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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목순옥 여사와 천상병 시인의 러브스토리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2010년 08월 27일 (금) 09:41:19 성열한 기자 press@sctoday.co.kr

[서울문화투데이=성열한 기자] 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

   
▲故목순옥 여사와 천상병 시인의 생전 모습

수많은 일화를 남긴 기인이자 뛰어난 시인이었던 천상병 시인의 이름은 시를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또 어쩌다 인사동에서 ‘귀천’이라는 이름의 찻집을 봤다면, 그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의 제목을 따 만들어진 이 카페를 지키며 시인의 향수를 남겼던 시인의 부인 목순옥 여사가 지난 26일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1972년 5월 14일 마흔세 살 노총각과 서른 여섯 살 노처녀가 누구보다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렸다. 그들의 백년가약이 더 빛났던 것은 너무나 값진 사랑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천상병(千祥炳, 1930.1.29~1993.4.28) 시인은 1967년 6월 25일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중앙정보부에 끌겨가 6개월 동안 전기 고문을 비롯한 온갖 고문을 당했다. 동백림 사건은 당시 독일 유학생 몇 명이 베를리에 사는 동포의 주선으로 동베를린에 구경을 간 일 때문에 간첩으로 몰렸던 사건이다. 작곡가 윤이상과 화가 이응로 등 유럽 거주 예술가들을 포함한 많은 예술가들이 체포돼 고문을 당하고, 유기형에 처해졌다.

고문의 후유증과 음주생활로 영양실조로 거리에 쓰러져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고 넋이 반쯤 나가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했던 시인을 보살펴 준 사람은 바로 故목순옥 여사였다.

천상병 시인과 목순옥 여사가 인연을 시작하게 된 것은 목순옥 여사의 오빠 목순복의 소개 때문이었다. 목순옥 여사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해, 오빠의 소개로 명동의 갈채다방에서 천상병 시인과 처음 만나게 됐다. 경북 상주에서 올라온 친구 동생 앞에서 콧구멍을 후비며 앉아 있다가 우스운 이야기 나오면 다방이 떠나갈 듯이 웃을 만큼 특이했던 천상병 시인과 목순옥 여사는 오빠, 동생 사이가 되어 스스럼없이 지내게 된다.

목순옥 여사는 몸과 마음이 모두 황폐해져 서울시립정신병원에 1년여 동안 입원해 있던 천상병 시인을 헌신적으로 돌봐주며 병이 깊은 시인을 위해 남은 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천 선생님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 천 선생님이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시려면 내가 저분 곁에 있어야만 한다. 내가 곁에 없으면 천 선생님도 안정을 잃지만 나 역시도 저분을 등지고서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때부터 목순옥 여사는 어린아이의 정신연령을 갖고 사는 남편을 위해 팔과 다리의 역할을 한다. 천상병 시인이 급성간경화증으로 춘천의료원에 입원했을 때, 5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춘천과 서울을 오가며 간병을 했다. 1993년 4월 28일 남편이 사별할 때까지 시 쓰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편을 위해 모든 삶을 바쳤다. 27년 동안 한결같은 사랑으로 보살펴 주지 않았다면 천상병 시인의 중기와 후기의 시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 전문

삶의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올라가 삶이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심금을 울리는 천상병의 시는 목순옥 여의 이타적인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화답가(和答歌)였다.

참고 책 <빠져들다> (도서출판 좋은생각)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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