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세대 군인
G세대 군인
  • 송경미 수필가
  • 승인 2010.08.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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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함평출생.
광주 교대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한국어과 수료.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
 우리 아들은 지금 군복무중이다. 이 녀석이 휴가를 와서 한 시간 이내로 하는 일은 세 가지로, 첫째, 핸드폰 정지해제, 둘째, 군인 냄새빼기로 샤워와 길지도 않은 군인 머리 정리하기다. 그리고 메신저로 만날 친구들을 소집하는 일.

 지금 막 행복해 죽겠다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먼지까지 다 씻어낼 듯 긴 샤워를 마치고는 인터넷에서 출력한 날티나는 헤어디자인을 손에 들고 미용실로 향하는 거다. 오가는 날을 빼면 단 사흘을 지내는데 낭비 같지만 G세대에겐 당연한 절차다. 100%만족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변신을 끝낸 녀석은 이제 컴퓨터 앞에 앉아 메신저를 통해 친구들을 만나고 저녁때가 다 되어 슬슬 외출을 한다. 학교 분위기 살피러...
 
 조선일보는 20대 초반의 'G세대'가 한국의 새 100년을 이끌어갈 세대라고 표현했다. (1월 1일자 A1면) 기사에 따르면 'G세대' 즉 글로벌세대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 태어나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2000년대에 글로벌마인드(global mind)를 갖추고 자라난 세대로 1988~1991년생(10학번 새내기)으로 좁혀 잡으면 263만명, 1986~1991년생으로 넓혀 잡으면 389만명이라고 한다.

 또한 G세대는 부모의 집중 투자를 받아 사교육·영어열풍·조기유학 등을 통해 단군 이래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한다. 외국어와 컴퓨터 활용능력이 뛰어나고 인터넷을 접해 산업화와 정보화의 세례를 동시에 받았으며, 소비가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매사에 소비자로서의 의식이 투철한 것이 특징이다. 또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독차지하면서 성장해 자연스럽게 사랑하고 사랑받을 줄 안다고 한다.

 지금은 이들 중 많은 수가 군복무 중이다. 내가 친구들을 만나면 군대 생활하는 아들이야기가 반이다. 대학입시 때 그랬던 것처럼 군대 뒷바라지도 정보가 필요하다. 전방부대에 있는 아이에겐 보온을 위해 기능성 내복과 손난로가 필수고 비타민 B군이 풍부한 영양제, 훈련이 있을 때는 스트레스를 받으니 달달한 군것질거리도 보내줘야 한단다.

 여친이 있을 경우에는 그들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행여 아들이 여친 때문에 상처를 받으면 안 되니까.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과한지 부족한지를 알게 되고 고생하는 아이들에 대한 애틋함도 나누게 된다.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이거나 386세대인 부모세대와는 군대생활에서도 가장 세대차가 많이 나는 것 같다. 입대하자마자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고 훈련과정과 사진이 공개되어 부모들도 훈련에 동참하는 느낌이다.

 아빠들은 대부분 요즘 군대가 군대냐고 핀잔이지만 그런 아들들에게 엄마들은 자판기다. 용돈을 보내달라거나 쵸콜렛이 땡긴다며 부쳐달라고 하고 입대 전에 쓰던 화장품과 샴푸까지 입이 떨어지면 은행으로 우체국 택배창구로 달려가고 귀대할 때는 부대까지 태워다 주는 것도 다반사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보고 싶은 책을 보내달라고 하는 걸 보면 놀기만 하는 것도 아닌가보다고 기특하다며 위안을 삼는다.

 부족함을 모르고 자라 언제 어른이 될까 걱정되면서도 솔직하고 순수하기까지 한 게 자신의 앞가림은 할 것 같은 막연한 신뢰 속에서 아들에게 한없이 무너지는 것이 엄마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군인은 군인이다. 100년만에 내린 폭설을 치우는 것도 영하 30도의 추위 속에서 야간보초를 서는 것도 자판기 엄마가 해줄 수 없는 다 그네들의 일인 것이다. 군대생활이 편해졌다고는 하나 남자는 모름지기 군대를 마치고 나야 진짜 남자가 된다는 말을 믿고 달라질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