분에 연출님께서도 잘했다고 말씀해 주셨기는 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죠.”

평생을 두고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은 아내를 만난 것이다. 아내의 이름은 사진작가 조선희와 같다. 그는 아내를 ‘바깥양반’이라고 부른단다. 지금까지 아내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렇게 연극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늘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제 대학 후배였어요. 정말 예뻤지요. 아내를 만난순간 ‘저 여자를 꼭 내 여자로 만들어야 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동료들의 작품을 많이 보러 다닌다. 최근에는 ‘네 개의 문’,‘그녀의 춤바람’ 리허설 등을 봤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저런 호흡과 에너지를 갖고 있구나 하고 부러워합니다. 그들에게 제가 갖지 못한 장점이 있으면 제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요. 어떤 작품이든 좋더라 하고 소문난 것이면 꼭 보러 갑니다.”

오늘의 무대는 어땠냐고 묻자 그는 여전히 아쉽다고 말했다. 자기가 줄을 밟아서 맨 마지막 장면에서는 문이 조금 안 닫히는 실수까지 있었다고. 하지만 동료들이 무대에서 더욱 자유로워 져서 그것만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극단 ‘신기루만화경’ 3기부터 제가 공연에 참여를 했으니까요. 거의 창단 멤버와 다름이 없지요.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작품을 가장 많이 한 배우가 바로 접니다. 대학원을 다니는 동료가 ‘연기는 연기의 방해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라고 말해 준 것을 결코 잊을 수 없지요. 극단 ‘신기루만화경’의 분위기는 매우 자유로워요. 단원들끼리 칭찬도 참 많이 하고요. 리허설을 하고 많이 지친 상태에서 무대에 올랐는데도 거침없이 뚫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배우들이 참 고맙죠”

그의 연극배우로서의 포부는 뭘까? 그는 오래가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가장 존경하는 분이 신구 선생님 입니다. 선생님만큼 오래하고 싶어요. 배우들은 ‘집이 크다’라는 말을 합니다. 신구 선생님께서 대극장에 혼자 서셨는데 어쩜 그렇게 무대가 꽉 차는지 모르겠더군요. 그 연세에도 저도 도달하지 못한 ‘철금성’ 발성이 나오지요. 말술이시긴 하시지만 끊임없이 운동하고 연습하시는 선생님이 저에게는 정말 귀감입니다.”

그동안 한 작품들 중에 특별히 좋은 것은 없고 매번 하는 그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그 작품마다에는 당시의 아픔과 즐거움이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요, 따듯함을 전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역할을 하던 간에 인간적인 측면을 전해 줄 수 있는 배우 말이지요.”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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